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공원인 도솔산 기슭에 집을 지어 산 지 올해로 8년째 접어들면서
점차 알게된 것은 집 앞에 펼쳐진 가슴 탁 트이는 자유 공간과 뒷산의 푸른 녹음을
나만 홀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동물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봄에는 꽃을 찾아 나선 길 잃은 나비.여름에는 알에 공급할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찾아드는 모기,.가을에는 뉸대중을 잘못했는지너무 높이 뛰어 창문을 넘어 들어온 귀뚜라미. 오랜 세월 이땅의 주인이었을 법한 지네도 안방으로 가끔식 찾아 든다.
유별나게도 지네는 커가면서 발의 수자도 많아지는데 그 많은 발을 꼬이지 않게끔 조절하여 기어다니는 신기함도 보여주었다..
쥬라기 시대에 공룡에게 쫏기던 조상의 공포를 물려 받아서인지 장맛비 쏟아질때면 마당에 나타나는 덩치큰 두꺼비를 보고도 놀랐다
집 앞의 거칠것 없는 자유공간에 까만 밤이찾아오면 은하수로 흐르는 수많은 별과 파란 불빛이 되어 머리 위로 떨어진 별똥별의 아름다움을 아무런 방해 없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나 태양이 모든 사물에 힘을 주는 대낮의 밝은 공간은 또다른 동물인 새들의 것이되어 도솔산을 넘어가기 위해 나선형의 동근원을 그리며 날아오르는 기러기의 비행장이 되기도한다
도솔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육계육천의 4번때 하늘인 도솔천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담하게 작은 산이지만 멧돼지 형제가 다른 놀이터를 찾기 위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가끔은 볼 수 있고.. 고라니가 집뒤에 심어 놓은 부드러운 호박잎을 따먹기 먹기 위해 내려오다 서로 눈이 마주쳐 당황해할 때도있다.
새들도 함께 살고 있다. 산꼭대기 부근에 사는 참수리 는 먹잇감으로 비둘기를 사냥하다 나에게 들켜 실패하기도 했고 소쩍새는 밤새 울어 대 어릴적 잠 못 이루던 시절을 소환해 주기도 한다.
집 가까운 곳에는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텃새들이 자리를 잡아 살고 있다. 산꼭대기에서 자신들의 행동거지를 살피고 있는 참수리나 소쩍새의 위협을 어느 정도 줄이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움직인다 텃새들 중에 주로 산에 사는 새들인
쇠박새 .딱따구리 .딱새. 들은 먼동이 트는 새벽녁이면 전부 일어 난다 지난밤 꿈 이야기 아니면 할 이야기도 없을 법 하건만 조잘거리는 소리에 잠을 께지 않을 수가 없도록 요란스럽다. 이들이 무슨 이야기들을 주고 받을까 하고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 보면 내 몸이 새가 아니라서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그 들이 내는 목소리의 공통점은 모두 피아노 건반 두드림 처럼 맑고 영롱하다는 것이다.하지만 약속을 가르쳐 지키게 할 지휘자가 없어 각자 목소리를 높여 내니 아름다운 화음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하다.참다 못해 창문을 열고 "야 조용히들 좀 해" 하면 꾸중 들은초등학생이 되어 조용해 진다. 약속되지 않은 소리는 새들의 노래가 아닌 새소리일 뿐이다.그런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다르면서도 어울리는 약속되지 않은 합창 떄문일 것이다.
자연의 소리가 자유로워서 아름답다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약속이 있어 아름다을 것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만든 악기들이 모여 지휘자의 몸짓에 따라 약속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 악기의 소리는
웅장한 폭포수보다 때로는 달빛보다도 고요한 소리를 만들어 전율이 느껴지는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 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친구들과 구슬치기 할 때 앞산에서 메아리쳐 울려 퍼지던
밥 먹고 놀라 하시던 어머님의목소리다
첫댓글 밥 묵어라
해거름이면 듣던 어머니의 목소리
한 번만이라도 다시금 들을 수만 있다면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도솔산을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이 따스합니다. 군고구마 같은 수필입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으면서 문득,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walden이 떠올랐습니다.
저 또한 바다와의 대화 법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잘 감상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
대전시 서구계백로1249번 안길36-28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