불설문수사리현보장경 상권
[문수사리의 신통 2, 마왕과 걸식(1)]
그때 현자 아난(阿難)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대여, 나 역시 문수사리가 기수숲 동산[祇樹園]에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기억하건대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급고독원[給飯孤獨園] 정사에서 유행하실 때에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보살 1만 2천 인과 함께 계셨다.
때마침 큰 장맛비와 구름과 안개에 캄캄해지기를 이레 낮ㆍ이레 밤을 계속 함으로써
그 어떤 비구는 큰 신통을 얻어 널리 일심해탈(一心解脫)의 문을 행하여 바른 선정에 들어가 비록 먹지 않더라도 삼매의 힘으로 자립하는 이가 있고,
그 반면 바른 선정에 들지 못한 이는 밤낮 닷새 동안 전혀 공양을 얻지 못해 몸이 파리하고 기력이 없어서 부처님을 뵐 수도 없었으므로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말하였다.
‘이 여러 비구들이 혹시 생명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는 내가 그때 부처님 처소(處所)에 나아가 아뢰었습니다.
‘여러 비구 대중이 전혀 먹지 못해 굶주린 지가 닷새나 되어서 파리하고 허약하여 제대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네가 문수사리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해 주어라.’
이 비구 스님들 때문에 내가 그때 분부를 받고 문수사리의 방에 나아갔던 바,
때마침 문수사리가 제석ㆍ범천ㆍ사천왕들을 위해 설법하는지라,
내가 곧 이 사실을 문수사리에게 고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보내 그대로 하여금 보시할 방편을 세우게 하셨습니다.’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기를,
‘아난이여’ 하면서 아울러 자리를 깔아 앉게 하고는 말하였습니다.
‘때가 되거든 건추(犍搥)를 울려 주십시오.’
내가 곧 그의 가르침을 받아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가 도로 그 방에 가서 보았으니, 문수사리가 정사(精舍)를 나왔는지 나오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수사리가 여전히 방에 머물러 있으면서 변화를 일으켜 제석ㆍ범천ㆍ사천왕들에게 설법하였으니,
이른바 행입저신(行入諸身)이란 바른 삼매에 들어 그 정사를 나와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했습니다.
그때 마왕 파순(波旬)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말하였습니다.
‘이제 문수사리가 사자후(師子吼)를 외치기 위해 성에 들어가 걸식하니,
문수사리가 그 공덕 세우는 것을 내가 방해해야겠다.’
그리고는 마왕이 곧 변화하여 사위성의 장자와 뭇 사람들로 하여금 문수사리를 맞이하지 말고 걸식하는 것도 주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에 문수사리가 가는 집집마다 문을 닫고 나와 맞이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때 문수사리는 곧 마왕의 방해하는 것임을 알고서 범지와 장자로 변화하여 이내 진실하고 믿음직한 원(願)을 세웠습니다.
‘가령 내 몸의 낱낱 털의 모든 공덕과 지혜를 구족하게 나타낸다면, 이 항하의 모래 수같이 많은 세계 가운데 가득 찬 마군일지라도 내 몸의 털 하나만큼의 덕을 따르지 못할 것이니,
이러한 사실이 허망하지 않다면, 마왕이 변화한 것이 곧 소멸되는 동시에
마왕 자신으로 하여금 온 마을과 네거리에 가서 고하여 장자와 범지들로 하여금 문수사리가 걸식하는 공양거리를 보시하게 하되,
이 사람에게 보시하는 이의 그 복이 가장 커서 어떤 누가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집착 있는 사람에게 백천 년 동안 공양하더라도 문수사리에게 보시하는 그 복이 제일 많게 되는 것보다는 못할 것이다.’
문수사리가 마침 이 원을 내자, 곧 염원한바 그대로 모든 집집의 문호가 열려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 나와 문수사리를 맞아들였고,
피폐한 마왕이 온 마을의 집집에 들어가고 네거리에 돌아다니면서 외치며, 일반 인민들과 장자와 범지들로 하여금 문수사리에게 공양거리를 보시하게 하되,
‘그 복이 가장 커서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집착 있는 사람에게 백천 년 동안 그의 욕망에 따라 모든 안락을 다 보시하더라도 문수사리에게 잘 공양을 받드는 것보다는 못할 것이니, 그 복덕이 가장 많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문수사리의 조화로 얻어진 음식이 발우에 가득할 뿐더러 갖가지 감미로운 그 맛이 각각 다른데다가 맛마다 특수하여 서로 섞이지 않는지라,
이것으로써 충분히 1,250인 비구와 1만 2천 인 보살을 청하고도 남음이 있었고, 발우 속의 변화가 또 이러하였습니다.
그때 문수사리가 걸식을 두루 마치고 나서 사위대성을 나오자, 마왕이 곧 모시고 수행하는데,
이때 문수사리가 중도에 멈추면서 발우를 땅에 두고는 마왕 파순에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좀 발우를 들고 앞에 서서 가려무나.’
이에 파순이 땅으로부터 발우를 들려고 했으나 들리지 않으므로 문수사리에게 고백했습니다.
‘제가 실은 이 발우를 들거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파순에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세력이 있고 신통이 끝이 없으니 큰 신족으로써 이 발우를 높이 들어보려무나.’
이에 파순이 그 신족의 힘을 다 나타내었으나 마침내 들 수 없었고,
변화를 일으켜 발우를 들려고 해도 발우를 터럭만큼도 땅에 떨어지게 할 수 없어서
그때 파순이 전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하고 문수사리에게 말했습니다.
‘이사타(伊沙陀)란 산도 내가 뜻을 내는 한 찰나에 손바닥으로써 허공에 옮겨 둘 수 있는데 지금 이 조그마한 발우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마왕 파순에게 대답했습니다.
‘왜 발우를 들 수 없는가 하면 그대가 매양 자신의 힘을 여러 보살 대인(大人)의 힘에 비교하여 이 발우에 집착했기 때문에 들 수 없는 것이네.’
문수사리는 이에 땅으로부터 발우를 들어 마왕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파순이여, 그대가 이 발우를 잡고 앞에 서서 가려무나.’
그때 파순은 매우 지치고 괴로워서 발우를 들고 겨우 견뎠고, 마왕은 적어도 자재천(自在天) 가운데 높은 이로서 1만 2천 하늘들과 함께 권속이 둘러싼 채 앞에서 발우를 잡고 문수사리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리는지라,
여러 하늘들이 마왕 파순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어째서 발우를 들고 문수사리 앞에 있기를 마치 시자처럼 하십니까?’
파순은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했습니다.
‘강자와 같이 싸울 수는 없다.’
그들은 또 파순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도 큰 신통의 끝없는 힘이 있는데 어째서 감당하지 못합니까?’
이에 파순은 문수사리의 성지(聖旨)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비록 높은 하늘이기는 하지만, 감당할 수 없어서 파순이 여러 하늘들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군의 힘은 어리석음이 되고,
보살의 힘은 지혜가 되며,
마군의 힘은 모든 견(見)을 받아서 머물거나 서게 되고,
보살의 힘은 커다란 공(空)을 깨달아 알며,
마군의 힘은 사기이고,
보살의 힘은 성실이며,
마군의 힘은 내 것이라든가 내 것이 아니란 것이고,
보살의 힘은 바로 대자대비한 것이며,
마군의 힘은 음욕과 분노와 우치의 문(門)이고,
보살의 힘은 3해탈의 문이며,
마군의 힘은 끝과 처음과 가는 것과 오는 것과 나는 것과 죽는 것이 있고,
보살의 힘은 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생사 없는 법의 지혜이다.’
천마 파순이 이 말을 할 때에 여러 하늘 대중 가운데 5백 하늘이 위없는 바르고도 참된 도의 뜻을 내었고, 3백 보살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그때 문수사리와 천마 파순이 발우를 가지고 강당에 둔 것을 나 아난도 이것을 살피지 못했고,
식사 때가 이미 다가왔음에도 역시 문수사리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때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말하였습니다.
‘문수사리가 혹시 비구 스님들을 속이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마땅히 세존께 가서 아뢰어야겠다.
≺이제 때가 이미 되었으나 문수사리가 아직 그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곧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아직 문수사리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강당을 살펴보았느냐, 살펴보지 않았느냐?’
내가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미 발우에 가득한 음식이 강당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건추(犍搥)를 울려 비구 대중을 모이게 하여라.’
나는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마는 세존이시여, 큰 비구 대중의 그 수가 매우 많은데 한 발우의 밥으로써 어찌 만족하게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만 잠자코 시키는 대로 하여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사람들이 백천 년 동안 함께 이 밥을 먹는다 하더라도 끝내 모자라거나 줄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수사리의 성지(聖旨)와 신화(神化)가 이 발우의 밥을 다될 때가 없게 하였고,
문수사리의 지혜와 구족한 신통으로 세운 것이 보시를 일으켜 끝없이 제도하기 때문이다.’
아난이 분부를 받아 곧 건추를 울려 대중 비구들을 모이게 했는데,
한 발우의 밥에 갖가지 맛이 나고, 그 반찬이 또한 매우 아름답고도 달기가 한량없어 마치 여러 그릇에 각각 뛰어나고 특이한 여러 가지 맛을 담은 것 같아서
여러 비구 스님들과 보살들에게 이것으로 공양하여 모두 만족을 얻게 하면서도 그 발우의 음식은 여전히 다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