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 제2권
[범천왕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梵天王)이 큰 광명을 놓아 사위국을 비추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부처님과 앙굴마라에게 공양하고서 게송을 말하였다.
신기합니다. 웅장한 두 사자처럼
싸우시는 것 저는 보았습니다.
신기합니다. 조어(調御) 천인사(天人師)시여,
여래께서 앙굴마라를 잘 조복하셨습니다.
독사가 주술사(呪術師)에게 독기를 뿜어도
주술사는 겁내지 않고
즉시 조복하여 수그러지게 하듯이
삼계(三界)의 큰 스승도 역시 그러하여
흉악한 앙굴마라를 조복하셨습니다.
불가사의한 큰 신통력 지니신
삼계의 의원에게 내 머리 조아리며
또 자재한 왕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부처님 하시는 일 심히 기특하여
앙굴마라를 법에 서도록 하셨습니다.
그 하시는 일 수승하여 비할 수 없기에
비할 수 없는 어른이라 말합니다.
앙굴마라는 지금 수승한 업을 닦고
계율로 조복하여 아주 차분하며
몸과 마음 편해 두려움 없고
그 마음 순금 빛깔 같으며
깨끗함과 미묘함 염부단금입니다.
원컨대 여래께서 보시를 받으시어
앙굴마라에게 하늘 옷 입게 하시고
저희들도 큰 보리 얻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그가 이 옷 입고 범행 닦아
필경 청정하며 마음 동하지 않게 하소서.
그때 앙굴마라는 범천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많은 잔소리를 하고 두 가지 말[兩舌]을 하면서,
‘앙굴마라는 닦은 지가 얼마되지 않았고, 내 옷은 오랫동안 범행(梵行)을 지닌 이의 옷이다’라고 하여 헐뜯고 욕을 하는가?
그대는 나쁜 범천이요, 정말 청정한 범천의 모습이 아니며 그대는 모기에서 온 것이로다.
그대가 말한 범행이란 무슨 뜻이 있단 말인가?
무엇을 세간의 청정한 업이라고 말하겠는가?
내가 어찌 모기와 같은 이의 옷을 입고 범행을 닦겠소.
나는 또한 품팔이꾼이 되지 않겠고, 또한 남의 욕심을 따르지 않겠으며,
나는 또한 빚진 사람이 되거나 신두라(申頭羅)[신두라는 외국 요술 부리는 사람이 날아다니는 사람이 되어 희술(戱術)로 공중을 오락가락한다]와 같이 빨리 오가는 짓을 아니하겠소.
그대는 작은 모기라서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니 가서 범천의 향락이나 받다가 도로 여기에 떨어져 오시오.
보살이 몸을 받아 태어나는 진실한 공덕을 알지 못하고 법 아닌 것을 법으로 여기는 그대와 같은 무리들은 나고 죽음을 깨닫지 못하고 헷갈려서 윤회만 하나니,
아, 범천이여, 그대는 참으로 선과 악을 알고서
‘앙굴마라가 크게 나쁜 법을 지었다’고 말했는가?
그대는 바로 모기며 악한 범천이니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응당 보살의 행을 닦고 배워야 할 것이오.”
그때 범천왕은 앙굴마라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는 지금 하나 부족한 천 명의 사람을 죽이고도 아직 포악함을 그치지 않으니 매와 독수리도 그대에게 감히 접근할 수 없소.
이러한 것이 포악함이 아니라면 어디에 진짜 포악함이 있겠으며, 이러한 것이 악마가 아니라면 어디에 진짜 악마가 있겠소.
앙굴마라여, 그대는 방일하지 말고 지었던 나쁜 업을 수단껏 없애도록 하시오.
거룩하십니다. 여래시여, 참으로 크게 불쌍히 여기시어 지금 이 앙굴마라와 같은 흉폭한 중생을 제도하셨습니다.”
그때 앙굴마라는 범천왕에게 말하였다.
“모기 같은 나쁜 범천이여, 그대는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 그대는 또한 어느 곳에서 헷갈려 윤회할 것인가?
선과 악을 알지 못한 중생은 죽으면 나쁜 갈래에 떨어진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무성한 숲에 걸어가다가 밤에 나무 위에 있는 반딧불을 보고 놀라고 겁내어 되돌아와서 성안의 사람에게, ‘저 숲이 타고 있다’고 하면, 여러 사람들은 함께 가서 보고 그것은 반딧불이요, 숲이 타지 않는 것임을 알듯이, 지금 그대 나쁜 범천도, ‘내가 어리석다’고 하여 자신을 속이고 또 남까지 속이니 그대와 딴 사람들은 이 뒤에 바로 눈속임이 모인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비유컨대 어리석은 사람이 무성한 숲을 걸어가다가 무우수(無憂樹)의 꽃을 보고 ‘불이야’ 하고 외치며 겁내어 도로 성안에 들어가서 여러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 숲이 불에 탄다’고 하면 여러 사람들은 가 보고서 불이 아닌 것을 아는 것처럼, 작은 모기와 같은 그대도 그렇다. 그대와 그 밖의 사람들은 이 뒤에 착함과 착하지 않은 것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며, 또한 눈속임이 모인 것임을 알게 되리라. 다시는 이 실답지 못한 말을 내지 말고 그대는 응당 잠자코 허망한 말을 배우지 마시오.”
[4천왕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세상지기 4천왕(天王)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과 앙굴마라에게 크게 공양하려고, 공양을 마련하고 부처님과 앙굴마라를 향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신기합니다. 매우 희유하신 분
세상 영웅께서 지금 크게 싸우시며
제일의(第一義)를 문답하시고
지혜 광명으로 어둠 없애셨나이다.
신기합니다. 잘 조복하신 분
위없는 천상 인간의 스승이시니
그러므로 그 힘 한량없으사
여래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으뜸가는 발담마(鉢曇摩)처럼
청정하고도 부드러운 그 발이시여
먼지와 물도 더럽히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며
한마음으로 소원 간청하오니
반드시 앙굴마라로 하여금
저희들의 발우 받아 쓰게 하소서.
지금 앙굴마라의 좋은 모습이
마치 공중의 달과 같습니다.
그는 깨끗한 계율로 장엄하여
그 광명 둥글고 원만하옵니다.
그때 앙굴마라는 4천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작은 벌레 모기와 같은가? 세상을 보호하는 세상지기라 하여 스스로 높은 체하면서 외쳐 말하기를 ‘내가 그대에게 하늘의 발우를 보시하야겠다’고 하여 헐뜯고 욕하는가? 그대들은 조금 기다려 나의 따지는 일을 보라. 잠깐 후에는 기와 그릇 가지는 것을 저절로 보게 되리라. 어찌 그와 같이 방일한 이의 발우를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대들은 세상 보호한다고 자처하는구나.
세상지기라고 한 것은 나쁜 무리들을 조복해야 한다는 뜻이지 세간을 보호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한 법 보호하는 것을 세상지기라고 말한 것이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구기라(俱耆羅)의 소리를 듣고 또 그 모양을 보다가 이윽고 다시 까마귀를 보고는 헷갈려서 ‘구기라, 구기라다’라고 하듯이, 그대들도 그와 같아서 법 아닌 것을 법이라 여기고 그른 법을 수호하니 저 까마귀를 보고 구기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대들은 응당 법을 보호할 것이요, 세간을 보호하지 말 것이며 모기와 같은 4천왕은 제각기 잠자코 있으시오.”
[악마 파순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악마 파순(波旬)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앙굴마라를 향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빨리 출가하여
속임수로 나의 성에 들어오려 하나
그대가 지옥 벗어날 것이라고
나는 역시 생각 아니하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멀리 가거라, 도둑 개 같은 악마야
모기 같은 놈 겁없이 말하는구나.
다섯 계박 받기 전에
파순아 어서 꺼져라.
내가 잠깐만에 왼쪽 다리로
못된 개 차지 않게 하라.
너의 처소에 내가 없을 적에
마음껏 궁전에서 노닐지어다.
큰 금시조(金翅鳥)왕이
수미산의 꼭대기 위에서
큰 바다 속에 놀고 있는
용들을 내려다 보듯이.
보살인 큰 금시조도
지옥 위에 노닐면서
시원스레 해탈의 물 마시며
고통 받는 중생 내려다 보네.
도둑 개 악마는 아무 말 말고
감로법이나 잘 듣고서
도로 천상에 올라가
마음껏 향락이나 즐길지어다.
[마혜수라신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마혜수라신(摩醯首羅神)이 부처님과 앙굴마라를 위하여 큰 공양을 베풀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기쁨과 공경이 뒤섞인 마음에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나는 지금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쁨과 공경에서 가타(伽陀)를 말합니다.
여래의 미묘하신 몸매는
마치 우발라(優鉢羅) 같으시고
구모두(拘牟頭)보다 더 희며
눈은 천 잎의 꽃보다 깨끗하고
그 지혜도 청정 순결하여
분타리(分陀利)보다 더 깨끗합니다.
신기합니다. 앙굴마라여
수승하고도 매우 희유하여
범부의 경지에 있으면서도
마군에게 항복받고
바른 깨달음 속히 성취하여
세상을 널리 구원하나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는 낮은 갈래에 있는 이로서
함부로 마혜수라라고 칭하며
거짓으로 자재왕(自在王)이라 하니
참다운 자재왕이 아니었네.
내가 범부의 경지에 있는 줄을
그대는 지금 어떻게 아는가?
어금니가 긴 비사차(毘舍遮)여,
묻는 말에 빨리 대답하라.
얼굴 빛깔이 아주 누추하여
나병 걸린 사람 같구나.
모든 세상 사람 위하여
나병 고치는 방법 널리 말하나
자기 병도 고치지 못하면서
남의 병을 어떻게 고치겠는가?
지금 그대 작은 모기 같아서
어리석고 미혹하구나.
자신의 성품도 알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 어떻게 알겠소.
그러면서도 감히 앙굴마라는
범부의 경지에 있다고 말하는가?
그대는 관정(灌頂) 받을 자격이 없고
또한 저 자재왕에 걸맞지 않네.
아는 것 없으면 아무 말 마시오.
조금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되리라.
[나무 귀신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부처님께서 나무에 의지하여 앉으셨는데, 그 나무에 있던 귀신이 앙굴마라를 보고 신심과 존경심을 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빨리 오십시오. 앙굴마라여,
용감하고 슬기로운 이에게
지금 입으실 법복 올리오며
그대에게 처음 공양 드립니다.
그대와 여래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제일의 과위 얻으리.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래께선 일찍이 안 잡수시며
성문도 역시 그러하나니
그대는 지금 누구에게 보시하겠소.
의심을 빨리 풀어 주시오.
그때 나무 귀신은 게송으로 힐난하였다.
여래께서 밥을 잡수시며
성문도 또한 그러합니다.
굳건히 출가하려고 한다면
응당 거짓말을 하지 말고
허망과 거짓 버려야 하나니
아첨이나 그른 짓은 청정함이 아니네.
만일 어떤 사람 한 법만 어기어도
이는 바로 거짓말 함이니
다음 세상에 해탈 못하고서
온갖 나쁜 짓 짓기만 하리.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는 낮고 낮은 근성으로서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가?
그대는 먼저 자신을 관찰해야 하나니
여자란 부처님도 칭찬 않으시네.
세상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며
누가 진실한 말을 하는가?
세상에서 누가 먹는 것 탐하며
세상에서 누가 병들고 죽는가?
위대한 나[我]의 진실한 공덕을
여래께서는 모두 갖추셨건만
중생은 이를 알지 못하나니
이야말로 거짓말 하는 이네.
자시지 않는데 드신다고 말하니
이야말로 거짓말 함이네.
그는 오히려 출가한 적도 없는데
더구나 구족계를 받았겠는가?
비밀스런 말을 알지 못하니
이야말로 거짓말 함이라
그는 오히려 출가한 적도 없는데
더구나 구족계를 받았겠는가?
나는 한 법도 어기지 않았지만
그대는 한량없이 어겼나니
속히 하늘 중의 하늘께
허망한 말을 참회할지어다.
그때 나무 귀신은 게송으로 힐난하였다.
그대는 어떠한 인연으로
나를 낮다고 말하시오.
비사차(毘舍遮)를 여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남녀를 안단 말이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보배로 장엄된
전륜왕의 자리에
개가 잠깐 누웠다가
부정한 곳에 도로 가듯이
그대는 비루한 근성으로서
잠깐 방편의 법에 노닐다가
여자의 몸으로 되돌아가서
마음을 5욕락에 방종하리.
그대는 의당 방편을 따르고서
암캐 몸을 속히 버리며
남녀의 형상에 집착 말고
공(空)하고 고요한 법 닦아라.
공한 법을 닦아 익히면
남자 몸 빨리 얻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