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언동자경 상권
[4력, 믿음ㆍ정진ㆍ의지ㆍ지혜의 힘]
무언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여래께서 여러 보살들에게 강설하신 4력(力)을 제가 기억하건대,
첫째는 믿음의 힘이고, 둘째는 정진의 힘이며, 셋째는 의지의 힘이고, 넷째는 지혜의 힘이라고 하셨나이다.
원컨대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 네 가지 힘을 자세히 분별하여 말씀해 주소서.
보살이 그 믿음과 정진과 의지와 지혜의 힘을 독실히 한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무언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자세히 듣고서 잘 기억하여라.”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즐거이 듣고자 하나이다.”
무언보살은 분부를 받들어 설법을 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가령 보살이 모든 불법을 믿되 기꺼이 사랑하고 순종하여 의심하지 않고 주저하지도 않는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도를 구할 때 이 경전에 뜻을 두어 사모하고, 게으르지 않고 겁내거나 약해지거나 물러서지 않는다면 곧 정진의 힘이니라.
그 뜻을 거두고 공덕의 뿌리를 모아서 잊어버릴 것이 없고 그 마음이 어지럽지 않아 불도를 향한 마음을 버리지 않으며 진정한 마음을 일으켜 도를 힘써 돕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일체의 법에 대해 밝은 지혜를 닦아서 다른 지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자유로움을 얻고 지혜가 거리낌이 없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부처님께서 또 다시 무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성현을 믿음으로서 3계에서 홀로 뛰어나 의심되거나 어려운 일이 없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정근(精勤)을 베풀어 공경하는 마음으로 받들어 순종한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마음으로 현성이 선설하신 말씀을 항상 기억하여 조금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성현을 따라 지혜와 경전의 근본을 듣는다면 받들어 행할 수 있으니,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가령 죄복(罪福)의 과보를 독실히 믿어 의심을 품지 않는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해야 할 일을 부지런히 수행하면서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일으키는 업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죄와 복에 대한 갚음을 깨달아 일체의 법을 분별한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무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보살의 그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어서 그 마음을 감싸안아 불도의 가르침에 수순할 수 있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이끌어서 받아들이는 마음을 잘 길러낸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그 마음을 항상 전일한 마음에 순응하게 한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마음으로 일체 모든 법을 허깨비처럼 관찰한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일체의 법을 모두 다 공하다고 믿는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정진을 닦음으로서 모든 얽매인 소견에서 벗어난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안팎의 공한 이치를 듣고서도 두려운 마음을 느끼지 않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끝내 공하고 본말(本末)이 모두 공함을 관찰한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상(相)도 없고 원(願)도 없어서 일체의 법에 조작하려는 행이 없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이러한 도법(道法)으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분별하여 해설한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가령 모든 법에 이렇게 생각하되 하는 행동이 편안하고 자상하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과거에 강설한 일체의 법에서 올바르고 선창(宣暢)해야 할 것을 함께 해서 선창하며, 추구하는 어떤 것도 영원히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일찍이 모든 대도에서 마음으로 가진 것을 스스로 버리고자 하여 믿고서 보시하기를 생각한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버릴 것이 있지만 게으름을 품지 않는다면 이를 정진의 힘이라 하며,
겁내거나 어긴 적이 없고 내 것을 버려서 남에게 보시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힘써 돕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보시하는 자도 없고 보시 받는 자도 없으며 그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계율을 받들어 행하되 진정한 계율의 과보가 실재함을 믿고서 성취한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정진을 닦음으로서 파계하려는 마음을 모두 없애버린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언제나 도심(道心)을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서 계율을 존중하되 모두 일체지(一切智)를 힘써 돕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몸은 그림자와 같고 말은 메아리와 같고 마음은 허깨비와 같다고 보며, 계율에 대해서도 아무런 할 것이 없다고 관찰한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인욕을 성취하되 인욕에 대한 위세(威勢)를 믿는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정진을 행하기 위해 온갖 생각을 용납하지 않고,
거친 말을 연출하여 남에게 퍼부으려 하거나 삿된 길을 따르지 않으며,
설령 온몸의 살과 팔다리가 갈기갈기 찢기는 한이 있더라도 인욕의 힘을 모아 조금도 성내지 않고 더욱 자비로운 마음으로 인욕한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인욕을 행함과 동시에 인욕하는 마음으로 일체지를 힘써 돕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몸에 대한 의식이 없음으로써 마침내 몸과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도법을 위해 정진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이 도법을 믿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돈독한 신심을 일으킨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잠시라도 정진을 버리지 않고서 항상 정진을 행하되 집착하는 일 없이 다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올바른 경전을 옹호하고 온갖 공덕의 뿌리를 심으며,
일체중생을 위해 부처님을 받들어 공양하고 수순하며,
불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하고 치장하며 명칭과 공덕을 갖춘다면 곧 정진의 힘이니라.
모든 중생의 성냄과 미워함과 게으름과 더러움을 모두다 깨끗이 제거하기 위해 공덕의 갑옷[德鎧]을 입고서 정진을 닦아 곧 일체지를 힘써 돕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도에 대한 생각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위의와 예절의 올바름을 잃지 않고, 법을 선택하여 정진함으로서 일체 모든 법의 처소에서 거리낌이 없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고요한 처소에 홀로 있기를 좋아하고 온갖 모임을 좋아하지 않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선정을 일으킨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정진을 행하고 선정을 닦아서 해탈문의 삼매에 든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어떤 처소에 있더라도 선정을 닦음에 있어서 동요하지 않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니라.
모든 상대하는 외부 경계에 오롯한 마음으로 관찰하되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함과 나 없음을 깨달아 선정을 어지럽히지 않고 선정을 가볍게 업신여기지도 않고 선정에서 물러서지도 않으며 훌륭한 방편으로 알맞게 한다면 그것이 곧 훌륭한 방편으로 이끌고 나아가 지혜의 힘을 이룩함이니라.
또 모든 도무극(度無極)과 도품(道品)의 법을 듣고서 들은 그대로 믿는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들은 일체를 잊지 않고 굳게 간직했다가 다른 사람을 위해 방편을 찬탄하고 법을 베풀어주되 만약 잘 받들지 않는 이면 잘 받들고 따르도록 하여 스스로 본말(本末)을 살피도록 한다면 곧 정진의 힘이니라.
중생계에 처해서도 마음이 어지럽지 않고 애욕 속에 노닐면서도 연꽃처럼 더럽혀짐 없이 일체 중생을 교화한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3계가 공함이 마치 물거품과 파초와 아지랑이와 그림자와 메아리와 허깨비와 같다고 관찰하여 듣지 못한 이들에게 열어서 보여준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자비롭게 중생들을 대해 그 인자함이 두루하지 않은 곳이 없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크고 자비한 마음을 믿어서 마음으로 일으키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곧 정진의 힘이며,
마음으로 바른 경전을 좋아하여 법의 즐거움을 버리지 않고서 항상 받들어 행한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마음에 집착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을 품지 않고 차별을 두지 않고 스스로가 정진도 정진 아님도 없이 고요한 관찰로서 바른 법을 수행한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사람의 몸을 생각하되
‘몸이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온갖 악과 번뇌로 더럽혀지고 황폐하고 어지러운 온갖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영구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인데도 독용이나 독사와 같은 이 몸에 공양하고 그런 몸으로 삿된 행을 일으킨다’고 이렇게 훤히 깨닫는다면 곧 믿음의 힘이고,
금방 온갖 고통의 환란에 빠지고 온갖 번뇌에 헤매는 것이 바로 생사의 이치임을 깨달아 불법을 관찰한다면 곧 정진의 힘이니라.
가령 마음이 착하지 않은 곳을 따라 변하려 하더라도 끝내 착하지 않은 곳을 따르지 않고 마음으로 성문ㆍ연각도 따르지 않으며
마음이 더러운 욕심과 탐욕과 질투에 따르지도 않고
마음이 파계한 자나 나쁜 지혜를 지닌 자를 다르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곧 의지의 힘이고,
법의 지혜에 들어가 지혜의 구절을 분별하고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지혜를 선창(宣暢)하고 몸으로 깨닫는다면 곧 지혜의 힘이니라.
또 환희심을 내는 것이 믿음의 모습이고
물러나지 않는 것이 정진의 모습이며
올바르게 관찰하는 것이 의지의 모습이고,
이치를 모두다 깨닫는 것이 지혜의 모습이다.
믿음의 힘을 실천하고 정진의 힘을 버리지 말며, 의지의 힘을 잃지 말고 지혜의 힘을 닦아 병에 맞게 약을 주듯 사람들에게 설법하라.
모든 장애를 훤히 깨닫는 것이 돈독한 믿음이고,
모든 장애를 건너는 것이 정진이며,
다시 집착할 것 없는 것이 의지이고,
장애를 잘 살펴서 깨닫는 것이 지혜이다.
불법을 좋아하여 독실한 믿음을 일으키고 돈독한 믿음을 일으킴으로서 도를 구하는 의지를 일으키는 것이 믿음의 힘이고,
온갖 행을 닦아서 도품(道品)의 법을 쌓는 것이 정진의 힘이니라.
법인에 유순(柔順)한 것이 의지의 힘이고,
무소종생법인을 얻게 된다면 지혜의 힘이니라.
믿음의 뿌리가 바로 믿음의 힘이고,
정진의 뿌리가 바로 정진의 힘이며,
의지의 뿌리가 바로 의지의 힘이고,
선정의 뿌리로 대성(大聖)의 뿌리를 두루 통달하지 않음이 없게 되는 것이 바로 지혜의 힘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네 가지 힘을 말씀하시자 그때 8천 보살은 무소종생법인을 얻고 4만 2천 사람들은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겠다는 마음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