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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물
'태종실록'에는 쇠고기나 돼지 고기를 도살하거나 외국에 전하는 것을 금하고 있던 조선조 초기에는 말고기를 포(脯)로 만들어 먹었다. 고려후기 이후 쇠고기는 식용으많이 쓰였고, 돼지고기도 식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양치는 기술이 없어 오직 염소만 길렀다. 개는 전국 적으로 식용하였고, 조선시대 조리서에는 으레히 개고기의 조리가온다. 그리고 복날에는 구 장(狗醬)을 끓여 먹는 것이 풍속이 되었다.
*조미료
감미료로서 엿이 있고, 당, 조청, 흰엿이 있었다. 꿀은 전대에 이어 계속 많이 식고, 꿀을 약이라 하니 밀밥은 약밥, 밀과는 약과라 하는 것과 같다. 설탕은 문헌에 나타날 뿐이나, 19세기 쯤부터 수입품 먹이로서 일부 고급 먹이에 조금씩 쓰이게 되었다. 소금도 역시 많이 쓰였고 정부가 전매하였다. 곡물이나 채소의 씨를 짜낸 기름에 콩기름, 삼씨유, 평지유, 차조 기유, 수박씨유, 호박씨유, 잣유, 호두유, 비자유, 참깨 깨유, 들깨유등이 있고 대표적인 것이 참깨유이다.
*물건의 매매 및 교류
조선조는 수도를 서울로 정하고 대궐 뒤에 시장을 세우나 그 후 종로 네거리로 옮겨 육의 전(六矣廛)을 두었다. 곧 면전, 면주전, 포전, 청포전, 지전, 어물전이고 어물전에서는 건어 를 팔았다. 모든 물건은 이곳에서 사야만했다. 육의전 이외의 곳에서 사로이 매매하는 곳을 난전이라한다. 난전을 금하였지만 인구가 늘어나 육의전에 물건만으로 수요를 해결할 수 없 어 난전은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행상(장똘뱅이)들에 의식품들이 매매 되기도 하였다. 부족하니 난전은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행상(장똘 뱅이)들에 의식품들이 매매되기도 하였다.
절식(節食)과 시식(時食)
1. 개 요
우리나라는 기후와 계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경위주의 생활을 하여 옛부터 세시풍속이 발달하였다. 세시풍속은 1년 4계절에 따라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양식을 말하며 음력에 의하여 행해져 왔다. 세시음식은 시식(時食)과 절식(節食)으로 나뉘는데 시식은 춘하추동 계절에 따라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을 말하며 절식은 다달이 있는 명절에 차려먹는 음식을 말한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관한 문헌으로는 「경도잡지」,「열양세시기」「동국세시기」,「종묘천신」,「도문대작」등이 있다.
2. 시식(時食)과 절식(節食)
시식과 절식의 풍습은 설날, 입춘, 상원, 2월 초하루, 3월 3일, 4월 8일, 5월 단오, 6월 유두, 7월 칠석, 8월 추석, 9월 9일, 10월의 첫 午日, 11월 동지,12월 납형(臘亨), 제석일(除夕日)에 각기 특별한 음식을 마련하여 먹으면서 그 날을 즐기는 것이다. 각 시·절풍속은 기풍, 기복, 불화, 소속감, 신장, 건강조절, 정서순화와 같은 여러 의미에서 이루어졌다
가. 정월의 시·절식
□ 설날음식
정월 초하루는 '설', '원단(元旦)', '세수'(歲首), '년수(年首)', '신일(愼日)'이라고도 하는데 일년의 시작으로 삼원지일(三元之日; 일년의 첫날, 달의 첫날, 날의 첫날)이기 때문에 원조(元朝)라고도 한다. 설의 참뜻은 '삼가하다','설다', '선다' 등으로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이 내재하고 있다. 설날에는 차례상과 세배 손님 대접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 음식들을 통틀어 세찬(歲饌)이라 하며 차리는 음식으로는 떡국, 세주(歲酒), 족편, 각종 전유어, 각종 과정류, 식혜, 수정과, 햇김치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이 있는데 가세에 따라 다소 증감이 있지만 어느 집에서나 떡국은 공통으로 만든다.
○ 떡국(餠湯)
설날에 흰 떡국을 끊이는 풍습은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만물의 부활신생을 의미한다는 종교적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흰떡은 멥쌀가루를 쪄서 안반 위에 놓고 메로 쳐 몸이 매끄럽고 치밀하게 되도록 한 다음 가래떡으로 만든다. 이 떡을 백병(白餠). 거모(擧摸)라 하였다. 꾸득 꾸득해진 가래떡을 얇고 어슷하게 썰어서 떡국거리로 준비해 둔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떡국은 흰떡과 쇠고기, 꿩고기가 쓰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꿩 대신 닭'이란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 었다고 한다. 개성지방에서는 가래떡을 비벼 늘여서 대나무칼로 누에고치 모양으로 잘라 끓이는 조랭이 떡국이 유명하며, 북쪽지방에서는 만둣국에 넣어 끓이거나 삶아서 초장에 찍어먹고 충청도 지방에서는 생떡국이 있다
○ 각색 전유어
설날의 전유어는 육류, 어패류, 채소류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많이 준비했다가 세배손님을 받을 때마다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고기전으로 완자, 살코기, 간, 천엽이 많이 쓰이고 생선전은 제철의 대구, 굴등이 이용되며 채소류전은 빈대떡, 화양적, 누름적, 김치적 등이 쓰인다.
○ 과정류
유밀과, 유과, 다식, 정과, 과편, 숙실과, 엿강정, 당속 등 각 가정의 형편에 맞게 준비한다. 「열양세시기」에 "설날과 보름에 민가에서는 선조의 제사를 지내는데 강정(羌玎)을 으뜸 음식으로 삼는다"고 하였는바 과정류는 정월음식에서 매우 중요하다.
○ 햇김치
나박김치와 장김치(젓갈류를 쓰지 않는 김치)를 새로 담가서 썼다. 나박김치는 무와 배추를 얇고 네모지게 썰어 파, 마늘, 생강으로 양념하고 고춧가루와 실고추를 조금씩 섞어서 분홍색의 국물에 흥건하게 담근다. 설날에 상큼한 김치이다.
○ 세주(歲酒)
세주란 설에 쓰이는 술인데 찬술이 쓰이며 가양주가 금지된 시대에도 세주만은 가정에서 담갔었다. 세주의 대표는 도소주(屠蘇酒)라 하였는데 정월 초하룻날에 이 술을 마시면 1 년 간의 사기(邪氣)를 없애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여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이 술은 고려시대에 많이 마셨으나 조선 시대에 들어와 덜 마셨다는 기록이 있고 요즈음은 청주를 대신 쓰는 경향이다. 이 술의 기본 제조법은 찹쌀과 흰 누룩으로 청주를 만들고 이 속에 진피 (귤껍질), 육계피, 백출, 방풍, 산초, 도라지 등을 함께 합쳐 가루를 만들어 술이 고이기 시작할 때 넣어둔다. 이것을 술이 다 고인 후 맑아지도록 둔다. 조금 끈끈한 뒷맛이 있고 또 감미가 돈다.
□ 대보름 음식(上元節食)
달은 농경국으로서 우리 명절풍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큰 것 이었다. 대보름은 바로 그 대표요 상징적인 날이었다. 신라때부터 지켜 온 명절로 음력 정월보름을 상원(上元)으로 일컬으며 중원(中元 7월 보름), 하원 (下元 10월 보름) 등 삼원 가운데 으뜸으로 치며 1년 중 첫 보름달이 뜨는 이 날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래서 대보름의 민속은 보다 농경적이고 보다 풍요 기원성이 강하다. 대보름 음식으로 오곡밥이 있는데 「삼국유사」의 사금갑에서 약반의 유래가 그 기원이다. 그 외로 약식, 부럼, 귀밝이술, 묵은나물, 복쌈, 원소병, 팥죽 등이 있다.
○ 오곡밥(五穀飯)
찹쌀, 차조, 차수수, 팥, 콩을 오곡이라 하여 섞어 지은 밥으로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약밥이 물자와 솜씨를 많이 요하므로 일반 서민층까지 널리 보급되기 어려운 관계로 서민적인 오곡밥으로 변천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상원절식으로 대표적인 것은 약밥이지만 이보다 대중적인 것이 오곡밥이라 할 수 있으며, 상원절식에는 세 집 이상 타성(他性)집 밥을 먹어야 그 해 의 운이 좋다고 하여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누어 먹고 또 하루동안에 아홉 번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여 여러 차례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
○ 약식(藥食)
양식의 유래는 신라 소지왕때 정월보름날 까마귀 덕분에 역모를 모면했다하여 이를 기려 정월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검은색을 띤 약밥을 지어 제를 지내고 까마귀에게 먹이로도 주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한다. 약식은 좋은 찹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 고두밥을 지어 대추살, 밤,꿀, 참기름, 간장, 흑설탕에 버무려 시루나 밥통에 넣어 찐 것이다. 다 쪄지면 위에 잣으로 고명을 얹는다.
○ 복쌈(福裏)
참취나물, 김 , 배추잎 등 나물잎 등으로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한다. 이 복쌈을 여러개 만들어 그릇에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신에게 올린 다음 먹으면 복이 온다고 믿었다. 볏단 쌓듯이 하는 이유는 풍년들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
○ 원소병(圓小餠)
정월보름날 저녁에 먹는 '작고 동그란 떡'이라는 뜻으로 조선 중엽에는 상원날 절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흰색이나 노란색,파란색으로 물들여서 오래 치대어 반죽하여 대추만 하게 떼어 대추초, 유자절임 등을 다져 넣고 둥글게 빚어 녹말을 묻혀 끊는 물에 삶아 건져서 꿀물이나 오미자국에 띄어 낸다.
○ 부럼(齒較)
「동국세시기」에는 상원 이른 새벽에 날밤, 호두, 은행, 무 등을 깨물며'1년 12달 동안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축수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일년 내내 무사 태평하며 종기, 부스럼이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진다 하여 고치기방(固齒之方)이라고도 한다.
○ 귀 밝이술(耳明酒)
「동국세시기」에 '보름날 청주 한 잔을 테우 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이렇게 하면 1년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한 해 동안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고 기록하였다. 그러므로 귀밝이 술은 설날 영춘(迎春)의 뜻으로 마시는 도소주와 함께 제화초복(除禍招福)의 뜻을 지닌다.
○ 묵은나물(上元菜)
늦가을 갈무리했던 호박고지, 박오가리, 곰취, 갓잎, 무청, 버섯, 순무 등을 말리거나 묵혀두었던 아홉 가지 나물로 무쳐먹으면 여름에도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 백가반(百家飯)
14일에는 세집 이상의 타성(他性)받이 집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수가 좋다 하여 저녁을 늦게 지으면 저녁먹을 사람을 모두 이웃에 빼앗기기 때문에 오후 2시경부터 저녁 먹으러 오라고 청하기도 하였다. 보름날 아침에는 아이들이 조리나 소쿠리를 들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걸식하여 오곡밥을 먹기도 하였다.
○ 팥 죽
「형초세시기」에 '마을의 풍속에 정월보름날 문에 빗장을 꽂은뒤 팥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끼얹고 제사 지낸다'는 기록이 있다. 예부터 붉은팥으로 쑨죽은 악귀를 쫓는 색깔이라고 하여 정월 보름에 팥죽을 쑤어 먹는 지방도 있다.
□ 입춘절식(立春節食)
입춘에는 입춘대길 등을 써서 대문에 붙이고 일년이 길하기를 축원하였다. 이날은 입춘 오신반(五辛盤)인 시고 매운 생체요리를 만들어 새봄의 미각을 돋구게 하였다.
○ 오신반(五辛盤)
오신반이란 경기 6읍(경기도양평, 지평, 포천, 가평, 삭녕, 연천)에서 움파, 멧갓(개자), 승검초(당귀), 순무, 강초(생강류)를 나라에 진상했다. 재료를 끓는 물에 삶아 초장이나 겨자로 조미하거나 꿀물에 찍어먹는 채소 요리로 겨울동안의 비타민 부족을 보충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재료가 극히 제한 되어 일부 상류층에서나 즐겼던 절식이다.
나. 2월의 시·절식
□ 중화절식(中和節食)
중화절은 농사철의 시작을 기념하는 음력 2월 초하루를 말하며 조선조 영조년간에 시작되었다고 하며 이날을 노비일(奴婢日) 또는 머슴날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가을추수가 끝나고 오랫동안 농사일이 없어 머슴들이 놀았지만 이 달부터는 농사준비가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노비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이날 하루를 쉬게 했다. 정월 보름날 마당에 세웠던 벼가릿대를 2월 초하룻날 이른 아침에 거두어 이 벼가리에서 흝은 벼로 송편을 빚어 노비들에게 나이 수대로 주었다고 한다.
○ 송편
중화절 송편은 노비송편이라고도 하며 정월 보름날 마당에 세웠던 벼가릿대에서 벼이삭을 내려 떡가루를 만들고 콩을 불려서 속을 넣고 반달처럼 빚는 것인데 시루에 솔잎을 사이사이 넣고 쪄서 먹기 때문에 송편이라고 했으며 반드시 노비에게 나누어 먹였던 것이 특징이다. 이 떡을 나이떡이라고도 한다.
○ 시래기떡
김장철에 말린 시래기를 삶아 양념하여 무쳐서 송편의 속에 넣었다. 일년동안 고약한 병과 액운을 면하려는 액막이 의미로 먹었다.
○ 콩복기
농가에서는 2월 초하루에 콩을 볶아 먹는다. 이는 새와 쥐가 없어지고 집안의 노래기도 없어져서 청결해지기를 기원하는 의도가 있다. 콩을 볶으면서 '달달 볶아라, 콩을 볶아라, 새알도 볶고 쥐알도 볶아라' 했다.
다. 3월의 시·절식
□ 중삼절식(삼월 삼짇날 음식, 重三節食)
옛날에는 삼월 삼짇날을 큰 명절로 쳤으며 상사(上巳), 중삼(重三), 상제(上除),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한다. 이 날은 교외로 나가 새풀을 밟으며 봄을 만끽하며 즐겼는데 이 때 개나리 진달래가 많이 피는 철로써 진달래술 화전 등을 먹었다. 이 날은 양(陽)이 겹치는 봄철의 시작을 상징하는 명절로 전국 각 지방에서 많은 봄맞이 풍속들이 벌어졌다.
○ 화전(花煎)
꽃전 두견화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섞고 소금물로 익반죽한 후 둥글게 부친다.
○ 화면(花麵)
화채의 일종으로 오미자화채에 건지로 진달래꽃을 띄우는 음료이다. 오미자를 찬물에 담가서 우려내면 빛이 빨갛고 신맛이 나는데 여기에 꿀을 타서 만든 오미자국에 녹두녹말을 반죽하여 익힌 것을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 띄우고 꿀, 잣을 곁들이거나 혹은 진달래 꽃잎을 녹두녹말과 함께 반죽하여 만들기도 했다.
○ 수면(水麵)
진달래꽃을 녹두가루에 반죽하여 국수를 만들어 이것을 국물이나 오미자 국물에 띄운 것을 말한다.
○ 두견화주(杜鵑花酒)
정월에 담았던 술밑을 내어 멥쌀과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버무려둔다. 이렇게 빚은 양조주에다 진달래꽃술을 따 술 한 말에 한제정도 넣어 1,2주 지난 후 마시면 그 냄새가 향기롭다.
□ 한식음식(寒食, 淸明節)
한식을 청명절이라고도 하고 동지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음력으로 2월 하순이나 3월초에 드는데 청명과 겹치거나 하루 늦추어서 든다. 이날은 종묘, 능원에 제향을 지내고 민간에서도 성묘를 한다. 이 날은 불을 쓰지 않으므로 찬 음식을 먹고 술, 과일, 포, 식혜, 떡, 국수, 탕, 적 등의 음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 숙떡(艾餠)
찹쌀가루에 어린 쑥을 절구에 부드럽게 찧어서 섞어 버무린 다음 시루에 푹 찐다.
○ 청명주(淸明酒)
청명일에 마시는 술을 청명주라 한다. 이 술은 21일 동안 발효하여 빚어 내는 청주인데 엿기름을 사용하여 단맛을 내서 술을 많이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으며 한식 제주(祭酒)용으로 많이 쓰였다.
라. 4월의 시·절식
□ 초파일음식(燈夕節食)
석가모니 탄신일로 욕불일(浴佛日)이라고도 한다. 이 풍속은 고려초 국가와 백성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한 행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절을 찾아 재(齋)를 올리고 연등을 단다. 이날 절에서는 참배객에게 절밥을 대접하는데 소찬(素饌)으로 고기 없이 산채를 주로 하여 독특한 맛이 나는 별식을 낸다.
○ 느티떡(楡葉餠)
느티나무에서 막 돋아난 새싹을 다서 멥쌀가루에 섞어 붉은팥으로 고물을 얹어서 찐 시루떡이다. 느티가 없을 때에는 상추를 넣고 찌기도 한다.
○ 볶은콩(煮豆)
검은콩을 깨끗이 하여 볶은 것으로 4월 8일 석가모니 탄신일에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어줌으로서 불가(佛家)와 인연을 맺게 한다고 하였다.
○ 미나리나물
미나리를 끓는 물에 데치고 파를 섞어 초고추장에 무치는 나물로 먹거나 돌돌 말아 강회로 하여 먹기도 한다. 강회는 데친 미나리에다 알지단, 고추 등을 넣어 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을 말하며 사철 푸른 미나리는 장수를 뜻한다고 한다.
그 밖의 4월의 음식으로는 파강회, 증편, 어채 등을 들 수 있다.
마. 5월의 시·절식
□ 단오음식(端午節食)
음력 5월 5일을 단오, 수릿날(戊衣日), 중오절(重午節), 천중절(天中節),단양(端陽)이라고도 한다. 일년 중에서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해서 설,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여겨왔다. 단오는 더운 여름을 맞기 전 초하의 계절로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여러 가지 행사가 전국적으로 행해 졌다. 남자들은 공차기 편싸움 등을 하였고 여자들은 그네뛰기,창포물로 머리 감기등을 하였으며 북쪽으로 갈수록 번성하고 남쪽으로 갈수록 약한 편이고 대신 추석행사를 크게 다뤘다. 한방에서는 단오날 오시(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에 뜯은 쑥이 약효가 좋다하여 쑥과 익모초를 뜯어 건조해 두었다가 약으로 쓰는 풍습이 있고 수리취 절편을 만들어 먹으며 궁중의 내의원에서는 제호탕(醍 湯)을 만들어 진상했다.
○ 수리취떡(車輪餠)
차륜병이란 둥근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무늬를 찍어 만든 데서 연유했다. 단오날 수릿날이라고 하는 '수리'는 우리말의 수레(車)를 의미하기도 한다. 수리취(쑥)는 원시 시대부터 이용하던 자연 채소로서 영양상 가치가 높은 식품이며 한방 의약제로도 쓰이고 제액(除厄)행위에도 쓰이는 것으로 더위를 앞둔 절후의 절식이었다. 쑥을 짓이겨 멥쌀가루에 넣어 녹색이 나면 반죽하여 쪄서 쫄깃하게 친다. 친 떡을 굵게 가래떡으로 비벼서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문양을 낸 절편이다.
○ 제호탕(醍 湯)
조선시대 궁중의 내의원에서는 제호탕을 만들어 왕께 진상하였는데 오매(烏梅) 사인(砂仁), 백단(白檀), 사향(麝香), 초과(草果) 등을 달여서 꿀과 함께 자기에 넣어 두고 차게 해서 먹는 일종의 고급 청량 음료이다.
○ 옥추단(玉樞丹)
궁중 내의원에서 만들었다가 제호탕과 함께 단오날 왕께 바치며 왕은 다시 이것을 신하에게 나누어주던 풍습이 있었다. 이는 구급약으로 모양은 여러 가지이나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오색실로 꿰어차고 다니다가 구급약으로 이용했다 또 옥추단을 패용 하면 무명장수 한다는 의미도 있다.
○ 창포술
창포주는 창포가 한창 향기를 낼 때 빚어지는 술로써 찹쌀로 빚은 청주에 단오 며칠 전부터 창포 뿌리를 잘 다듬어 주머니에 넣고 그것이 술에 닿지 않게 술독에 매달아 밀봉해 두었다가 숙성이 되어 창포향이 스며들면 마시는 술이다. 단오날, 창포주를 마시면 창포의 향기로 모든 악병을 쫓는 것으로 믿었으며 고려시대부터 만들어 졌다고 한다.
○ 앵두편, 앵두화채
앵두편은 앵두를 살짝 쪄서 굵은 체에 걸러 살만 발라서 설탕을 넣고 졸이다가 녹두 녹말을 넣어 굳힌 것이다. 앵두화채는 단오날 민가에서 즐겨먹는 청량음료로 앵두를 깨끗이 씻어 시를 빼고 설탕이나 꿀에 재워두었다가 먹을 때 오미자 국물에 넣고 실백을 띄운다.
바. 6월의 시·절식
□ 유두음식(流頭節食)
음력 6월 15일은 유두날이라고 하는데 유두란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이다. 이 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서 머리를 감고 재앙을 푼 다음 여러가지 음식을 차려서 경치좋은 곳에 가서 물놀이를 하였다고 고려 때의 「동도유속집(東都遺俗集)」에 전한다. 이렇게 하면 상서롭지 못한 것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 유두면(流頭麵)
햇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슬같이 둥글게 모양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오색의 물감을 들여 세 개씩 색실에 꿰어 대문에 달아매어 놓거나 사람이 차고 다니면 그 해의 액운을 예방한다고 믿었다. 이 때는 햇밀이 산출되는 시기이므로 이것은 계절적인 천신(薦新)의 뜻을 가지는 절식 풍속이다.
○ 수단(水團), 건단(乾團)
멥쌀가루를 쪄서 가래떡처럼 만든 다음 이것을 구슬같이 둥글게 빚어 쌀가루를 씌워 삶아 찬물에 헹구어서 건져낸 다음 오미자국에 띄어 만든 시원한 음료이고, 건단은 물에 넣지 않은 것이다.
○ 보리수단
깨끗하게 벗긴 햇보리를 골라서 한 알 한 알에 녹말가루를 묻혀서 데치기를 3∼4회 반복하여 보리알이 말갛고 큼직하게 된 것을 오미자물에 꿀을 타서 띄운 음료이다.
○ 상화병(霜花餠), 연병(連餠)
이름 그대로 서리꽃처럼 곱고 부드럽게 부풀어오르게 만든 떡을 상화병이라 하는데 밀가루를 반죽하여 콩이나 깨에 꿀을 섞은 소를 넣어서 찐 것이다. 연병은 밀가루를 기름에 지지고 나물 소를 싸거나 콩과 깨에 꿀을 섞은 소를 싸서 각기 다른 모양으로 오무려 만든 음식이다. 입모양으로 주름을 잡아 오무려 붙이고 찜통에 쪄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 편수와 밀쌈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호박이나 오이를 채 썰어 넉넉히 넣고 쪄서 먹거나 이를 차가운 장국에 띄워 먹는 것을 편수(片水)라 한다. 도 밀전병을 얇게 무쳐서 오이, 버섯, 고기 등을 가늘게 채 썰어 볶아 넣거나 깨소를 꿀에 넣은 것을 밀쌈이라 한다.
○ 구절판
구절판은 아홉칸으로 나누어진 그릇 이름인데 그대로 음식이름이 된 것이다. 옛부터 밀전병, 칼국수, 수제비, 밀쌈 등 밀가루 음식은 햇밀이 나오는 초여름에 많이 먹는 시절음식인데 구절판도 밀쌈의 일종이다. 가운데 칸에 밀전병을 부쳐 담고 가장자리 여덟칸에 곱게 채 썰어 볶은 소고기, 표고버섯, 오이, 당근, 숙주, 석이버섯과 달걀흰자, 노른자를 부쳐 채 썬 것을 색 맞추어 돌려 먹는다.
○ 유두음(流頭飮)
6월 보름날 동쪽으로 흐르는 시원한 개천가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유두음이라 한다. 신라때에는 오미자술로 유두음을 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술위 제조 방법이나 재료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이 풍속은 조선시대까지 계속되어 토속적인 명절이 되었으며 경주와 상주지방에는 아직도 이런 풍속이 남아 있다고 한다.
□ 삼복(三伏)음식
하지(夏至)로부터 셋째 번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立秋)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며 이 셋을 통틀어 삼복이라 하니 이때가 여름중에 가장 더운 기간이다. 복날은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했으니 이때 더위를 잘 넘기고자 몸을 보하는 음식을 먹는다.
○ 육개장
쇠고기의 기름기가 없는 부분을 푹 고와서 파를 많이 넣고 자극성 있게 조미하여 끊인 국으로 맵고 뜨꺼워 땀을 흘리며 먹음으로써 더위와 몸을 보양한다.
○ 개장국
개고기는 그 성질이 매우 더워서 양기를 돋우고 허함을 보충한다고 해서 삼계탕(또는 계삼탕)과 더불어 삼복 절식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끓이는 법은 지방마다 다르나 일반적으로 개를 삶아서 파, 들깻잎 등의 채소를 많이넣고 고춧가루로 묽게 양념해서 아주 맵게 먹었다 이렇게 하여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한다고 한다.
○ 삼계탕(계삼탕)
영계(어린 약 병아리)아 오계(검은 영계)에 백삼, 대추, 황기, 찹쌀, 마늘등을 넣어 푹 고아 먹는다.
○ 팥 죽
붉은 팥으로 죽을 끓여 먹으면 더위를 이긴다고 한다. 이것은 열병을 예방하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사. 7월의 시·절식
□ 칠월칠석(七月七夕)
음력 7월 7일로 그 날 저녁에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1년만에 만나는 날이라고 했다. 이날은 집집마다 옷과 책을 볕에 쪼여 습기를 없애는 습관이 있다. 음식으로는 깨국탕, 밀국수, 밀전병, 과일화채 등이 있다.
○ 밀전병
밀가루를 체에 쳐서 묽게 반죽한 것에 곱게 채 썬 호박을 넣거나 부추나 파 등을 넣어 넓게 부쳐서 먹는다. 칠석 이후에는 밀가루 음식은 철지난 것으로 밀낸새가 난다고 하여 이때가 밀음식의 마지막 철인 셈이다.
○ 밀국수
밀음식은 여름철 주식의 하나로서 미역국을 끊여 부드럽고 질게 반죽한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떼 넣어 별미로 해 먹었다. 국수를 삶아 휑궈서 장국에 넣은 것을 '건진국수'라 하고 그대로 장국에 넣어 끓인 국수를 '제물국수'라 한다.
□ 백중절식(百中節食)
7월 15일은 백중절(百中節), 백종일(百種日)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이 때는 농사가 끝났으므로 머슴을 백종장에 보내어 마음껏 쉬게 하였으므로 '머슴의 날'이라고도 하였고 또 불가에서는 이날 망혼을 위하여 절에서 제를 올려 극락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이날의 세시풍속가운데 호미씻기가 있는데 주인집에서는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머슴들이 하루를 즐겁게 놀게 배려를 했다. 그 해의 농사가 잘된 집의 머슴 중 우두머리 머슴을 뽑아 황소에다 태운 후 그의 주변을 여러 머슴이 에워싸고 노래와 춤을 추며 마을을 돌면서 노는 것인데 이 때 이 집 주인은 술과 음식을 차려 이들을 대접하였다. 백중에는 갖가지 과일류와 오이, 산채나물과 다시마 튀각 각종 부각 묵 등 사찰음식도 즐겼다.
○ 석탄병(惜呑餠)
달고 그 향기로운 맛을 차마 삼키기 아깝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 석탄병이다. 감이 잘 익고 단단하게 되면 껍질을 벗겨서 잘 썰어 말려 가루로 만들어 멥쌀가루에 섞고 꿀, 설탕, 귤을 넣어 고루 섞는다. 다시 잣가루 계피가루를 섞어 시루에 안치고 대추, 황률 삶은 것을 채 썰어 잣가루와 섞어 그 위에 흩뿌리고 백지에 물을 적셔 얹어 쪄낸다.
아. 8월의 시·절식
□ 추석음식(秋夕節食)
음력 8월 15일은 추석 또는 가배일(嘉排日), 팔월 한가위라고 하는데 우리의 최대 명절의 하나이다. 이 달에는 추분(秋分)이 들어 있고 농사일도 거의 끝나고 햅쌀과 햇과일이 나온다. 추석에는 새옷으로 곱게 단장하고 추수한 햇곡식으로 햅쌀밥을 짓고 술과 떡을 빚는다. 밤, 대추, 감, 사과, 배 등 햇과일을 따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한다. 이때에 빚는 술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빚는 것이 동동주이고 또 가무와 씨름을 즐기며 저녁에는 둥근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남쪽지방에서는 강강술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 오려송편
햅쌀로 만든 송편을 오려송편이라 한다. 쑥, 송기, 치자로 맛과 색을 달리하여 끓인 물로 쌀가루를 익반죽한 뒤 오래도록 치대어 마르지 않게 젖은 보자기로 덮어둔다. 송편소로는 거피팥, 햇녹두, 청대콩, 깨 등이 있다. 송편이란 이름은 솔잎을 켜마다 깔고 찍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떡에서 솔잎 향기가 나 입맛을 돋군다. 모양은 지방마다 달라 북쪽은 대체로 크게 빚고 서울은 작게 빚는다. 조개모양 또는 손자국을 내서 빚는데 황해도 강원도 지방은 소박하게 빚는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쑥 대신 모시잎을 뜯어 삶아 섞는다. 쌀 대신 감자녹말, 고구마 녹말로 빚기도 한다.
○ 토란탕(土卵湯)
토란은 추석절부터 나오기 시작하며 흙 속의 알이라 하여 토란이라 하였고 연잎같이 퍼졌다 하여 토련 이라고도 한다. 소금을 넣은 속뜨물에 껍질벗긴 토란을 살짝 삶아 찬물에 행군다음 다시마를 골패 모양으로 썰어 양지머리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삶아 놓은 토란을 넣어 끓인다. 도 토란으로 단자를 만들기도 한다.
자. 9월의 시·절식
□ 중양절식(重陽節食), 중구절식(重九節食)
삼짇날에 왔던 제비가 강남으로 떠나는 날인데 '중앙', '중구'라 한다. 중구란 9가 겹쳤다는 뜻이고 중앙이란 홀수인 숫자가 2개 겹쳤다는 뜻이다. 이 때는 국화가 만발하는 시기로 국화전을 만들어 먹거나 국화꽃을 말려 베개 속에 넣으면 바푸머리(골치가 아픈 풍병의 일종)가 없어진다고 하여 국화에 관계되는 풍속이 많았다. 서울 풍속에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전을 먹으며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 국화전
찹쌀가루에 황국꽃잎을 섞어 반죽해서 참기름에 지져 화전을 부치고 그 위에다 국화꽃과 잎을 얹어 지지면 노란 국화와 파란 잎이 돋아나면서 향기가 별미롭다. 또는 감국잎을 따서 손질하여 놓고 다진 쇠고기와 두부를 섞어 양념해서 감국잎 뒤쪽에 국화잎 모양대로 붙여서 밀가루 달걀을 씌어서 전을 붙인다.
○ 국화화채
국화꽃에 녹말을 씌어 익혀서 꿀물 또는 오미자국물에 건지로 얹는다. 국화꽃 내음이 향기로운 화채이다.
○ 유자화채
유자알맹이는 씨를 빼고 몇 개로 나누어 설탕에 재운다. 유자껍질은 흰부분과 노란 부분으로 갈라 채 썬다. 배는 얇게 저며 채 썰어 설탕에 재운다. 단풍색을 연상케 하는 유자껍질의 노란색과 투명한 석류알이 어울려 가을의 내음이 듬뿍한 화채이다.
○ 국화주
술에 국화꽃을 띄우거나 술을 담글 때 국화꽃을 섞어서 담근다. 즉 초가을 찹쌀로 술을 빚어 다 익어 갈 때쯤 국화꽃잎을 따서 함께 섞어 넣었다가 며칠 후에 걸러 뜨거나 이미 빚어 걸러 놓은 술항아리에 국화꽃잎을 주머니에 넣어 담가서 밀봉해 두었다가 건지면 그 술에 국화향이 가득히 서린다.
차. 10월의 시·절식
□ 시월 상달의 음식(上月 戊午日)
음력 시월은 상달이라 하여 일년 중 가장 좋은 달로 친다. 어느 가정에서든지 말날(戊午, 또는 上馬日)이나 길일을 택해서 성주에게 제사를 지냈다. 성주신은 가내의 안녕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정성을 들여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하고 갖가지 과일을 준비하여 성주제를 지냈는데 이때는 주로 가족의 평안을 기원했고 도 한편 5대조 이상의 조상께 시제(時祭)를 지내고 단군에게 신곡을 드리는 농공제를 지낸다.
○ 증병(고사떡)
가을 추수와 가내 평안을 기원하는 뜻으로 행하는 고사에 쓰이는 떡이다. 쌀가루를 시루에 넣고 증기로 김을 올려서 익힌 떡으로 쌀가루만으로 하는 백설기를 만들거나 쌀가루로 적당히 두께를 정하고 그 사이에 붉은팥으로 고물을 얹어 찌는 팥시루떡을 만들었다. 붉은팥의 붉은색이 잡귀를 물리치는 색이라 하여 고사 때 주로 썼다. 지금도 이 고사떡은 추수가 끝난 후 감사함과 가내 태평함을 기원하는 제사 때에 쓰인다.
그밖에 추운 계절로 접어드니 따뜻한 음식으로 신선로(열구자탕), 전골,연포탕, 애탕 등이 있으며 강정 등 한과를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카. 11월의 시·절식
□ 동지음식(冬至節食)
음력 11월은 통속적으로 동짓달이라고도 하며 아세(亞歲- 작은 설이란 의미)라는 이름도 있다. 이는 11월에는 반드시 24절기의 하나인 동지가 들며 동지팥죽을 쑤어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풍속 때문이다. 이 날은찹쌀로 새알모양의 떡을 넣은 팥죽을 쑤어 먹는데 새알은 자기 나이대로 넣어 먹는 풍습이 있다. 팥죽을 문짝에 뿌려서 사귀를 내 쫓는다고 했으며 궁중에서는 내의원에서 '전약'을 만들어 진상하였다.
○ 팥 죽
붉은 팥죽을 푹 고아 거르고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새알 모양의 단자를 만들어서 같이 넣어 끓인다. 이를 새알심이라 하고 끓인 죽은 먼저 사당에 놓아 차례를 지낸 다음 방, 마루, 광, 대문짝, 헛간, 벽 등에 뿌린 다음 먹는다. 이 풍습은 팥이 잡귀를 없애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며 일부 지방에서는 동네어귀의 고목에도 뿌리는 풍습이 있는 곳도 있다.
○ 타락죽(우유죽)
타락이란 이름은 돌궐어의 '토라크'에서 나온 말로 원래는 말린 우유를 말한다. 고려 시대 때 몽고와의 교류후 국가의 상설기관으로 유우소(乳牛所)가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타락색(駝酪色)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선시대에는 우유제품을 통틀어 타락이라 불렀다. 우유를 그대로 마시는 법은 드물었다. 쌀을 곱게 갈아 체에 밭쳐 물을 붓고 된 죽을 쑤다가 우유를 넣고 덩어리 없이 풀어 만든다.
○ 전 약(煎藥)
쇠족 쇠머리와 가죽 대추고 계피 후추 꿀을 넣어 고와 굳힌 겨울철 보양음식이다. 쇠족을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쇠머리와 가죽도 깨끗이 씻어 함께 넣어 삶아 건진다. 여기에 정향, 생강, 통후추를 넣고 다시 오래 끓인 다음 다 건져내고 고기를 곱게 다진다. 대추는 별도로 푹 고아서 대추고를 만들어 두었다가 국물과 다진고기 대추고 계피가루 후추가루 꿀을 함께 섞어 고은 다음 굳히면 북처럼 엉긴다. 전약은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효력이 있다고 하여 궁중 내의원에서 만들어 왕께 드렸다.
○ 냉면
쇠고기나 닭고기를 고아 차게 식힌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 또는 시원하게 익힌 배추김치국물 등에 말아먹는 메밀국수로 냉면은 제육편육 배추김치나 무김치 오이나 무생채 등을 석어 말아 배를 썰어 얹고 알고명, 잣, 고춧가루를 뿌리고 초를 치기도 한다. 물냉면 외에 비빔냉면, 회냉면도 있다. 냉면은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 북쪽 지방에서 겨울에 즐겨먹던 음식인데 요즈음은 어느 곳에서나 시절을 가리지 않고 사계절 음식으로 되었다
○ 골동면(骨董麵)
비빔면, 비빔국수라고 한다. 삶아 건진 국수에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비빈 국수로 메밀국수, 밀국수라고도 한다. 골동이란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섞어 먹는 것을 말한다.
타. 12월의 시·절식
□ 섣달그믐음식, 납평절식(臘平節食), 제석절식(除夕節食)섣달을 납월이라 하며 동지가 지난 뒤 세 번째 미일(未日)을 납일로 정하고 종묘와 사직에 큰 제사를 지냈다. 납이란 사냥이란 뜻으로 천지만물의 덕에 감사하기 위해 사냥해 온 멧돼지나 돼지로 제물로 드린다는 뜻에서 이때의 제사를 납향이라 하였다. 또한 섣달 그믐날에는 방 뜰 부엌 문 변소 등 집안 구석구석에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자지 않았으니 이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지새야 잡귀의 출입을 막고 복을 받는다는 도교적 신앙에서 나온 풍습이다.
○ 납육
납일에는 수렵을 해금하고 있는 시기로 이때 참새를 잡아서 노인 아이들 약한 사람에게 구워 먹이면 큰 보신이 된다고 하여 새를 잡았다. 특히 마마를 앓는 아이에게 이롭다 하여 약으로 먹였다.
○ 납약(臘藥)
궁중에서는 환약을 만들어 왕에게 진상하는 것을 납약이라 하는데 청심환, 안심환, 소합환 등이 있다. 임금은 이를 근신이나 지밀나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3. 옛 문헌에 나타나는 절식과 시식의 정리
가. 도문대작(屠門大嚼- 허균 지음, 1569∼1618)
□ 서울의 시식
○ 봄 : 애고(艾 , 쑥떡), 유엽병(楡葉餠, 느티나무잎떡), 두견전(진달래화전), 이화전(배꽃잎전)
○ 여름 : 장미전, 수단(水團), 쌍화(雙花), 소만두(小饅頭)
○ 가을 : 경고(瓊 두텁떡), 국화병, 시율나병(곶감과 밤이 든 찰떡)
○ 겨울 ; 탕병(湯餠 떡국)
○ 사시(四時) : 증병(蒸餠 증편). 월병(月餠 달떡), 삼병(參餠), 송고유밀(송기떡), 설병(舌餠 개피떡), 자병(煮餠 전병)
나. 경도잡지(京都雜志- 유득공 지음, 1747∼1800)
○ 원 일(元日) : 떡국
○ 상원(정월대보름) : 약반(약밥), 작절(밤과 무우를 새벽에 먹음), 치롱주(귀를 맑게 하기 위해 소주1잔 먹음), 상원채(말린 박오가리, 가지, 무를 끓여먹음), 백가반(100집에서 밥을 얻어먹음)
○ 중 삼(삼월 삼짇날) : 두견화전
○ 사월초파일 : 느티떡
○ 유 두 : 수단
○ 복 날 : 구장(개고기국)
○ 중 구(9월 9일) : 국화전
○ 마 일(10월 5일) : 붉은 콩떡
○ 동 지 : 동지죽
○ 납 일 : 참새
다.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 김만순 지음 1776∼1840)
○ 정월 : 권모(문어다리처럼 길게 만든떡), 병탕(떡국), 세찬(세배손님상),강정, 작조두(팥가루로 만든 비누로 부녀자들이 쥐날에 성장하고 외출)
○ 정월대보름 : 약과, 명이주, 박점(김과 참취로 밥을 싸먹음), 교창과(밤3개를 먹음)
○ 3월 : 춘시제(3월 3일 제사지냄)
○ 4월 : 4월 8일 관등놀이
○ 6월 15일 : 유두연, 수단, 수각(밀가루로 만든 만두)
○ 복날 : 구장(개고기국), 두죽(콩죽으로 염병을 막기위해 먹음)
○ 7월15일(백종절) : 시정소민들은 연음한다.
○ 8월15일 : 추석
○ 중양일(9월 9일) : 국화전
○ 동지 : 팥죽
○ 납월 : 황감제(참새잡기)
라.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홍석모지음 1801∼1834)
○ 정월 : 차례, 세찬, 세주, 약밥, 팥죽, 묵은나물, 복쌈, 귀밝이술, 진산채
○ 2월 : 흰떡, 송병(이삭을 털어내지 않은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에게 준다)
○ 3월 : 화전, 화면, 수면, 묘제(묘소에서 제사), 탕평채9녹두묵, 돼지고기, 미나리, 김, 초장), 산병(꼽장떡), 이강주 소주가 지역별로 있음
○ 4월 : 방울떡, 시루떡, 어채, 어만두, 장미꽃떡
○ 5월 : 제호탕, 종묘진상(보리, 밀, 고미를 진상)
○ 6월 : 수단, 건단, 상화병, 연병, 구장, 팥죽
○ 7월 : 망혼(채소, 과일, 술, 밥을 차린다), 천신,
○ 8월 : 추석, 시루떡, 인절미, 윤단자, 토련단자
○ 9월 : 국화화전, 화채
○ 10월 : 팥시루떡, 우유락진상, 신선로, 연포탕, 난로회, 애탕, 밀단고,오색강정
○ 11월 : 동지팥죽, 냉면, 비빔국수, 전약, 골동면, 동치미, 수정과, 맛김치,(장김치 :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
○ 12월 : 납향(묘사에 대향을 지낸다), 납약, 참새, 세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