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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2권
[기수림원에 가려 하다]
그리고는 다시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기수림원(祇樹林園)에 가려고 한다. 오늘 그곳에는 대중이 모여 있다.’
이때 관자재보살이 무수한 여러 색의 광명을 놓으니, 이른바 청색광명ㆍ황색광명ㆍ홍색광명ㆍ백색광명ㆍ파지가색광명ㆍ금색광명 등으로서, 이와 같은 광명이 미사부(尾舎浮)여래 앞으로 뻗어 나아갔다.
이때 천ㆍ용ㆍ야차ㆍ나찰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모였고, 또 무수한 보살마하살도 다 모여 있었다.
이 대중들 가운데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허공장(虚空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며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공경히 합장하여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광명은 어디에서부터 왔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지금 이 광명은 바로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의 궁전에서 광명을 놓았는데, 그 광명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제 어떤 방편으로 저 관자재보살을 뵐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보살도 역시 이곳으로 올 것이다.’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궁을 나왔을 때에 기타림원에는 홀연히 천묘화수(天妙華樹)와 천겁파수(天劫波樹)가 생겨났으니, 무수한 모든 천계의 선명하고 묘한 갖가지 색으로 꾸몄고, 위에는 백 가지 진주 영락을 매달았으며, 또 교시가의 옷과 그 밖의 온갖 의복을 걸쳐놓았고 나무의 몸통과 가지의 색은 진분홍빛이었으며, 잎은 금과 은으로 되어 있었다.
또 수없이 많은 미묘한 향나무와 빼어난 꽃나무와 무수한 보배 연못이 있어, 백천만의 온갖 색깔의 기묘한 꽃들이 그 가운데 가득하였다.
이렇게 출현하였을 때에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말씀드렸다.
‘관자재보살이 어찌하여 아직 오지 않습니까?’
[야차와 나찰에게 설법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저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궁에서 나와 한 곳이 있으니 이름이 흑암(黒暗)으로서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선남자야, 저 흑암은 해와 달의 광명이 비추지 않는 곳에 있으므로 수원(随願)이라고 하는 여의보가 항상 빛을 내어서 그곳을 비추고 있다.
그 가운데 살고 있는 무수한 백천만 야차가 관자재보살이 그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환희하여 기뻐 뛰면서 달려 나와,
관자재보살을 맞이하고 머리를 땅에 대어 발에 예배하며 안부를 물어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지금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오랫동안 이 흑암의 땅에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모든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왔노라.’
그리하여 야차와 나찰이 천상의 금보배로 만든 사자좌에 앉기를 청하니,
보살이 야차와 나찰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너희는 마땅히 자세히 들어라. 대승경전이 있으니, 이름이 장엄보왕(荘厳寶王)이다.
만약 그 경전 가운데 하나의 사구게(四句偈)라도 듣고 능히 수지하여 독송하고, 그 뜻을 해설하여 마음으로 항상 사유하면, 그로써 얻는 복덕이 한량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능히 모든 티끌의 수량을 셀 수 있지만,
만약 이 『대승장엄보왕경』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로써 얻는 복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또한 나는 능히 큰 바다의 물방울 수를 낱낱이 셀 수 있으나,
만약 이 경 중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써 얻는 복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설령 열두 갠지스강의 모래 수만큼의 여래ㆍ응ㆍ정등각이 열두 겁 동안 모두 한 곳에 계실 때, 항상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 그리고 그 밖의 생활용품을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게 한다 할지라도,
역시 이와 같은 복덕의 수량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오직 나만 흑암처에 있으면서 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라.
선남자야, 또 만약 사대주의 사람들이 각각 자기가 사는 집으로 정사를 만들어 세우고, 그 가운데 천상의 금보배로써 천 개의 탑을 만들어, 하룻동안 모든 탑에 온갖 공양을 올린다 하여도,
그로써 얻는 복덕이 경 가운데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를 수지하여 얻는 복덕만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예컨대 다섯 개의 큰 강이 큰 바다에 들어갈 때,
이와 같이 널리 퍼지는 것이 끝이 없듯이,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대승경전의 사구게를 수지한다면,
얻는 복덕이 널리 퍼지는 것도 역시 다함이 없느니라.’
이때 야차와 나찰이 관자재보살에게 말하였다.
‘만약 어떤 유정이 능히 이 대승경전을 베껴 쓴다면, 그로써 얻는 복덕의 수량은 얼마나 됩니까?’
‘선남자야, 얻는 복덕은 끝이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을 베껴 쓰면 팔만 사천 법장을 베껴 쓰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이 사람은 전륜성왕이 되어 사대주를 통솔하고 위덕이 자재하며 모습이 단엄하고 천 명의 아들들이 둘러싸며, 모든 적들이 스스로 신하가 되어 섬긴다.
만약 어떤 사람이 항상 오직 이 경의 명호만을 염하면,
이 사람은 속히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늙음과 죽음과 근심과 슬픔의 고뇌를 멀리 여의며,
이 사람은 후에 태어나는 곳에서 능히 숙명(宿命)을 기억하고,
그 몸에서는 항상 우두전단(牛頭栴檀)의 향기가 나고, 입에서는 항상 청련화 향기가 나며, 몸 모양이 원만하며 큰 세력을 갖춘다.’
이 법을 말할 때에 모든 야차와 나찰이 예류과(預流果)를 얻었는데,
그 중에 혹은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이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오직 바라오니 보살께서는 우선 이곳에 계시고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이 흑암의 땅에서, 천상의 금보배로 탑을 만들고 또 금보배로 경행처를 만들겠습니다.’
그러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말하였다.
‘나는 무수히 많은 유정을 구제하여 모두 보리도를 얻도록 하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자 모든 야차와 나찰이 각각 머리를 숙여 손으로 뺨을 괴로,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지금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 이곳을 버리고 가시면, 후에 누가 능히 우리에게 미묘한 법을 연설해 주시겠습니까?’
마침내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떠나니 모든 야차와 나찰이 모두 다 따라 모시고 배웅하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온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사는 곳으로 돌아가거라.’
모든 야차오아 나찰이 머리를 땅에 대고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천궁으로 가서 천자에게 보시를 청하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불꽃처럼 허공으로 올라가 천궁으로 갔다.
그리고는 천상에 도착하여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었는데,
천상의 대중 가운데 이름이 묘엄이(妙厳耳)라는 한 천자가 있었으니, 항상 빈궁하여 이러한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았다.
관자재보살은 바라문의 몸으로 그 천자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내가 병들고 굶주리고 또 목이 말라 괴롭습니다.’
이때 그 천자가 눈물을 흘리며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빈궁하여 드릴만한 물건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니, 제발 조금이라도 음식을 나누어 주십시오.’
그때 천자가 아래 위로 쳐다보고, 궁에 들어가 가진 것을 찾아보자 갑자기 여러 큰 보배 그릇이 보였고, 또 기이한 보배가 그 속에 가득 차 있었으며,
가득한 보배 그릇 가운데는 매우 맛있는 음식이 담겨 있고,
또 몸을 장식하는 가장 기묘한 옷들이 궁중에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이때 천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이 문 밖에 있는 바라문은 필시 불가사의한 사람으로서 나에게 이런 비상한 복을 얻게 하였다’고 하고,
곧 그 대바라문을 궁중으로 들어오도록 천하여 천상의 묘한 보배와 천상의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받들어 공양하게 하였다.
이 공양을 받고 나서 축원하여 말하였다.
‘안락하게 장수하십시오.’
천자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현자여, 어느 곳에서 오셔서 이곳에 도착하였습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기타수림의 큰 정사(精舎)에서 왔습니다.’
천자가 물었다.
‘그 땅은 어떻습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저 기타림정사 안의 땅은 청정하여 천마니보로 장엄한 겁수가 출현하고,
또 온갖 마음을 즐겁게 하는 마니보가 나타나며, 또 온갖 보배 연못이 나타나고,
또 계를 잘 지키는 덕과 위엄이 있으며 큰 지혜를 갖춘 무수한 대중이 그 가운데 출현합니다.
그 곳에 미사부(尾舎浮)여래라고 하는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 성천(聖天)이 계시는 곳의 땅에는 이와 같은 변화가 출현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천자가 말하였다.
‘현자께서는 어떤 대바라문이십니까?
진실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천(天)이십니까, 사람이십니까?
현자시여, 지금 어찌하여 이러한 상서가 나타납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천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나는 곧 보살이니, 모든 유정을 구제하여 모두 대보리도를 보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천자가 이를 듣고 나서 곧 천상의 묘한 보관과 장엄한 귀걸이를 가지고 받들어 공양을 올리며 게송을 읊었다.
제가 공덕지(功徳地)를 만나
모든 죄의 때를 멀리 여의었으니
이같이 이제 승전(勝田)에 종자 심으면
현전에 과보를 얻으리라.
천자가 이 게송을 읊을 때,
바라문이 변화로 나타나서 구제하는 일을 마치고,
[사자국의 나찰녀를 제도하다]
천궁을 나와 곧 사자국(師子国) 안으로 갔다.
그 곳에 도착하여 모든 나찰녀 앞에 마주보고 서니, 몸의 용모가 단엄하고 뛰어난 모습이 매우 기이하였으므로
모든 나찰녀가 이 모습을 보고 욕심이 일어나 가슴에 흠모하였다.
이에 발을 옮겨 가까이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나의 남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동녀라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나의 남편이 되어 주십시오.
이제 이곳에 왔으니 다른 곳으로 가지 마십시오.
주인 없는 사람에게 능히 주인이 되어 주는 것 같고,
또 어두운 방에 밝은 횃불을 밝혀주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음식과 의복과 곳간이 풍성하며, 마음에 드는 과수원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연못이 있습니다.’
나찰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마땅히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나찰녀가 말하였다.
‘네, 듣고자 합니다. 가르침이 어떠합니까?’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팔정도를 말하고, 또 사성제법을 말하겠다.’
나찰녀들이 이 법을 듣고 각각 과증(課証)을 얻었으니,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이도 있고, 일래과를 얻은 이도 있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고통이 없고, 악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생명을 죽이려는 마음이 없어지고, 그 마음이 법을 좋아하며, 계에 머물기를 좋아하여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는 지금부터 살생하지 않으리니,
남섬부주의 계를 받드는 사람이 청정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것과 같이,
저도 지금부터 생명 살리는 것 역시 그리하겠습니다.’
이에 나찰녀가 악업을 짓지 않고 배운 바를 수지하였다.
[바라나 대성으로 가서 벌래들을 제도하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다시 사자국을 나와 바라나대성(波羅奈大城)의 더럽고 추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백천만 종류의 벌레가 의지하여 살고 있었다.
관자재보살이 그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마침내 벌의 모습을 나타내어 가서,
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나모몯다야(曩謨没駄野, namo buddhaya)’라고 하니,
모든 벌레의 부류가 들은 대로 모두 칭념하여, 역시 이와 같이 하였으므로,
이 힘 때문에 그 부류의 유정들이 집착한 신견(身見)이 비록 산봉우리 같았으나,
모든 수혹(随惑)을 금강지저(金剛智杵)로 깨뜨리고,
곧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모두 보살이 되었으니,
다 같이 묘향구(妙香口)라고 이름하였다.
[마가다국의 중생을 제도하다]
이렇게 그 유정들을 구제하고 나서 바라나대성을 나와 마가다국(摩伽陀国)으로 갔다.
그 나라에는 이십 년째 큰 가뭄이 들어 많은 사람들과 모든 유정이 굶주림의 고통으로 핍박받아 서로 몸의 살을 씹어 먹었다.
관자재보살이 마음속으로
‘어떤 방편으로써 이 유정들을 구할까’라고 생각하고,
온갖 것들을 내려주었다.
먼저 비를 내려 적셔서 메마른 것을 소생시키고,
그런 뒤에 또 각각 가장 뛰어난 맛의 음식이 가득 담긴 갖가지의 그릇을 내려주니, 사람들이 모두 이 음식을 배불리 먹었고,
또한 양식이 될 수 있는 조와 콩 등을 내려주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뜻대로 다 충족시켰다.
마가다국의 모든 백성들은 놀랍기도 하고, 일찍이 없던 일을 괴이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대중이 한 곳에 모였는데,
그들이 다 모이고 나서 각기 말하였다.
‘어찌하여 천의 위력이 이와 같이 대단할 수 있을까?’
그 군중 속에 몸은 곱추에 지팡이를 짚은 나이 먹은 노인이 있었는데,
이 노인은 수명이 무수 백천 년이었으니,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천의 위력이 아니다.
지금 나타난 것은 바로 관자재보살의 위덕과 신력이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다.’
여러 사람이 물었다.
‘관자재보살이 어떻게 이러한 상서로움을 출현하실 수 있습니까?’
노인이 곧 성스러운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신력을 말하였다.
‘눈멀어 어두운 이를 위하여는 밝은 등불이 되어 주시고,
햇볕이 뜨거운 곳에서는 그늘이 되어 주시며,
목마른 이를 위해서는 강으로 나타나시고,
두려운 곳에서는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시고,
병으로 고통 받는 이에게는 의약이 되어 주시고,
고통 받는 유정을 위해서는 부모가 되어 주시며,
아비지옥 속에 있는 유정에게는 열반의 도를 보게 하시니,
능히 세간의 모든 유정이 이러한 공덕과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하신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관자재보살의 이름을 염하면, 이 사람은 장차 모든 윤회의 고통을 멀리 여의게 될 것이다.’
여러 사람이 듣고 나서 모두 ‘휼륭하십니다’라고 찬탄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관자재보살의 형상 앞에 사방의 만다라를 건립하고 항상 향과 꽃으로 관자재보살에게 공양 올리면,
이 사람은 장차 전륜성왕이 되어 칠보를 구족할 것이니,
이른바 금륜보(金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주장보(主蔵寶)ㆍ주병보(主兵寶)를 얻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능히 한 송이 꽃이라도 관자재보살에게 공양올리면,
이 사람은 몸에서 묘한 향기가 나게 되고, 태어나는 곳마다 몸의 모습이 원만할 것이다.’
이렇게 노인이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신력을 말하고 나자,
이때 모든 사람이 각각 처소로 돌아가고 노인도 이미 설법을 마치고서 돌아갔다.
[기타수림 정사에 가서 세존을 뵙다]
이때 관자재보살은 허공으로 올라가
‘내가 오랫동안 미사부여래를 뵙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이제 기타수림 정사에 가서 세존을 뵈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관자재보살이 곧 정사에 도착하여 보니, 무수한 백천만의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ㆍ비인과 또 무수한 백천만의 보살이 다 모여 있었다.
이때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곳에 오는 이는 어떤 보살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가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다.’
그러자 허공장보살이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관자재보살이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나 왼쪽에 앉으니, 세존께서 위로하여 말씀하셨다.
‘너는 피곤하지 않느냐?
선남자야, 네가 다른 곳에서 교화한 일은 어떤 것이냐?’
그러자 관자재보살이 곧 전에 교화한 일을 말씀드렸다.
‘제가 이미 이와 같고 이와 같이 유정들을 구제하였습니다.’
이때 허공장보살이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일찍이 없었던 일을 괴이하게 여기며,
‘지금 내가 이 관자재를 보니, 보살로서 능히 이와 같은 국토의 유정을 구제하여 여래를 뵙게 함으로써 유정들에게 보살이 되어주는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이때 허공장보살이 관자재보살의 앞으로 가서 보살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와 같이 교화하여 구제하여도 피로하지는 않으십니까?’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피로함이 없습니다.’
안부 묻기를 끝내고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이때에 세존께서 선남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너희를 위하여 육바라밀다법을 말하겠노라.
선남자야, 만약 보살이 되면 먼저 보시바라밀다를 수행한 뒤에, 이와 같은 지계ㆍ인욕ㆍ정진ㆍ정려ㆍ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여라. 이와 같이 하면 원만구족함을 얻으리라.’
이 법을 말씀하시고 나서 잠자코 머물러 계시니,
이때 모인 대중들이 각각 물러가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고,
보살들도 역시 물러가 본래의 불국토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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