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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살본행경 상권
6. 몸에 천 개의 등을 켜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다
예전에 부처님께서 아뇩달지(阿耨達池)에 계실 때에 5백 명의 아라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각각 스스로 지난 세상에 지은 행[宿行]으로 이제 도를 이루게 된 것을 말하라.”
그때 모든 아라한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각각 스스로 숙세에 지은 공덕을 말하였다.
이때 파다갈리(婆多竭梨)라는 아라한이 스스로 말하였다.
“지난 세상의 헤아릴 수 없는 겁에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명호는 정광(定光)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였습니다.
크게 자비로우시고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일체를 도우시니 중생에게 큰 의지가 되셨습니다.
세간에 출현하시어 인간과 천상을 교화하여 다 성도하게 하시고 멸도(滅度)하시니, 그 사리를 분포(分布)하여 탑묘(塔廟)를 일으켰습니다.
법이 끝나려 할 때에 저는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방도와 직업이 없어서 궁하여 땔나무를 하다가 멀리 대택(大澤) 가운데 있는 탑사(塔寺)가 매우 높은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이것을 보니 마음이 기뻐 뛰고 헤아리기가 어려워서 곧 그 탑으로 가서 그 형상을 보고 기뻐서 절을 하였습니다.
모든 여우와 이리와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들이 그 속에 갇혀서 자고, 초목과 가시덤불의 청정하지 못한 부정한 것이 가득할 뿐,
멀리 사람이 다닌 자취가 끊어져서 공양하는 자가 없는 것을 보고 제가 마음이 슬펐습니다.
여래의 위신과 공덕의 법은 깨달아 알지 못했지만 다만 기뻐하면서 초목을 베고 부정한 것을 쓸어 냈습니다.
탑을 청소하고 나서 일심으로 기뻐하면서 여덟 번을 돌고 합장하고 절하고 갔습니다.
이 공덕으로 목숨이 다한 뒤에 제15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고, 여러 가지 이름 있는 보배로 궁전을 만드니, 광명이 황홀하여 모든 하늘 중에서도 특히 높아서 가히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 천상의 수명이 다하여 다시 백 번 반복하여 전륜성왕이 되니, 7보가 자연히 풍족하였고, 4역(域)을 맡아서 다스렸으며,
또 그 수명을 마치면 항상 국왕이나 대성(大姓)ㆍ장자(長者)의 집에 태어나서 재산이 넉넉하여 헤아릴 수가 없었고,
용모가 수승하고 미묘하여 비할 데 없었으므로 사람이 보면 기뻐하면서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다닐 때에는 길이 저절로 깨끗해졌고, 허공에서 여러 가지 꽃비가 내렸는데, 이러한 공경이 나는 곳마다 자연스러웠습니다.
1아승기 90겁 동안 유전하면서 항상 천상과 인간 중에 태어나 존귀함과 영화와 호귀(豪貴)를 봉하여 받았으며, 자연히 3악도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일을 생각해도 크게 스스로 아름답고 기이합니다.
이제 제가 최후의 복과 원이 가득하여 석사(釋師)ㆍ삼계의 영웅을 만났으며,
존귀한 법에 들어와서 문득 사문이 되어 6신통이 맑고 투철해서 모르는 것이 없고,
모든 욕심을 영원히 다하여서 아라한을 이루니,
다시는 번뇌의 열이 없어서 시원하여 더움이 없으며, 마음이 청정하여 크게 편안함을 얻었습니다.
만약 능히 부처님ㆍ법ㆍ여러 스님들께 터럭만큼이라도 선한 일을 했다면 태어나는 곳에 그 과보를 받음이 커서 다함이 없는 줄로 압니다.
스스로 예전에 지은 덕행을 생각해 보니 과보의 응함이 이와 같습니다.”
파다갈리가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숙세의 행을 설하고는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가 한쪽에 머물렀다.
예전에 부처님께서 비로소 도를 얻으시고 생각하셨다.
‘중생이 어리석어서 견해가 뒤바뀌었고, 게다가 억세어서 교화하기 어려우니, 내가 설령 법을 설한다고 해도 누가 즐겨서 믿고 받을 것인가.
또한 와서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자도 없으니, 반열반을 취하는 것만 못하겠구나.’
범천이 부처님의 뜻이 열반을 취하려고 하는 것임을 알고 곧 수없는 범천의 무리들과 더불어 사람이 팔을 오무렸다가 펼 만한 동안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서 절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는 꿇어앉아서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삼계의 중생이 눈멀어 어두운 지 매우 오래 되었는데 큰 성인께서 출현하셨습니다. 오직 세존이시여, 부디 대자대비와 한량없이 큰 애처로움으로 저희의 청을 받아들이시고, 반드시 저희의 청을 받아들이셔서 법장(法藏)을 열어 연설하여 지혜의 광명을 베푸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은 깨닫기 어렵고 미혹하고 견해가 뒤바뀌어서 내가 설사 그들을 위하여서 경법(經法)을 설한다 해도 누가 즐겨 믿고 받을 것인가?
내가 일찍 니원(泥洹)을 취하는 것만 못하리라.”
이에 범천이 거듭 간청하였다.
“삼계의 중생이 오래 깊은 어둠에 있다가 억백천 겁 만에야 부처님을 만나는 것은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花)가 때가 되어야 피는 것처럼 부처님 또한 만나기 어려우니, 부디 여래께서 거듭 크게 가엾이 여기시어 어리석음이 열리도록 경법을 설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옛날에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신명과 머리와 눈과 뇌수와 살과 뼈와 피와 나라의 성과 처자 등을 놓아 버리시면서 일체에 보시하고, 중생을 위하시기 때문에
‘반드시 중생을 위하여서 큰 광명이 되리라’라는 큰 서원을 세웠다.
과거 한량없는 겁에 염부제에 큰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도사나사리(度闍那謝梨)였으며, 인자하고 용맹하며 단정함이 제일이었다.
8만 4천의 나라를 맡아서 다스리니, 그 나라가 풍성하고 인민이 안락하였다.
그때 국왕이 정전(政殿)에 앉아서 스스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무릇 사람이 세상에서 존귀하고 영화로우며, 호귀(豪貴)와 부락(富樂)이 자연스러운 것은 다 지난 세상에서 여러 가지 선행을 베풀고 지혜를 닦고 익혔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지금 자연스럽게 된 것이다.
이미 자연스러움을 얻었으나 색욕(色欲)에 미혹되어서 항상하지 않음을 생각하지 않고, 다시 내세의 복을 이을 줄 모른다면, 마치 축생이 배부르게 먹고 종일 마음을 쓰는 바가 없는 것과 같으니,
무릇 지혜로운 자는 반드시 지혜와 정법(正法)을 닦아 익혀서 날마다 이익이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문득 곁의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 중 지혜로운 자를 청하여서 나를 위하여 법을 설하게 하라. 내가 이를 듣고자 하노라.”
여러 신하들이 명령을 받고 사방의 모든 나라로 사신을 보내어서 총명하고 크게 지혜로운 자를 청하도록 명하였다.
그때 한 명의 바라문이 있었는데 학문이 넓고 지혜가 제일이었다.
와서 왕명에 응하니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어떤 바라문이 총명하고 널리 통달하였는데 와서 문 밖에 있습니다.”
왕이 듣고 기뻐서 곧 나아가 맞이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보좌(寶座)를 베풀고 맛난 성찬을 대접하였다.
음식을 먹은 후 씻고 양치하고서 왕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오랫동안 덕이 있으심을 들었기 때문에 멀리서도 존경하였습니다.
부디 큰 신선[大仙]께서는 경법을 설하여 주십시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내가 배운 이래로 해마다 부지런함과 고통으로 쌓았거늘 대왕은 어찌 곧바로 들으려고 하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라의 성과 진보(珍寶)가 필요하시다면 뜻대로 요구하는 바를 마땅히 드리오리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내게 진보와 나라의 성과 처자와 상마(象馬)가 소용없으니,
대왕이 만약 능히 그 몸뚱이의 살을 도려내어 천 개의 등불을 켠다면, 만약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땅히 법을 설하려니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경법을 듣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왕은 스스로
‘수없는 겁을 내려오면서 몸뚱이를 상실한 것이 일찍이 법을 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 법을 위해서 몸으로 등불을 삼는다면 매우 유쾌하고 좋은 일이다’라고 생각하고서,
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바라문에게 대답하였다.
“그대가 신칙한 대로 곧 받들어 행하여서 명령을 어기기 않겠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대단히 좋습니다. 어느 때에 하겠습니까?”
왕이 다시 대답하였다.
“앞으로 7일 만에 반드시 하겠습니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신칙하여 모든 국왕들에게 알렸다.
“앞으로 7일 후에 법을 듣기 위하여서 몸뚱이 위에 천 개의 등불을 켤 것이니 왕을 보고자 하는 자는 모두 다 큰 나라에 모이라고 하라.”
여러 신하들이 명령을 받고 동시에 사신을 보내어서 8만 4천 모든 나라에 하달(下達)하였다.
“대왕께서 앞으로 7일 후에 몸 위에 천 개의 등불을 켜기로 하였으니,
모든 왕과 신민들 중에 왕을 보고자 하는 자는 빨리 달려와서 큰 나라에 모이라.”
이때 모든 왕과 신민들이 듣고 놀래어 마치 부모가 죽은 것처럼 슬퍼하니 울음이 염부제를 움직였다.
모든 왕과 신민들이 모두 와서 모이니 왕이 신하에게 신칙하여 아주 넓고 평탄한 땅에 좌석을 시설하게 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명령을 받들어 즉시 넓은 땅에 자리를 마련하니, 그때 왕이 식사를 마치고 모든 부인들과 2만 명의 채녀들과 1만의 대신들이 앞뒤로 따르면서 인도하였다.
왕이 앉을 곳에서 바르게 앉으니 모든 부인들과 채녀들 및 모든 왕과 여러 신하와 인민들이 모두 다 동시에 왕 앞에서 가슴을 치면서 같은 소리로 왕에게 말하였다.
“부디 대왕께서는 대자비로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제발 몸 위에 천 개의 등을 켜지 마십시오.”
왕이 모든 왕과 신하와 백성과 부인과 채녀들에게 사례하여 대답하였다.
“내가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5도에서 나고 죽으면서 몸을 부순 것이 헤아릴 수 없었으나 일찍이 법을 위하여서 신명을 바치지는 않았다.
이제 법을 위하여서 몸으로써 등불을 삼고, 이 공덕으로 불도(佛道)를 구하여서 널리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들을 위한 큰 광명이 되어서 중생의 3독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제거하리라.
내가 성불한 때에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지혜의 광명을 베풀어 주어 생사를 비추어 없애고, 열반(涅槃)의 문을 열어서 안온한 법에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들은 나의 위없는 도의 마음[無上道心]을 물리치지 말라.”
그때 모든 모인 자들이 모두 다 잠잠하였다.
이에 대왕이 곧 칼을 좌우의 측근에게 주고서 명을 내려 도려내어 천 개의 등 자리를 만들게 하니, 그 몸뚱이에서 살을 도려낸 데의 길이가 큰 돈만큼이나 깊었다. 그 속에 기름을 부어서 천 개의 등을 만들었다.
심지를 넣고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먼저 경법을 설하시오. 그런 뒤에 등을 켜겠습니다.”
바라문이 왕을 위하여서 한 구절의 게송을 설하였다.
항상하는 것은 모두 없어지고,
높은 것도 또한 떨어지니,
모인 것에는 헤어짐이 있고,
태어난 자에게는 죽음이 있느니라.
왕이 게송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모든 신하와 부인과 채녀들에게 말하여 빠짐없이 받아서 외우게 하였고,
곧 그 게송을 써서 모든 문과 거리거리에 붙였으며,
모든 인민들에게 신칙하여 다 외우게 하였고,
아래로 염부제의 모든 왕과 신민들에게도 내려서 외우게 하였다.
이에 대왕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이제 가히 등불을 켜리이다.”
왕은 문득 서원을 세웠다.
“이제 법을 위하여서 몸으로써 등불을 삼습니다.
나는 성왕(聖王)이 되거나 위로 천제와 나아가 모든 천왕과 세계의 영화로움과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2승(乘)의 깨달음을 구하지 않습니다.
이 공덕으로 원컨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서 널리 시방의 다섯 갈래의 중생을 위한 큰 법의 광명이 되어서 온갖 어둠을 비추리이다.”
국왕이 이 서원을 일으키고 나니, 즉시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여서 위로 수타회천(首陀會天)에 이르도록 일체 궁전이 모두 흔들렸다.
그때 모든 하늘 사람들이 크게 놀라서
‘이것이 어떤 상서로움이 응하여서 땅을 크게 움직이는 것일까?’라고 여기며,
곧 천안으로써 염부제를 관하다가 보살이 법을 위하여서 몸에 천 개의 등불을 켜면서 큰 서원을 일으켜 그렇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때 모든 하늘 사람이 다 내려와서 보살이 몸에 천 개의 등불을 켠 것을 보고 수없는 하늘들이 슬피 울어 눈물을 흘렸다.
그때 천제석이 왕 앞에서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법을 위하여서 신명을 아끼지 않으니,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보살이 대답했다.
“나는 전륜성왕이나 천제나 마왕이나 나아가 범천의 왕이나 색(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나한이나 벽지불도 구하지 않노라.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 널리 시방의 한량없는 중생들을 위하여 지혜의 광명을 베풀어서 중생의 3독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밝히어 없애고, 온갖 고통을 떠나서 니원의 안락에 이르게 하리라.”
제석이 또 왕에게 물었다.
“몸에 천 개의 등을 켰으니, 아파서 후회되지 않는가?”
왕이 천제에게 대답하였다.
“아프다고 여기지 않고, 뉘우쳐 한함도 없노라.”
천제가 거듭 물었다.
“만약 뉘우쳐서 한함이 없다면 그것을 무엇으로써 증명하겠는가?”
이에 국왕이 문득 스스로 맹세하였다.
‘내가 오늘 법을 위하기 때문에 몸에 천 개의 등을 켠 것인데, 이 공덕으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여서 반드시 성불하게 될진댄,
천 개의 등의 모든 상처가 깨끗이 나아서 몸이 곧 평소대로 회복되어 상처의 흔적도 없게 될 지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몸이 곧 평소대로 회복되어서 상처의 흔적이 없고 단정하고 아름다움이 전보다도 나았다.
그때 천제석과 무수한 모든 하늘과 국왕들과 여러 신하들과 부인과 채녀와 한량없는 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모두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라고 찬탄하면서
일찍이 없던 일을 찬탄하고 기뻐 뛰었으며, 모두 10선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국왕이었던 자는 곧 나였고, 바라문은 조달(調達)이었느니라.
보살이 지혜를 구하여 정진함이 이와 같다.”
[거란본 장경에는 이 권(상권)이 하권으로 되어 있고, 중권이 상권으로, 하권이 중권으로 되어 있다. 지금 처음과 끝을 자세히 살피니 거란본 장경의 착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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