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녀소문경 제2권
3. 총명품(聰明品)
[보녀의 총명의 지혜]
이에 현자 사리불이 세존께 여쭈었다.
“전에 없는 일이옵니다. 하늘의 하늘이시여, 이 보녀의 말솜씨야말로 모든 것을 잘 분별하고 해설한다 하겠으니,
그는 본래 총명한 지혜가 있기 때문에 이 중요한 일을 두루 꿰뚫어 널리 연설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사리불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보녀가 법요(法要)를 연설하는 것이 총명한 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러한 생각을 하지 말라. 이 보녀는 이미 한없이 총명한 변재를 얻었노라.”
그때 기년(耆年) 사리불이 보녀에게 물었다.
“그대가 분별하는 그 총명의 지혜로써 해탈의 방편을 말할 수 있겠는가?”
보녀가 대답하였다.
“사리불이여, 일체의 법은 다 총명한 지혜로 만든 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리불이여, 보살이 법을 분별 해설함은 바로 총명한 지혜이니,
왜냐 하면 일체의 중요한 이치를 포섭하여 취하기 위해 도심(道心)을 일으키므로 이것이 총명한 지혜이며,
법계를 평등히 받들기 위해 도심을 일으키므로 이것이 변재(辯才)의 지혜입니다.
그러므로 그 말씀이 다 생각이 끊어진 경지에 들어가 명철한 지혜와 일체의 이치에 순응하는 지혜를 나타내며, 이 도심을 일으킴으로써 걸림없고 끊임없는 변재에 도달하나니, 이것이 이른바 변재의 총명한 지혜입니다.”
보녀가 다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모든 이치에는 지어감이 없고 집착을 떠나 그 훌륭한 뜻과 총명한 지혜로 항상 환술[幻] 같은 법의 이치를 잘 생각하며, 또 법사(法事)를 위해 모든 법문을 통달하되 명철한 마음 자리에 돌아가 6정(情)에 치우치지 않고 마음에 아무런 집착이 없고 변재에는 걸림이 없으며 총명의 지혜로써 그 모든 법과 법 아닌 것을 분별하여 법의 담박함을 보아야 하나니, 그것이 바로 이치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변재란 그 이치를 나타내기 위해 음성을 빌릴 뿐이고 언사(言辭)에 붙일 따름입니다.
불(佛)이라면 이치를 깨닫지 않은 것이 없고 모든 법이 또한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치에 순응하여 법을 분별하나니,
변재를 지닌 자라면 자유로이 법을 분별하되
법의 이치에 따라 욕심 없는 법이라야 법이라 할 수 있고
순응하는 법이라야 법이라 할 수 있고
법다운 변재라야 변재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이치와 함이 없는 이치와 회합(會合)의 이치라야 총명한 이치이며,
회합의 이치란 모든 이치가 회합된 한 가지 법 맛[法味]의 이치인 것입니다.
성중(聖衆)들이 이러한 멸진(滅盡)의 이치에 순응하여 그 멸진에 따라 분별하므로 이를 변재라 하니,
사리불이여, 모든 법을 위해 그 문장과 구절을 강설하되 항상 이 법을 관찰한다면 총명한 지혜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