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보살경 제2권
그때 사리불이 무진의 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에게 다함없는 법이 또 있습니까?”
[보시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 다함없다]
무진의 보살이 말하였다.
“있습니다. 보살이 보시[檀]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 다함없으니,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이 보시를 수행함에 한량이 없다는 것은 이른바 먹을 것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먹을 것을 주어 수명과 변재와 몸을 충만하게 하는 힘과 즐거움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마실 것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마실 것을 주어 목마름을 여의게 하기 때문이며,
옷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옷을 주어 청정한 몸을 갖추어 부끄러움을 없애게 하기 때문이며,
타고 다닐 수레가 필요한 자에게는 수레를 주어 온갖 안락을 얻고 신통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등불이 필요한 자에게는 등불을 주어 부처님의 눈처럼 청정함을 원만히 갖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음악을 베풀어 주어 천이통(天耳通)의 맑게 트임을 원만히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향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향을 주어 몸에서 원만하고 미묘한 향이 나게 하기 때문이며,
다리[鬘]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다리를 주어 칠각[七覺]의 다라니꽃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바르는 향이나 가루 향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그에 맞게 모두 베풀어 주어 계율ㆍ지혜ㆍ선정을 갖추어 그 몸에 배어들어 바르게 하기 때문이며,
갖가지 맛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그들의 생각대로 베풀어 주어 맛의 모양을 성취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의지할 데 없는 자에게는 의지할 곳을 베풀어 주어서 중생을 위해 충분히 구호하여 귀의하게 하기 때문이며,
깔자리[敷具]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깔자리를 모두 베풀어 주어서 마침내 번뇌[陰蓋]를 끊어 버리고 범천과 현성과 여러 부처님의 묘한 상좌[床座]를 성취하게 하기 때문이며,
앉을 자리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자리를 주어서 삼천대천세계를 도량으로 삼아 금강좌(金剛座)의 자리를 다 성취하게 하기 때문이며,
또 그들이 바라는 것에 따라 모든 것을 베풀어 주어서 보리에 필요한 온갖 것을 성취하게 하기 때문이며,
병에 따라 약을 베풀어 주어서 늙고 죽음이 없게 하여 감로의 법약(法藥)을 다 성취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심부름꾼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는 모두 심부름꾼을 주어서 자재한 지혜를 원만히 갖출 수 있게 하기 때문이며,
또 금ㆍ은ㆍ유리ㆍ파리(頗梨)ㆍ진주 가패(珂貝)ㆍ벽옥(碧玉)ㆍ산호(珊瑚) 따위의 갖가지 보배로써 베풀어 주는 것은 대인의 32상(相)을 원만히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갖가지 영락(瓔珞)으로써 베푸는 것은 80종호(種好)를 원만히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코끼리ㆍ말ㆍ수레를 베푸는 것은 대승을 원만히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또 가지고 있는 동산을 보시하는 것은 선지(禪支)를 갖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거느리고 있는 처자(妻子)를 보시함은 위없는 도법(道法)에 대한 사랑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창고에 있는 곡식과 재물로 보시하는 것은 모든 선법(善法)의 보배 창고를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염부제(閻浮提)나 사천하(四天下)를 그 뜻에 따라 보시하는 것은 법왕(法王)의 국토를 원만히 갖추어 자재함을 얻게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오락 도구들을 보시하는 것은 한량없는 법의 즐거움을 갖추어 즐겁게 하기 때문이며,
다리와 발로써 보시하는 것은 법의 발을 갖추어 도량에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며,
손으로써 보시하는 것은 법의 손을 원만히 갖추어서 중생을 어루만져 즐거움을 얻게 하기 때문이며,
귀와 코를 가지고 보시하는 것은 모든 감관을 원만히 갖추어 다 예리하게 통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또 눈을 가지고 보시하는 것은 걸림 없는 법안(法眼)을 원만히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머리를 가지고 보시하는 것은 삼계(三界)에서 가장 훌륭한 모든 지혜를 갖추게 하기 때문이며,
피와 살을 가지고 보시하는 것은 모든 견고하지 못한 것을 견고하게 하기 때문이며,
수뇌(髓腦)를 가지고 보시하는 것은 금강 같은 몸을 갖추어 무너지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보살은 삿된 생활로 재물을 구해서 보시하지 않고, 중생을 괴롭히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을 억지로 구하여 도로 남에게 보시하지 않으니, 겁내는 보시와 부끄러운 보시와 인색한 보시가 없으며,
그 허락해 주는 바대로 하여 덜거나 더함이 없이 보시하고, 사랑하지 않음이 없이 보시하며, 끝까지 언제나 보시하므로 끝내 보시하지 않음이 없으며,
아첨하는 보시와 간사한 보시가 없고, 업보를 의심하여 보시하지 않으며, 삿된 생활에 의한 보시가 없고, 어리석은 보시가 없으며, 믿지 않는 보시가 없고, 알지 못하는 보시가 없습니다.
지치거나 어려워하는 보시가 없고, 의지하거나 집착하는 보시가 없으며,
선택하는 보시가 없고, 다른 모양의 보시가 없으며,
받을 자를 구하여 보시하지 않고, 받지 못할 중생이 없으므로 계율을 가졌거나 계율을 범하였거나 간에 더하고 덜 하는 보시가 없으며,
받는 자에게 갚기를 바라고서 보시하지 않고, 이름을 구하려고 보시하지 않습니다.
또 보시를 헐뜯거나 칭찬하지 않고, 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은 보시도 없으며,
불타는 번뇌의 보시도 없고, 후회하는 마음으로 보시하지 않으며,
보시를 자찬하지 않고, 잡되거나 더러운 보시가 없으며,
업보를 바라고서 보시하지 않고, 일정한 곳에 보시함이 없으며,
미워하거나 성내거나 더럽게 여기거나 사랑하는 따위의 보시가 없습니다.
와서 구걸하는 자가 있을 때 괴롭게 하거나 해치면서 보시하지 않고, 업신여기거나 쉽게 여겨 보시함이 없으며,
얼굴을 찡그려 가면서 보시하지 않고, 던져주면서 보시하지 않으며,
까닭 없는 보시가 없고, 손수 주지 않는 보시가 없으며,
떳떳하지 않은 보시가 없고, 끊어버리는 보시가 없으며,
질투하거나 교만한 보시가 없습니다.
한계를 둔 보시가 없고, 그가 허락하여 주는 것 그대로 사고팔지 않고서 보시하며,
감내하거나 감내하지 않는 보시가 없고, 복 밭 아닌 보시가 없으며,
적은 보시라 해서 깔보지 않고, 많은 보시를 찬탄하지도 않으며,
쇠퇴하여 줄어드는 보시가 없고, 후생(後生)을 구하기 위하여 보시하지 않고, 자재 로이 재보(財寶) 얻기를 구하여 보시하지 않습니다.
제석천왕과 범천왕과 호세(護世)천왕과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은 모든 과보를 바라고서 보시하지 않으며,
성문과 연각의 승(乘)을 원하여 보시하지 않고, 왕자로서 자재롭게 되기를 바라면서 보시하지 않으며,
한 세상만을 위한 까닭에 보시하지 않고, 만족을 느끼는 보시가 없으며,
일체지(一切智)에 회향하지 않는 보시가 없고, 청정하지 않은 보시가 없으며,
때[時]에 맞지 않는 보시가 없고, 해독을 끼치는 보시가 없으며, 중생을 괴롭게 하는 보시가 없습니다.
보살이 행하는 보시는 지혜로운 이의 업신여김이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공적(空寂)함을 관찰하여 보시를 행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공훈(功勳)을 지음이 없이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세 가지 존재[三有]의 모양을 벗어나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장소를 취하지 않고서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해탈과(解脫果)를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습니다.
뭇 마군을 조복하기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번뇌와 애욕을 끊기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잘 분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보리를 돕기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바르게 회향하기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도량과 해탈의 과(果)를 장엄하기 위하여 보시하므로 다함이 없으며,
이 보시는 끝이 없으므로 다함이 없으며,
이 보시는 파괴됨이 없으므로 다함이 없습니다.
또 이 보시는 끊어지지 않으므로 다함이 없으며,
이 보시는 넓고 크므로 다함이 없으며,
이 보시는 머묾이 없으므로 다함이 없으며,
이 보시는 항복시킬 수 없으므로 다함이 없으며,
견줄 것이 없는 보시이므로 다함이 없으며,
이 보시는 일체종지(一切種智)에 나아가므로 다함이 없으니,
사리불이여, 이것을 보살이 보시를 수행하되 다함이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