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 제1권
[니건타]
이때 80구지(俱胝)의 니건타(尼乾陀) 무리가 부처님 처소로 찾아와 모두들 모임 속에 들어가 각각 한 쪽에 앉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瞿曇)이여, 우리들은 그대를 이길 수 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반복해서 말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부처님 여래만이 참으로 이긴다[勝]는 이름을 얻을 수 있으니, 그 어떤 곳에도 나를 이길 자는 없다.”
니건타가 말하였다.
“그대 구담 혼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너희 니건타가 기어코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전도된 견해요, 진실한 견해가 아니다.
너희들은 무엇을 이긴다[勝]고 하는지, 생각하는 대로 말해보라.”
이때 니건타 무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묵묵히 서로 눈치만 보며 쳐다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부처님의 지혜에 이미 들어간 중생이나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이나 날카로운 근기나 둔한 근기나 일체 중생을 모두 제도하여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이익을 주신다.
이것을 두고 ‘이길 자가 없다’고 한다.
너희들은 잘 생각해 보도록 하라.
자신의 몸과 마음이 모든 고통으로 핍박을 받는 줄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긴다고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모든 부처님의 미묘하고 광대한 바른 법을 보여주겠다.”
모든 니건타 무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갑자기 크게 성을 내며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냈다.
이때 제석천왕이 선법당(善法堂)에 머물며 천안(天眼)으로 보고는 즉시 금강저(金剛杵)를 지니고 찾아와 모임 속에 들어가 그들을 쳐부수고자 하였다.
니건타 무리는 모두 놀랍고 두려워 큰 근심과 번뇌를 일으키며 울부짖었다.
얼마쯤 있다가 세존께서는 대중 속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지셨다.
모든 니건타 대중은 부처님 세존께 그제야 우러러볼 생각을 내려하는데 홀연히 부처님께서 보이지 않자 더욱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이
쓸쓸한 빈 들판에 홀로 처하여
구해줄 이 없을까봐
두려워하는 이와도 같습니다.
메마른 강에
노는 고기 의지할 바 없듯이
다 꺾여진 수풀에
나는 새 쉴 곳 없듯이
저희들이 지금 겪는 두려움과
괴로움과 번뇌도 그렇습니다.
부처님 세존이 보이지 않으시니
그 누가 구제하고 보호하겠습니까?
모든 니건타 대중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고자 저 두 무릎을 굴려 땅을 눌렀을 때, 그 눌린 땅에서 홀연히 큰 소리가 나면서 모든 인간 천상의 대중을 두루 진동시켰다.
모든 니건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두 발 가진 존재 중에 가장 수승하신 분이시니, 부디 자비로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보용보살에게 중생을 제도하게 하다]
이때 세존께서 즉시 몸을 나타내어 다시 본 좌석으로 돌아와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모든 니건타 대중을 위해서 법을 설해 교화하고 제도하도록 하라.”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안됩니다, 세존이시여. 묘하고 빼어난 수미산이 높이 드러났을 때 조그만 검은 산이 그 곁에 위치한 것과 같은데, 어떻게 같이 놓고 비교한단 말입니까?
지금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저를 보내 법을 설하게 하시는 일도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선남자야, 훌륭하고 묘한 여래의 방편으로 시방 세계 어디서나 설하는 법은 다 여래의 자비로우신 원력으로 건립한 것이다.
이 모든 니건타들이 나를 좋아하고 기뻐하니 나는 그들에게 위없는 법의 요체를 설할 것이다.
보용아, 너는 지금 시방 세계에 가서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법을 펼쳐 교화하도록 하라.”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신통력이 매우 보잘것없으니 부처님의 크신 자비로 저에게 신통한 힘을 빌려주시지 않는다면 끝내 가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이제 너의 신통력과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이렇게 가거라.”
보용보살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들고 즉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홀연히 모임 속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생노병사의 두려움을 설하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이른바 태어남은 큰 고통이니, 태어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일어난다.
태어나면 병드는 공포가 있고,
병드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늙는 공포가 있으며,
늙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가 있다.
태어나는 일이 무엇 때문에 두려운가?
뭇 괴로움이 핍박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일이 원인이 되면 곧 모든 공포가 있게 된다.
태어날 일이 없다면 공포가 무엇을 따라 일어나겠는가?
이로 말미암아 라야(囉惹)의 난리를 겪는 공포가 있으며,
취라(★囉)의 난리를 겪는 공포가 있으며,
매우 심한 독에 중독되는 두려움이 있으며,
불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물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바람의 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고
나아가 우레 우박 등의 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자신이 지은 착하지 않은 업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 있다.
이런 두려움들은 태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만일 태어나는 법을 요달하면 바로 모든 두려움을 여의게 된다.”
세존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을 위하여 간략히 이 두려운 법을 설하시고 나자,
그때 모든 니건타 대중은 마음이 활짝 열려 잘못을 후회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어리석어 바르지 않은 견해를 일으켜 진실한 도를 배반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어겨 깊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저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 말을 하고 나서 18구지의 니건타 대중은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고, 즉시 18구지의 큰 보살 대중이 되었다.
그들 하나 하나가 다 10지(地)를 완전히 얻어 신통한 힘으로 각각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냈으며, 부처님의 몸, 보살의 몸, 연각의 몸, 성문의 몸, 내지는 하늘ㆍ사람ㆍ용ㆍ신ㆍ일체 세계 유정류 등의 몸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각각 보배로 된 연꽃 좌석을 변화로 만들어내어 정확히 반으로 나눠 부처님 좌우에 두고,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각각 자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