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3 - 마드리드 들어가기

[이경우]

@ 2002년 8월 5일 월요일, 맑음. (스페인)

     창문가에서 자니 서늘하다. 잠을 잘 잤다. 아침 일찍 마드리드로 출발하기에 조심스럽게 짐을 챙겼다. 다행히도 주인아저씨가 아침 식사로 닭죽과 감자전을 만들어 주셔서 잘 먹었다. 아침 7시에 숙소에서 나왔다. 벌써 시내는 분주하다. 버스터미널인 북부버스터미널을 찾아갔다.

       오전 8시 30분 출발이다. 8시경에 도착되어서 점심에 먹을 빵과 음료를 약간 준비했다. 아침 8시 30분에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도 깨끗하고 승차감도 좋다. 아내는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피곤한가보다. 종일 쉼도 없이 걷고 타고를 계속하다가 복잡거리는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또 이동하고를 반복한다.

       차는 몬주익 언덕을 기고 해안가로 돌아간다. 몬주익 언덕 뒤편은 공동묘지이다. 나무들이 우거짐을 보아 제법 오래된 듯하다. 바르셀로나 교외에는 각종 과수와 채소로 푸른 모습이 보인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가니 황량한 벌판이다. 붉은 흙으로 된 민둥산이 간간히 보이는 구릉지대로 거칠어 보인다.

       파란 하늘의 뜨거운 태양이 건조하게 내리쬐고 있다. 맑고 건조한 기온이다. 거친 곳은 풀과 나무도 보기 어렵다. 마을을 낀 부근은 올리브 나무와 각종 과일나무와 채소밭이 보인다. 두 번의 휴게소에 들렀다. 나무도 없는 황량한 곳에 있는 휴게소다. 용변을 보고 과일과 빵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해바라기 밭도 넓게 많이 보인다. 조그만 언덕 위에는 검은색의 황소 모양의 철판을 세워놓았다. 예쁘게 묶어 놓은 건초더미가 보인다. 오후 4시경에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곳이라 어리둥절하다. 도착한 곳은 마드리드의 Mendez Alvaro 버스터미널이다.

       전철도 있는 복합 건물이다. 일단 숙소를 구해야한다. 한국에서 알아가지고 온 윤루까스민박집(91-540-0702)으로 전화했다. 친절한 한국 목소리가 반가웠다. 솔 광장으로 가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T-10 전철 표를 사서 지하철을 타고 Sol 광장 역에서 내렸다. 지상으로 올라왔다.

       메이요 광장 쪽으로 내려가서 찾아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해서 주인아저씨를 만났다. 숙소는 세르반테스가 묵었었다는 아파트 식 집이다. 무겁고 큰 대문이 있는 오래된 집이다. 1층과 2층을 사용한다. 1층에 우리 숙소를 정하고 2층 휴게실을 이용한다. 먼저 인터넷으로 유진이 상희에게 이 메일을 보냈다.

       빨래를 한 번 하는데 3유로란다. 빨래를 부탁했다. 집이 넓어서 마음에 든다. 아저씨 아주머니도 친절하다. 딸만 3명인 젊은 가정이다. 아주 이곳에 이민 와서 사신단다. 세면과 샤워를 한 후 짐을 풀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건조하고 뜨거운 날이다. 마드리드는 이베리아 반도 중앙부에 위치한 스페인 수도다.

  

       해발 646m 높은 지대에 있다. 1581년 스페인 제국의 전성기에 이곳으로 수도가 옮겨진 이래 400년 동안 스페인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왔다. 인구는 약 400만 이 넘는 곳으로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 박물관, 유적들이 많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대륙성 기후로 한난의 차가 심하고 맑고 건조한 날이 많다. 여름에는 무척 덥다. 그러나 그늘에서는 시원하다. 요사이는 시내에 소매치기들이 많아 중요한 것은 숙소에 맡기고 다녀야 한다는 주인아저시의 충고에 따라 여권, 비행기 표, 현금을 맡겼다. 현지인의 충고는 그곳을 여행하는 자들에게 중요한, 편안할 수 있는 정보다.

       여권을 잃어버려 고생하는 젊은이 두 사람이 실제 함께 묶고 있어서 우리의 마음이 아팠다. 처음 만난 곳이 시청사이다. 숙소를 찾다가 스친 곳이다. 얼핏 보기에 저렇게 작은 시청사에서 인구 400만의 도시 행정을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될 정도로 작고 오래된 건물이다. 영어 한마디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전통 있는 건축물을 신중히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시청사 앞에 있는 작은 광장이 비야 광장이다. 시청사는 1676년에 건축되었다. 시청사에는 고야 등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볼 수 있다. 특히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가 된 1561년경의 풍경화가 인상적이다. 당시의 마드리드는 수도원과 교회분인 시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청 앞 도로에는 시의 상징인 곰 모양 문양이 도보에 새겨져 있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가 골목을 벗어나니 너른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광장이 17세기풍의 건축물들로 둘러싸인 커다란 마요르 광장이다. 광장 중앙의 말을 탄 동상이 1619년 이 광장을 처음 만든 필리페 3세의 동상이다.

       그대부터 이 광장에서는 국왕의 취임식과 종교의식, 그리고 투우와 교수형까지 집행되었다. 광장 북쪽 시계탑이 있는 건물 중앙에는 ‘Plaza Mayor’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벽에는 세르반테스, 로페 데 베가(Lope de Vega, 1562년 ~ 1635년, 스페인의 극작가) 등 마드리드가 낳은 문인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를 피해서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소리가 맑게 들린다. 여름철에는 자정부터 Tuna라는 학생들의 세레나데 중창단이 등장한단다. 4층 건물로 둘러싸인 중세풍의 건물들이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마요르 광장에는 원래 9개의 아치형 출입문이 있었는데 남서쪽에 남아있는 쿠치예로스 아치가 가장 운치 있는 문이란다.

       별로 특이한 모습은 없어 보인다. 마드리드의 중심지가 푸에르타 델 솔이다. 걸어서 관광하는 우리에겐 이곳이 중앙지점이라 몇 번이고 지나친다. 그만큼 도로가 이곳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있다. 푸에르타 델 솔은 ‘태양의 문’이라는 뜻이다. 성문은 보이지 않았다. 16세기가지 태양의 모습이 새겨진 성문이 있었단다.

       마드리드 시민들은 이곳에서 약속하고 만난다. 시계탑이 있는 경찰서 앞의 보도에스페인 전국 도로의 기점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있다. 반대편에는 곰이 나무를 오르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이 있다. 이것이 마드리드의 문장(紋章)이다. 옛날 이 근처에서 곰이 잡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단다.

       또 이곳은 1808년 5월 2일 스페인을 침략한 나폴레옹 군대에 시민들이 맨손으로 저항한 곳으로 프랑스로 부터의 독립을 위한 독립전쟁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고야의 <5월 2일 재앙> 과 <5월 3일 처형>의 두 작품이다. 경찰서 벽에는 5월 2일의 역사적인 사건을 나타내는 부조가 새겨져 있다.

       20세기 초 그란 비아 거리(Gram Via)가 형성될 때까지는 이곳이 쇼핑의 중심지였단다. 지금은 유서 깊은 전문 상점이 많고 쇼핑하려는 사람들로 무척 붐빈다. 우리도 백화점에 들렀다. 지하 식료품 코너로 들어간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들이 풍부하게 있고 각종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재미있는 것은 과일을 사는데 은행에서 손님 대기표를 뽑듯이 순서 표를 뽑아야 한다. 276번을 뽑고 기다렸다. 복숭아와 키위를 샀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그란 비아 거리로 나왔다. 여러 가지 상점과 극장이 있는 흥겨운 거리다. 길을 따라 에스파냐 광장으로 간다. 그란 비아 거리가 우리로 말하면 마드리드의 명동인 셈이다.

       20세기가 되면서 마드리드가 북쪽으로 발전하기 시작할 때 구시가지 지역과 신시가지 지역을 나누는 큰 거리가 생겨났다. 이곳이 마드리드 제일의 중심가로 유명상점, 은행, 극작, 고급 레스토랑, 백화점, 호텔 등이 모여 있다. 특히 영화관이 많아 마드리드의 할리우드와 같은 인상이다.

       그란 비아 서쪽 끝에 있는 광장이 에스파냐 광장이다. 옛날의 병영 터란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 세르반테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가 광장에 있다. 그 앞에는 말을 타고 있는 늘씬한 돈키호테와 뚱뚱한 산초가 있다. 기념비 뒤에는 에스파냐 빌딩이 있다.

       왼쪽에는 Torre de Madrid라는 124m의 고층 빌딩이 솟아있다. 오후에 도착되는 서쪽으로 진하게 해가 지면 붉은 노을을 만들어낸다.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서 저녁으로 복숭아를 먹었다. 광장이라기보다는 공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기우는 석양을 보며 왕궁으로 걸어간다. 마드리드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는 건물로, 규모도 가장 커 보인다.

       이 왕궁은 회교도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고 있을 때 그들의 성채가 있던 곳이란다. 1738년 필리페 5세의 지시로 설계가 시작되어 1764년 완성되었다. 건물의 사방 길이가 각각 131m인 이 왕궁의 석재는 과달라마 산맥에서 캐온 화강암이며, 르네상스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을 혼합한 건축물이다.

       왕궁의 방은 2800개에 달하며 실내의 호화로운 실내장식과 조각, 장식 천(태피스트리), 가구 등 멋지다는데 시간이 늦어서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쉬웠다. 왕궁 앞의 바일렌 거리를 사이에 두고 오리엔테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1841년에 완성되었다. 이곳에는 역대 스페인 왕들의 형상이 줄지어 서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바탕으로 피에트로 타카가 조각한 필리페 4세의 기마상이다. 말이 앞발을 허공에 치켜들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기마상으로 중역의 저항을 계산한 정교한 구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왕들은 한 줄로 서 있는데 필리페 4세만 말을 타고 있다.

       이런 동상들이 눈길을 모으는 것도 있지만 젊은 남녀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누워서,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사랑을 진하게 표현하고 있어 훔쳐보게 되는 속물에게는 그만이다. 우리 정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오후 9시 30분경인데도 별로 어둡지 않다. 왕을 돌아 숙소로 간다.

     골목길에 모자를 쓴 남자가 움직이지 않고 철 울타리를 두 손으로 집고 쳐다보고 있다. 이상해서 가까이 가보니 동상이다.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같은 폼으로 옆에 서보니 재미있다. 이렇게 마드리드에서 첫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