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이십론[5], 식과 4원소
[문] 만약 그렇다면39) 마땅히 그 지옥 중생들의 업의 증상력에 의해 다른 물질의 4원소[大種]40)를 생겨나게 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뛰어난 형상ㆍ색깔ㆍ크기ㆍ힘 등의 차별을 일으키고, 그것에 대하여 옥졸 등의 명칭을 시설한다.41)
그들(지옥 중생)을 두렵게 하기 위해서 갖가지로 손ㆍ발 등을 움직이는 차별된 작용을 변현한다.
또한 숫염소와 같은 산(山)이 갑자기 분리되고 합하며42), 강철로 된 숲의 나무 가시가 혹은 낮아지고 혹은 높아지는 것43)과 같다.
[답] 이런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게송으로 말한다.
[5]
만약 업력에 의해
다른 물질의 4원소[大種]가 생겨나는 일이 있어서
이와 같은 전변을 일으킨다고 인정하면
식에 있어서는 어째서 인정하지 않는가?
논하여 말한다.
무슨 까닭으로 식의 업력에 의해 이와 같이 전변한다고 인정하지 않고서, 물질의 4원소에만 집착하는가?44)
39)
설일체유부 등에서 비판하여 묻는다.
40)
실제로는 무정(無情)에 포함되지만 유정의 종류[有情數]에 비슷한 것을 건립하여 다른 물질의 4원소[異大種]라고 말한다.
대종(大種)은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4원소를 말한다.
이 4가지는 모든 물질[色法]에 두루하므로 대라 하고, 물질을 생겨나게 하는 원소이므로 종이라고 한다.
41)
설일체유부에 의하면, 지옥의 옥졸 등이 비록 실제의 유정은 아니지만, 마음 밖에서 악업에 초감(招感)된 증상(增上)의 4대(大)가 전변하여 생겨난 것으로서, 옥졸 등 갖가지 모습은 만들어진 사물의 형상ㆍ크기ㆍ힘의 차이라고 한다.
42)
중합지옥(衆合地獄)에서 숫염소의 형상을 하고 있는 두 개의 산(山)이 나란히 서 있다가 죄인이 그 사이에 있으면, 마치 숫염소가 양쪽에서 와서 사납게 떠받는 것처럼, 두 개의 산이 양쪽에서 갑자기 합쳐지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43)
봉인증지옥(鋒刃增地獄)의 제3쇠나무가시숲[鐵刺林]에서 죄인들이 나무에 오를 때는 쇠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아래로 향하고, 죄인들이 내려올 때에는 그 가시가 위로 향한다고 한다.
44)
게송의 대강(大綱)을 총체적으로 해설한다.
그대들은 앞에서 죄인의 업에 의해 4대大 등이 그와 같이 전변한다고 인정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중생들의 죄업의 세력에 의해 내부의 식(識)이 그와 같이 전변한다고는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논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