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기차마을을 찾아서(2011. 가을)
구월에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를 따라 움직여 본다. 마침 곡에서 문학단체 시화전이 열린다고 초대장이 왔다. 남편이 시월 말에 있을 국화 전시회 준비에 작업하는 곡성 기차마을에 따라나섰다. 남편은 공무원 정년퇴직 전부터 직장과 연관된 국화꽃 기르기에 관심을 가졌다. 노후의 취미를 국화꽃을 가꾸고 작품 만드는 것으로 기술을 익혔다. 몇 년 전부터 연마하여 이름이 알려지면서 지방 관공서에 부탁받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심청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축제관계자들은 가을이면 축제하느라 바쁜 계절이다. 곡성의 심청 축제에 맞춰서 기차 마을 주변에 국화꽃을 장식하기 위해 남편은 불철주야 심혈을 기울였다. 곡성에서는 심청 축제에 처음으로 국화꽃을 전시할 계획이라서 관심이 크다고 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화분에는 진한 초록색 잎을 단 형형색색 국화들이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전시 예정인 시월 말경이면 아름다운 꽃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부터 눈서리 맞으며 천둥 번개와 비바람을 견디어 낸 끝에 꽃송이가 맺혀져 세상에 빛을 발하여 가을을 장식하는 것이 국화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묵묵히 동분서주하며 삽질, 거름주기, 병충해를 막기 위해 약치는 일, 대국에는 가지치기 등 어느 것 하나 손길이 안 닿은 데가 없는 것임을 지켜보니 내심 남편의 모습이 대견했다.
남편 옆에서 조금 일손을 돕고, 정녕 내가 할 일은 따로 있었다. 그날, 곡성 문인협회 주최로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날이었다. 가을이라서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파란 하늘을 향해 춤을 추고 한편에서는 시화전이 한창이었다. 난 서슴없이 누가 부르지 않아도 그곳으로 발길이 빨라진다. 발길이 닿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속에서 시어들이 가득 차서 가슴이 마냥 두근거리고 있었다. 시화전 장소 옆에는 증기기관차가 추억처럼 연기를 뿜어내며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화전 가까이에 다가섰을 때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시는 곡성 문협 회장님이신 우금수 작가님이셨다. 시인께서 땀방울 송송 맺혀 바쁘신 가운데 기어코 마중 나와 바쁜 걸음으로 맞이해 주셨다. 우금수 작가님은 언제나 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분이다. 내가 아는 여성 문인으로서 위아래 동료들 간에도 분위기를 잘 맞추시는 분이시다.
시를 감상하며 맛있는 차도 한 잔 대접 받았다. 그곳 주위에는 기차 마을답게 기차를 테마로 추억의 증기 기관 열차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여 현재 곡성 기차 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운행하고 있어서 인파가 북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시화전도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가 더 돋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기차가 움직일 때면 추억의 기적을 울리면서 가을 속의 향기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피어났다.
그곳 문인들과 안부를 건네며 예쁜 시화의 액자를 하나하나 감상에 빠져들었다. 그 시화 속에 그림들이 이정남 화백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 화백님은 오래전에 나의 수필집 『외출』의 표지 그림을 장식해 주신 분이기에 더욱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시화전을 진행하시는 곡성 문인협회 회원님 모두에게 건필을 기원하며 남편이 작업하는 국화하우스로 갔다. 남편은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도 국화 향 가득한 곳에서 작업을 도우며 시와 꽃과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한 하루가 멋진 가을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내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