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삼십론송[2], 현행하는 분위(分位)
그러면 현행하는 분위(分位)를 어떻게 알아야 하는가?
게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5]
근본식에 의지하나니,37)
5식은 연(緣)에 따라 일어난다.
혹은 함께하고 혹은 함께하지 않나니,
물결이 물에 의지함과 같도다.38)
[16]
의식은 항상 일어난다.
무상천에 태어나는 것
및 무심의 두 선정과
잠잘 때와 기절했을 때는 제외한다.39)
이상과 같이 세 가지 능변식의 양상을 자세히 판별했다.
37)
9의(義) 중에 소의문(所依門)이다.
6식은 모두 제8근본식에 있는 각각의 종자를 인연의(因緣依)로 하고,
제8현행식은 증상연의(增上緣依) 중에 공의(共依)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38)
9의(義) 중에 구불구전문(俱不俱轉門)이다.
본문에서는 ‘5식’만을 들었는데, 사실 제6 의식은 5식 중의 1식이라도 일어나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시에 구기(俱起)하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안식이 생기하려면 9연(緣:공간ㆍ빛ㆍ根ㆍ 境ㆍ作意ㆍ제6의식ㆍ말나식ㆍ아뢰야식ㆍ종자)을 필요로 한다.
이식(耳識)은 빛을 제외한 공간ㆍ감관ㆍ대상ㆍ작의 등 8연을 필요로 한다.
비식ㆍ설식ㆍ신식은 공간과 빛을 제외한 감관ㆍ대상ㆍ작의 등 7연을 필요로 한다.
본문에서 ‘물결’은 5식을, ‘물’은 근본식을 비유한 것이다.
39)
9의(義) 중에 기멸분위문(起滅分位門)이다. 제6의식이 5위무심(位無心)을 제외하고 항상 일어나는 이유는 연(緣)을 가자(假藉)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① 부정심소인 심(尋)ㆍ사(伺)와 상응하기 때문에 스스로 능히 사려할 수 있음.
② 타(他)에 이끌려서 생기하지 않고 스스로 생기함.
③ 내(內)ㆍ외문전(外門轉)의 식(識), 즉 외계의 두드러진 사물[麤事]에 대해서도 일어나지만, 또한 내계(內界)의 세사(細事:心法ㆍ理性)에 대해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緣)이 구족되는 일이 용이하므로 간단(間斷)하는 일이 매우 적어서 거의 항시(恒時)에 현기(現起)한다.
다만 오위무심이라 하여 무상천에 태어남, 무상정과 멸진정, 극수면(極睡眠), 극민절(極悶絶)의 경우에는 제6의식이 생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