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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동자인연경 제4권
[일조 반수가 구원을 청하다]
그때에 일조 반수는 바다를 건너서 이익을 얻고 성공하여 며칠이 안 걸려 왕사성으로 돌아왔다.
성에 들어올 때에 반수는 갑자기 불길한 조짐을 보고는 마음이 놀라고 몸이 흔들리며 두 눈이 깜빡여졌는데, 그 조짐이란 앞에서 새떼들이 모여서 거칠게 우는 것이었다.
일조는 본래 점칠 줄 알았으므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본 조짐은 아주 상서롭지 못하구나.
틀림없이 내 아들 금색 동자에게 시끄러운 일이 가까이 있을 것이며, 상법(相法)의 말대로 틀림없이 헤어짐이 있을 것이다.’
이에 반수는 게송을 말하였다.
나의 두 눈이 함께 깜박이고
온갖 날짐승이 거세게 우는 것은
틀림없이 지금 내 아들에게
이별의 괴로움이 가까움일세.
또한 팔다리가 흔들리고
이렇게 몸 달게 무서움은
틀림없이 이제 자식을 이별하는
사나운 일이 가까움이리.
반수는 이 게송을 설하고 몸과 마음이 흔들리고 떨 때에 백천 가지 의리(義利) 없는 일들을 생각하여 머뭇거리고 맴돌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또 다시 생각하니 내가 왜 다시 이 성에 왔는가 싶었다.
그런 뒤에 많은 사람들이 소리 높여 아우성치는 것이 들렸다. 일조는 아우성소리를 듣고 또 다시 생각하고는 곧 네거리로 나갔다. 거기서 다시 많은 사람들을 보았는데 마치 나찰(羅刹)의 두려움이 뇌를 침범한 것처럼 모두가 이별의 고뇌를 갖고서 일조 앞에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을 보고 물었다.
“여보시오, 지금 무엇 때문에 상황이 이러하오?”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일조 반수에게 금색 동자란 아들이 있어서 얼굴이 단엄하고 모든 덕을 두루 갖추었는데, 그 동자가 자기의 별장에서 가시손나리를 죽였다고 하여 관리가 자세히 조사하지도 않고서 벌을 집행하는 이에게 부치었으며, 네거리에 두어서 대중에게 알렸으니, 멀지 않아서 동자는 기시림에 끌려가서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이때에 일조 반수는 이 말을 듣고 아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고뇌가 핍박하여 곧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물을 얼굴에 끼얹고 조금 후에 깨어났는데, 붙들어 차츰 일으키니 그는 목 놓아 울어 눈물이 비오듯 하였다.
사방을 돌아보고 살피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아이고, 내 자식 금색 동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때에 반수는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두루 찾다가 아내를 발견하였는데,
그녀는 정신없이 산발을 하고 무릎을 치고 슬피 울면서 뛰어 돌아다녔다.
아들은 여읜 극심한 괴로움 때문이었다.
일조는 보고서 어찌나 슬펐던지 목이 메인 채 눈물만 흘리면서 차츰 가까이 갔다.
아내는 남편을 보자 더욱 갑절이나 슬펐다. 근심의 화살이 심장을 쏘아서 눈물을 비오듯 쏟으면서 남편 앞으로 달려가 온 몸을 땅에 던졌다.
일조 반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소리 높여 물었다.
아내는 그때야 비로소 앞에 와서 공손히 인사하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 나를 구원하시오. 나를 구원하시오. 나는 당신에게 사랑하는 자식을 비옵니다.
당신이여, 살피소서.”
그녀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라오니 당신은 나를 위로하소서.
나에겐 복도 없고 환희도 없나이다.
나는 이제 아들과 이별할 때라
너무도 기가 막혀 울기만 하옵니다.
당신께서 알다시피 그 아들 낳을 때에
천상을 얻은 듯 그렇게도 기뻤는데
어찌하다 그 자식 지금에는
붙들려 죽음 받아 오래 가지 못하나요?
내 아들 순하고 착하여서 우락부락 않았으며
여러 경전 모두 밝게 알고
얼굴은 단정하기 짝할 이 없었어요.
지혜롭던 그 아들 장차 죽으면
우리 종족의 종성이 깨어지며
우리 종족의 근원이 깨어지며
종족의 밝은 횃불이요 큰 길상(吉祥)인
이와 같은 모든 광명 깨진답니다.
내 아들 곧 마음속 보물이요
상속(相續) 중에 깊은 사랑이며
대중 속에 단 이슬의 눈이었는데
법 맡은 이에게 죽임을 당한대요.
모든 것 다 자식 위해 하였지요.
자식을 잃는 것은 눈 빠지는 것
마음의 보배 모으기는 아들 또한 그렇더니
어찌하여 지금에 파괴한대요.
당신은 서둘러서 용기내야죠.
자식 위해 모든 방편 베푸소서.
만약 누가 내 자식 구한다면
일체의 값진 보배 나는 주리다.
내가 보니 당신 아들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어요.
당신이 좋을 대로 생각하시어
지금 서둘러서 구원하세요.
그때에 일조 반수는 비록 아들을 여의는 걱정으로 서러움이 핍박하였으나 다시 분연히 깨우쳐서 몸과 마음을 붙들고 대중들 속에 나가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여러분들은 모두 내 말 좀 들으시오.
나는 지금 험악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였는데, 당신들은 어찌하여 방편을 써서 석방시키는 구원을 조금도 베풀지 않습니까?
텅 빈 들 가운데 일이라면 밝게 살펴보기 어렵겠지만 지금 왕사성에서 일어난 일인데 어찌 보지 못하였소?
더구나 내 자식은 덕이 있어 밝게 나타났거늘 어찌하여 법 맡은 이에게 넘겨서 장차 죽도록 합니까?
당신들은 어찌하여 동정심을 내서 힘써 구원하지 않습니까?
왕은 어찌하여 많은 법률을 자세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며 마음을 억세고 날카롭게 하여서 내 자식을 놓아 주시지 않는가?”
이때에 여러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반수여, 당신의 동자가 온갖 덕을 두루 갖춘 것을 우리들도 잘 압니다.
또한 지금 당신 한 사람만이 괴로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안팎 모든 사람들의 슬픔 또한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직 동자를 석방시킬 방편을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들은 제각기 걱정하고 애태웁니다.”
반수는 다시 말하였다.
“여러분은 아셔야 합니다.
이 동자는 끝끝내 순진하였으며 유독 자비심이 많고 큰 위덕을 가졌으며, 법에 대한 욕망[法欲]이 구족하여 중생을 사랑하였습니다.
어찌 그러한 옳지 못한 일에 마음을 내었겠으며 더구나 삿된 일을 행하였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속히 이번 일이 혹 상세히 조사되었나를 특별히 조사하여서 이 동자가 무고하거든, 이러한 어려움에서 석방시키도록 하십시오.
여러분들이 만일 이 일에 대한 상세한 증거를 성립시킨다면 모든 사람들은 여러분들의 지시를 따를 것이며, 그러므로 조그만 과실도 없을 것입니다.
이 밖에 따로 동정하는 마음을 발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덕이 있는 이를 잘 사랑하고 공경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발현하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동정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마땅히 왕의 처소에 나아가서 왕께 대신에 명령하되 여러분의 말한 대로 지시하시게끔 요구하십시오. 아마 별다른 일이 없으면 믿고 허락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십시오.
나는 자식을 위하여 장차 이별하는 끝내 괴로움[畢竟苦]을 구호해 주는 이에게 일체의 진보(珍寶)를 다 주겠습니다.
여러분은 널리 은혜를 베풀어서 이 동자를 위해 합리적으로 자세히 살펴 주십시오.”
이때에 여러 사람들은 반수가 말한 것을 듣고 모두 자기의 뜻을 밝혀 서로 말하였다.
“지금 이 동자는 온갖 덕을 다 갖추었으니 매우 사랑하고 공경할 만하다.”
[왕이 조사를 명했으나, 대신 용려는 형을 집행하려 하다]
곧 그들 가운데서 지혜 있고 이치에 밝은 두세 사람을 불러서 왕궁에 보내어 왕께 아뢰었다.
“만약 왕께서 금색 동자를 위하셔서 저 대신에게 명령하시어 죄 있고 없음[虛實]을 살피게 하시되 거듭 상세히 살피도록 하시면 저희 민중들이 십만 금을 왕께 바치겠습니다.”
아뢴 대로 왕은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대신 용려에게 상세하게 조사하라는 왕명을 전하고자 장법사(掌法司)로 갔다.
그때 대신 용려는 두세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질문하였다.
“너희들은 이 일과 관련이 없거늘 어찌하여 여기 오느냐?”
그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왕사성에 사는 사람들이온데, 애절하게 호소합니다.
대신이시여, 금색 동자는 얼굴이 단엄하고 온갖 덕을 두루 갖추었으므로 많은 사람이 사랑합니다. 그가 죽게 되어 왕사성의 모든 인민들은 극도로 애태웁니다.
더구나 그 사람은 항상 바른 법과 모든 법률을 좋아하며 덕과 행실이 구족하여 조그만 허물도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은 믿습니다.
또한 왕께서 대신에게 명령하시되 금색 동자를 위하여 거듭거듭 상세히 조사하여 지난 일을 자세히 가리라고[辯] 하셨으니,
우리들은 십만 금을 왕에게 바치겠으며 일조 반수 또한 많은 진보를 준비하여 왕의 창고를 불어나게 하겠습니다.”
이때에 대신 용려는 이 말을 듣고 화내어 대답하였다.
“일이 결정된 지 이미 오래인데 너희들은 어찌해서 다시 상세하게 가리게 하라고 하여, 또한 십만 금을 주어서 왕의 창고를 불어나게 하겠다 함은 무슨 말이냐?
어찌 내가 이치 아니게 재물을 취하여 왕의 창고를 불어나게 하겠느냐?
너희들은 진심으로 왕의 뜻을 알지 못하는구나.
너희들은 어디에서 교묘한 꾀를 내서 왕으로 하여금 옳지 못한 일을 하도록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방편이 아니라 곧 너희들이 비방하는 말을 내어 왕을 비방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일을 왕으로 하여금 상세히 가리게 한다면 곧 많은 사람이 죄다 파괴당할 것이다.”
이때에 대신 용려는 그들 두세 사람을 꾸짖고 나서 곧 네 명의 악한 사람, 곧 극히 악한 업을 짓는 이, 인욕하지 못하는 이, 자비심이 없는 이, 눈물[悲心]이 없는 이를 불러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속히 저 사형집행 맡은 사람들을 감독해서 성 밖으로 나가 나의 말대로 왕법에 의거하여 저 동자를 죽이도록 하고 석방하지 못하도록 하며 다른 대신이 혹 말하더라도 역시 석방하지 말라.
너희들은 나의 지시를 따른다면 매우 좋지만 만약 명을 따르지 않고 다른 의견을 내면 나는 너희들과 원수를 맺으리라.”
“예,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이때 네 감독관은 지시를 받고 각기 날카로운 칼을 잡고서 감독하며 나아갔다.
이때에 모든 사형 맡은 이들은 백 가지로 연구하며 방책을 꾀하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동자를 끌고 네거리를 빙 돌아 시가로 두루 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이 널리 알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곧 이런 말을 하였다.
“괴롭도다. 우리들은 이제 무슨 계책을 써서 이 동자를 이 어려움에서 건져 낼꼬?
우리들은 지금 어찌 이런 의롭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때 네 감독관은 각기 날카로운 칼을 들고 이들 앞에 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대신께서 지시한 명령대로 속히 처리해라.
만약 너희들이 빨리 성 밖에 나가서 법령대로 저 동자를 죽이지 않는다면 너희들의 목숨을 끊으리라.”
이들 네 명의 흉악한 감독관들은 그 모양이 무서웠다. 각기 날카로운 칼을 들었으며 부릅뜬 눈으로 사형 맡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때에 그들은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하면서 모두 말하였다.
“아이고, 이제는 이 동자를 살릴 방책이 없구나. 명령대로 사형을 집행해야겠다.”
말을 마치자 비통하여 눈에 흠뻑 눈물이 내렸으며, 이때 네 감독관은 빨리 재촉하여 금색 동자를 끌고 성 바깥으로 나갔다.
동자가 성을 나갈 때 무수한 백천 사람들이 달려와서 보고 애통하게 눈물을 홀렸으며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일조 반수의 큰 보배가 없어지는구나.
또 그는 일조 반수의 근원이며 종손인데 다 허물어지는구나.
일조 반수의 밝은 횃불이 꺼지려 하는구나.
일조 반수의 최상의 동곳이 떨어지는구나.
일조 반수의 청정한 눈이 없어지는구나.
일조 반수의 좋은 장엄이 다 흩어지는구나.
일조 반수의 마음이 쓰리고 아파서 쪼개는 것 같겠네.
일조 반수의 몸에서 목숨이 떨어지네.
아아, 어쩌자고 이 동자로 하여금 성 밖의 빈 들, 외롭고 쓸쓸한 곳에 가서 몸부림쳐도 구할 이 없고 의지할 데 없게 하는고.
이 동자는 왕사성에서 가장 훌륭하였는데, 마치 청정한 달이 라후(羅睺)에게 먹힌 것 같다.
또한 이 큰 성 왕사성에는 공중의 해가 대낮에 녹아떨어진 것 같구나.
왕사성에 사는 인민들은 감로의 눈을 잃고 방향을 놓친 것 같으며, 왕사성에 사는 인민들은 그와 서로 깊은 사랑을 맺었었는데 이제 다 뿔뿔이 흩어졌구나.
왕사성에 사는 인민들은 이제 훌륭한 장엄을 버렸으며, 왕사성에 사는 인민들은 구슬 동곳을 떨어뜨렸구나.
왕사성에 사는 인민들은 마음에 아끼던 보배를 이제 다 깨뜨렸으며, 왕사성에 사는 인민들은 눈을 잃었으니 무엇을 가지고 볼까?
우리들 이제 이 일을 당하고 어찌 즐거운 마음을 내겠는가?
진실로 우리들은 의지할 데가 없구나.”
그때 동자는 이미 성을 나갔으며 감독관들은 사람을 보내서 대신 용려에게 금색 동자가 이미 왕사성을 나갔다고 알리니, 대신 용려는 듣고 기뻐하였다.
그때에 먼저 왔던 두세 사람은 이 일을 듣고는 근심으로 시무룩하여서 쓸쓸하게 성안으로 돌아와 먼저 함께 의논하였던 사람들을 찾아서 앞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여러 사람들은 듣고 나서 근심되고 쓸쓸하여 의탁할 데 없이 서로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국왕 아사세는 나쁜 왕이라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는구나.
옛적엔 아버지의 목숨을 해치더니 이제는 그른 법을 짓는구나.
덕이 있고 얼굴 단엄하고 모두가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를 살해하게 하다니, 고약하다. 왕은 극도로 잔인하며 고약하다.
왕은 덕 있는 이를 알지 못하는구나. 왕이나 대신은 지견(知見)이 없구나.
어찌하여 바른 법률에 의지해서 상세히 살펴 가리지 않고, 훌륭하고 착한 사람을 함부로 버리는가? 또 몇 번이나 그렇게 할 것인가?
바른 법은 숨고 그른 법을 숭상하는 이 흐린 때에 나쁜 사람의 말을 믿고서 덕 있고 착한 이로 하여금 이별의 괴로움을 당하게 하는구나.
고약하고 고약하다. 정말 의리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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