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우리 민족은 국밥을 먹기 시작했을까? 조선시대 국왕이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소를 잡아 노인들에게 설렁탕을 끓여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국에 밥을 말아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식사의 형태가 전해 내려왔을 것이다. 팔도의 장터를 떠돌아다니는 보부상들을 위한 주막의 메뉴였을 가능성이 크다. 유목민족의 간편식이 햄버거였다면 농경에 정착한 우리 민족의 간편식은 바로 국밥이었다.
소백의 산맥이 힘차게 뻗다가 숨을 죽인 한반도의 심장부에 비옥한 미호평야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로 무심천이 흐르는 곳에 청주가 위치한다. 팔도에서 유일하게 내륙인 충북 제일의 도시이다.
서울 경기의 소머리국밥, 전주의 콩나물 국밥, 부산의 돼지국밥, 호남에 맑은 곰탕이 유명한데 청주에는 어떤 국밥이 있을까? 현지인들에게 물었더니 북부시장의 순대국을 추천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대명순대국을 찾은 블로거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밥 이전에 순대 한 접시를 먼저 시켜봤다. 찜통에서 막 건져낸 순대가 촉촉하다. 식감이 지극히 부드럽고 입 안에 퍼지는 향이 순하고 고소하다. 오리지널 피순대라서 안에 야채가 가득하다. 순대를 새우젓에 찍고 청양고추를 얹어 먹으면 조화가 일품이다. 머리고기와 간, 염통과 내장까지 두루 차지고 혀에 감긴다. 명물 집은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시장 안에 위치한지라 값은 저렴하다. 수십 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6천원을 유지한다. 가격 대비 포만감이 최고다. 그게 순대국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순대국의 국물은 때깔이 독특하다. 노란빛이 감도는 진국이다. 한 수저 떠서 음미하는 순간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순대국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육수를 끓이고 잡내를 잡기 위해 공을 기울인 티가 난다. 소박하고 정직한 서민의 맛이다. 어떤 이는 이 집 국밥을 선비의 맛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만큼 개운하고 깔끔한 국밥이다.
전국 각지에 무수히 널려있는 체인점 순대국의 정량화되고 계량화된 비주얼과 달리 청주 북부시장 대명순대국은 주인장의 손맛과 인심이 확실하게 표현된다.
순하고 부드럽고 푸짐해서 먹고 나면 누구나 포만감에 사로잡힌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국밥의 지도에 충북지역의 국밥만 빠져서 지역민들이 항의했다고 한다. 충북의 대표 국밥은 올갱이 국밥이다. 영동, 옥천, 괴산, 제천 등에 올갱이 국밥집이 성업 중이다. 맑은 물에 서식하는 올갱이라서 충북의 자연환경을 자랑해주는 국밥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청주에서 순대국을 말하고 있다. 청주 사람들이 애호하고 즐겨 먹는 국밥을 물어 찾았기 때문이다.
청주에 들르거든 북부시장 안의 순대국집을 찾아가 보시라. 점심 메뉴선택에 결코 후회할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