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월 15일 수요일. 비 온 후 맑음.(인도네시아)
차가 멈춰서 눈을 떠보니 날은 새벽이다. 휴게소다. 비는 아직도 촉촉이 내린다. 춥다. 따듯한 국물이 있는 쌀국수로 아침을 때운다. 예쁘게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우리 차는 또 부지런히 달려간다. 비는 그쳤다. 태양이 비치니 또 날이 더워진다. 중간 중간 차가 설대마다 장사꾼들이 올라온다. 람푸탄을 사서 심심풀이로 먹는다. 이제 바다가 보인다. 아직도 우리 차는 수마트라 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 나무 그늘에서는 기타 치는 젊은이 둘이 보인다. 처음 바다가 보인 후 약 40분 정도를 가니 부두가 나타난다. 잠시 기다리다가 큰 배에 입이 열리고 우리 버스가 자연스럽게 배 안으로 들어간다. 차에서 사람들이 내려 모두 객실로 올라간다. 객실은 답답하고 냄새도 나고 시끄럽다. 갑판 위로 올라오니 시야가 확 트여 좋다. 맑은 바닷물과 멀리 바다에 떠 있는 조그만 섬들이 뜨거운 태양아래 빛이 난다. 배는 뱃고동 소리를 내며 수마트라 섬을 떠난다. 아쉽고 진한 감동을 준 멋진 섬이다.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섬이었다. 힘들었던 큰 섬이다. 사발면을 사서 갑판 위에서 먹었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갖고 다니며 사발면을 판다. 맛있다. 적색과 흰색이 반반인 인도네시아 국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멀리 자바 섬이 보인다. 배를 탄지 2시간 정도 걸려서 자바 섬에 도착했다. 제법 공장도 보이고 빌딩도 보인다. 섬에 도착하여 우리는 버스에 다시 타고, 버스는 배를 빠져나온다. 조그만 휴게소에 들렀다. 우리는 두부를 잘라 튀긴 유부를 사서 먹어보았다. 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역시 자바 섬은 대도시 냄새가 난다. 넓은 고속도로에는 차량의 물결이 많다. 도로시설, 환경, 지형 모두 자바 섬은 수마트라 섬과 다르다. 2 시간 정도를 달려가니 고층 빌딩과 더불어 바글거리는 오토바이들로 복잡하다. 차도 밀리고 심한 매연에 교통순경도 마스크를 하고 있다.
이곳이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이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도시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자카르타는 현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있다. 시가지는 시시각각 변화를 빠르게 한다. 거대한 빌딩 숲과 가로수 길, 활기차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넥타이를 맨 신사로부터 맨발로 신문을 팔고 있는 아이들까지 엄청난 사람들이다. 차량도 에어컨이 있어 굳게 문을 닫고 달리는 고급 벤츠에서부터 금방이라도 분해 될 것 같은 굉음을 내며 달리는 3륜 자동차도 보인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가, 아름다움과 추함, 빈부가 공존하는 자카르타의 모습이 버스 속에서 금방 나타난다. 드디어 Pulo Gadung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파당에서 수마트라 부두까지 28시간, 배를 타고 2시간, 잠바 섬 부두에서 자카르타까지 2시간, 모두 32 시간이 걸렸다. 터미널에 내리니 차를 타라는 호객꾼들이 엄청나다. 그중 하나를 잡고 가고자 하는 감비르 역까지 흥정을 했다. 145000루피(20,000원)을 거절하고 돌아선다. 끝까지 붙는 사람이 있어 70,000루피(10,000원)에 흥정해서 합승 미니봉고에 9명이 타고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30여분을 달려 감비르 역 앞에 내렸다. 이곳에서 배낭족들이 모여드는 잘란작사 까지 걸어서 간다. 태국의 카오산 로드보다. 도로가 좁고 조용하지만 숙소가 많이 보인다. 에어컨이 있는 DJODY 호텔을 예약했다. 찬주 네는 따듯한 물까지 나오는 약간 비싼 건너편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거리로 나왔다. 오늘은 찬주 아빠의 결혼기념일이라고 한 턱 낸단다. 시원한 주스와 함께 또 볶음밥으로 잘 먹었다. 거리로 나와 고구마튀김도 사먹었다. 잘란작사의 끝까지 걸어보았다. 제법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수마트라 섬에서는 외국인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이곳은 흥청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