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우울이 길다
황경민
후회가, 체념이, 무기력이 너무 길다
보아라
큰 바람이 불었고
세계는 그대로가 아니냐
네 안에서 부는 바람에
너는 너무 오래 흔들린다
내 귀에 들리는게 많았으면 좋겠고
내 귀에 보이는게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채워서 가는 인생이고싶다
낙오자란 세 글자에 슬퍼하지말고
사랑이란 두 글자에 얽메이지말고
삶이라는 한 글자에 충실하라
너는 눈부신 해를보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살마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사랑받는
그런 인생을 살기 위해 태어났다
그 누구도 너를 미워할 수 없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거야
별보단 달이 되어라
행복은 길가에 피어난 들꽃을 발견하는 일
아쉽다
아, 아쉽다
당신만큼 이 시간을 감사히 여긴 사람도 없을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당신을 위한 것이었고
당신은 늘 그랬듯이 오늘도 잘 버텨주었다
이렇게 큰 세상을 앞에 두고
고작 그런 일에 마음을 쏟는 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슬픈 일은 현실로 다가오고
기쁜 일은 거짓말처럼 찾아온다
그러니까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손바닥 뒤집는 것 처럼 쉽지는 않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기쁨도 그리 크진 않을거다
큰 기쁨을 위해 조금 애쓰는거라도 생각하자
모든일은
내 마음 속에서 시작되고
내 마음 속에서 끝난다
수고했어
고맙다
진심으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 시를 처음 읽어보았는데 담담한 문체로 위로를 건네는 점이 크게 다가왔던 시였습니다. 시 추천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시가 떠올랐을 정도니, 많은 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일컫어도 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에는 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시기라 이 시가 더 큰 위로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길이가 꽤 있는 시이지만, 그렇기에 찬찬히 글자를 읽어내리며 개인의 힘든 감정을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저처럼 근래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뜻하지 않게 어려움이 다가왔을 때, 이 시를 떠올리며 위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정해보았습니다.
첫댓글 3연과 10연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좋은 위로를 담고 있는 울림 있는 시 같아요! 추천 감사합니다 :)
수고했어, 고맙다, 진심으로 같은 일상에서는 부끄러워 잘 하지 못하는 말들을 시에서 들으니 색다른 기분이네요 좋은 시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