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하면 족구를 즐기는 우리네 족구인들은 각자의 생각에 따른 여러가지 논리를 들어가며 논쟁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구성원들 모두의 능력치에 조직력을 더해야만 강팀이 될 수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다 잘해야 한다는 소리다.
나는 얼마 전 '족구는 수비수의 놀음이다.'라는 칼럼을 썼었다. 근래 들어 공격수와 세터의 기량이 상향평준화 되어가면서 더이상 그들이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며 수비수의 능력여하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주장이었다.
내 주장을 스스로 뒤짚는 것일지 모르나 이전 칼럼은 공격수와 세터의 능력이 정상급인 팀, 즉 최강부 혹은 일반부 정상급 팀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족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바로 공격수이다. 점수를 얻어야만 경기를 이길 수 있는 모든 구기종목의 특성상 족구에서도 득점과 실점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공격수의 능력이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공격수들은 마치 팀이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착각하며 동료들을 탓하는 경우를 가끔 보았다.
"그 따위로 올리면 난 어떻게 공격하라는거야?"
"아니! 그것도 못 받아?"
"리시브 좀 네트에 붙여."
"거기서 서브실수를 하면 어떻게 해?"
"비켜! 내가 수비할테니까."
족구대회장에 갔을때 여기저기서 들었던 공격수들의 푸념섞인 일갈들을 최대한 순화해 적어본 표현들이다. 내가 보았던 이들 공격수들이 있는 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공격수들은 정말 섬세한 존재다. 조금만 연습을 소홀히하면 기본적인 공격조차도 되지 않는다. 또한 심리적인 여러가지 요소에 따라 기량 차이가 확연히 난다.
승부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공격수. 기본적인 실력은 당연히 갖춰야 하지만 심리적인 안정, 즉 마인드 컨트롤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한 이들의 올바른 마음가짐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1. 이기면 내 탓, 지면 동료 탓
다음은 몇 년전, 서울시 연합회장기 8강까지 진출해 기고만장해 있는 어느 별볼일 없는 공격수 000선수가 집에 돌아와 이긴 경기와 진 경기에 대해 복기하는 모습이다.
먼저 이긴경기,
"아! 이때 페인트 죽여줬지."
"좌수비 움직임이 확연히 보여서 정말 편안하게 득점했었지."
"토스가 안 좋았는데 정말 빈 공간으로 툭 밀어 넣은게 주효했어."
본인의 활약상을 머리속에서 그려보며 마음이 뿌듯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료수비수들의 '파인 플레이(fine play)'와 자신의 입맛에 맞춘 토스를 연결해 준 세터의 노고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다음 진경기,
"아! 이때 수비수의 리시브가 나빴어."
"수비수가 그것만 잡아줬으면 경기 양상이 틀려졌을텐데."
"그 와중에 서브실수를 하면 어떡하냐?"
"그때 네트에 꽂은건 세터의 토스가 너무 안 좋아서 그랬어."
본인의 실수는 세터의 토스 미스로 감추고 나머지는 동료들의 실수를 하나하나 지적한다.
한 마디로 말해 이기면 내 탓, 지면 동료 탓이다.
2. 공격수의 책임감.
족구는 '공격수 놀음'이다. 팀의 중심이고, 전력의 핵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공격수들이 꼭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공격수들에게는 팀의 중심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료들이 하는 실수는 1실점이다. 또한 이는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하지만 공격수의 공격 실점은 1실점 이상의 데미지가 있다. 팀이 득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도리어 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격수의 공격 하나하나에 따라 함께 하는 동료들의 사기가 올라갈 수도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존재인만큼 동료들이 공격수에게 맞춰주지만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어야하는 중요한 자리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자.
3. 공격수의 올바른 마음가짐.
공격수의 기분은 그 날 그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공격수의 올바른 마음가짐은 정말 중요하다.
세터나 수비수가 설사 실수를 했다고해도 "괜찮아. 잘 했어."라고 한 마디 해줘보자.
어차피 실점은 되돌릴 수 없는 일, 경기가 진행중일때 동료선수에게 화를 내면 그 동료 선수는 자신있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이는 곧 스스로 팀의 약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차라리 동료선수의 등이라도 한 번 툭 쳐주면서 '잘했다.'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것이 팀 전력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복기할때, 자신의 실수를 먼저 생각해보자.
공격수들은 냉정해야 한다. 그건 본인에게는 더욱 철저해야 한다. 자기자신의 실수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체크해 보자. 그리고 경기에 졌을때 동료들에게 '미안해. 나 때문에 졌어.'라고 말해보자.
자기자신에게 차갑고 동료들에게 따뜻한 공격수, 아마도 그런 공격수에게 동료 수비수와 세터는 그를 더욱 믿으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을까? 그리하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성원들 각자의 기량에 조직력을 더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공격수 분들 중 이런 분들 계실겁니다. '리시브가 너무 짦아서 공격을 할 수 없었어.', '토스가 너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실수했어.'라고 말하시는 분들이요. 그 분들은 꼭 아셔야 합니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그것은 곧 '나는 공격수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것 입니다." - 강승호 전 한세대학교 족구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