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30일 금요일. 또 덥다.
가베스를 출발한 버스는 계속 간다. 사막 가운데 세워진, 뜨거움과 흙먼지만 날리는 신 마트마타 외곽 지역에서 승객이 모두 내린다. 한 젊은이가 우리에게 여기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고 알려준다.
영어로 설명해 주는 총각이 고맙다. 함께 버스를 기다린다. 정류장 표시도 없는 도로 옆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금방 대형 버스가 도착한다. 영어 총각과 함께 버스에 탔다. 버스비는 앞차에서 끊었던 표를 보여주니 통과다.
이렇게 환승하는 시스템을 잘 모르겠다. 우리가 탄 버스는 에어컨이 나오지만 아주 낡은 고속버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황량한 길을 오르내리며 달려 고개를 넘어가니 우리의 목적지 마트마타다.
영어 총각과 함께 내렸다. 영어총각은 마을로 사라지고 우리 둘 만 도로 위에 섰다. 숙소를 찾아야한다. 뜨거운 태양만 가득하다.
새로 지어진 우체국 건물 앞이다. 어디선가 수더분하게 생긴 아저씨가 나타났다. 숙소를 물으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동네 운전기사라고 하는데, 삐끼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숙소(Maison D’Hostes)가 보이는 도로로 와서 친절하게 숙소를 알려주고 돌아간다. 우리가 가는 길에 도움을 주는 천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 숙소는 산을 등지고 세워진 2층 주택이다.
깨끗하게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 야자수 나무들로 둘러싸인 것이 고급스럽다. 호텔도 아니고 호스텔도 아니고 가정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인장이 혼자서 우리를 맞이해준다. 조용한 집이다.
현관 바로 옆에 방을 준다. 에어컨도 나오고 깨끗한 방이다. 주방이 맘에 든다. 라면을 끓여 어제 산 빵과 함께 점심을 해결했다. 주방을 사용하도록 주인장이 잘 안내해 주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동네 구경을 나선다.
전망대와 지하 거주지를 찾아볼 생각이다. 숙소를 나서서 걸어간다. 동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너진 집터가 흙벽돌만 남겨져 있다. 너무 덥고 건조해 보이는 땅이다. 야자수도 빈약해 보인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도로를 오르다 보니 마을에 작은 축구장도 있다. 돌산 아래 자리 잡은 집들이 모여 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돌산은 황량한데, 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져있다.
사람들이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놓았다. 아마도 내리는 비를 조금이라도 이용하려는 의도 인 것 같다. 사람의 수고가 많이 느껴진다. MATMATA 표시판이 만들어진 전망대를 찾았다.
뷰포인트까지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린다. Welcome MATMATA!! 마을 입구 언덕에 세워진 글씨다.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이 보이고 주차장에는 낙타 서너 마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 쪽에 관광객 상대로 낙타 호객하는 낙타 꾼이 상시 대기 중이다. 한 할아버지가 치장된 낙타를 데리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통복장이다. 이 지역 토착민족인 베르베르인이다.
베르베르인은 북아프리카에 퍼져 사는 유목민이다. 관광객을 실은 택시 한 대가 들어오더니 서너 명이 내린다. 어디선가 낙타 주인이 나타나 낙타와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호객을 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전망대에 섰다.
눈 아래 넓게 펼쳐진 황량한 사막이 감동이다. 모래사막이 아닌 그저 메마른 땅이다. 사막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막 속에서 고대의 지혜가 담긴 생활 방식을 직접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베리) 사하라에도 생명이 솟아나는 오아시스가 있다.
모래사막은 아니지만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을 보는 재미가 있다. 태양 열기만이 거친 광야를 압도하도 있다. 뜨거운 바람도 살살 분다. 길 건너편 언덕 위로는 아랍어 전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얼굴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힌다.
글씨를 붙들고 사진을 몇 장 남긴다. 다시 걸어서 언덕을 넘어 마을로 간다. 그늘이 없는 아스팔트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그저 뜨거움 만 있다. 그늘이 있는 오래된 가로수가 반갑다. 낡은 트럭이 도로를 지키고 있다.
마을 입구 홍보 판에는 지하 거주지가 그려져 있다. 마트마타의 특징, 지하 거주지를 찾아간다. 버스 정류장 앞 카페 앞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앉아있다. 움직이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버스 정류장은 텅 비어있고 기둥들만 공간을 지키고 있다. 깨끗한 건물이 보인다. 국기가 있는 투어 사무실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닫혀있다. 오래 된 뚱뚱한 버스가 있다. 할머니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관광버스 한 대가 움직인다. 저기가 관광지 인 것 같다. 언덕길을 가로 질러 간다. Musee Darkhadjja 간판이 보인다. 돌담에 선인장이 쭈글쭈글 버티고 있다. 선인장 열매가 보여 하나 손으로 땄다.
갑자기 손가락 전체가 따끔 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가 공격을 한 것 같다. 아무리 비벼도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깜짝 놀랐다. 선인장 열매를 파는 사람들이 손에 장갑을 끼고 만지는 것이 생각났다.
Hotel Sidi Idriss, Star Wars라는 글씨가 보인다. 기념품 가게도 있다. 도자기와 장미석, 꿀, 모형낙타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마트마타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마트마타(Matmâta)는 튀니지 가베스 주에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약 1000년간 발견되지 못한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마을이다. 이 마을이 생기게 된 이야기는 이렇다.
로마와의 로마는 이집트의 두 부족을 보내 이곳을 정비하라고 했다. 강한 무기와 잘 정비된 군인 부족에게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생존자들은 살기 위해 사막으로 도망쳤고 땅 밑에 마을을 건설했다.
또 다른 얘기는, 약 7000년 전 이곳 사람들의 선조들이 이곳에 이주했는데,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 건설했고, 복잡한 미로로 지상과 연결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적을 피하거나 몸을 숨기기 위해 만들었던 설계가 나중에는 주거형태가 되었다. 산악지형의 땅에 깊이 파고 들어간 형태로 더위를 피하는 구조다. 깊이에 따라 이층과 3층까지도 나온다.
독특한 전통 트로글로디트(Troglodyte 동굴) 주거지는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동굴 형태의 집들이 모여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관광용으로 남겨져있고 사람들은 대부분 주택을 짓고 산다.
이 마을의 발견소식을 들은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는 이곳에서 스타워즈를 촬영했고 영화가 유명해지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했다. 1967년 이 지역에선 많은 피해를 입은 홍수가 발생했다.
홍수 때문에 전통 집이 많이 무너졌고, 새로 주택을 짓고 살게 되었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신 마트마타로 이주하게 되었단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제작했던 시기가 1977년이다. 영화 촬영한 호텔이다.
Hotel Sidi Driss. 입구에 크게 스타워스라고 씌어있다. 차 한 대가 와서 외국 관광객 여러 명을 내려놓았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들어가는데 입장료는 2디나르다.
빨간 검을 든 사람이 다스베이. 안으로 들어가니 공간이 나온다. 이 호텔이 그 천 년만에 발견되었다는 전통적 지하 마을의 양식의 주거지다. 스타워즈의 첫 에피소드뿐 아니라 2002년에 다섯 번째 작품에도 나왔다고 한다.
온갖 스타워즈와 관련된 장식들이다. 스타워즈 영화 내 타투인 행성으로 나오는 곳이 전부 이곳에서 촬영했단다. 그러니 사하라에는 외계 행성이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히트작, 스타워즈의 배경인 마트마타. 우주의 가장 변방에 있는 주인공들의 고향, 타투인 행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영화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집이다.
황량하고 메마른 불모의 땅, 사하라와 분화구 같은 곳에다 토굴집을 짓고 살아가는 베르베르인들의 삶이 스타워즈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스타워즈의 성공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고, 튀니지 정부는 이 마을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마을의 일부를 호텔로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주인 옷도 있다. 광선 검 소품도 있다.
영화 포스터, 흑백사진, 글씨 등 모두 스타워즈로 장식되어있다. 식당도 있고 숙소도 여러 개 보인다. 벽에는 호텔 지도가 그려져 있다.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스타워즈 세트가 세워진 공간과 야자수가 심어진 공간, 우물이 있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건축양식은 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조상 집을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서 만들어서 1층이 잠기더라도 식량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2층에 식량 창고를 만들었다.
1층에 사람이 살고 2층에는 짐승이 살았다고 한다. 지하 주거 양식의 가장 큰 장점은 기후 조절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뜨거운 사막 기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주민들은 땅 아래로 집을 파 들어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굴 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듯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주거지로 적합했다. 지하 공간은 연중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여 혹독한 기후로부터 주민을 보호한다.
수세기에 걸쳐서 형성된 토착민들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고유성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지하 공간에 자리 잡은 주거지는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분위기가 매력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또한 복잡한 터널 시스템, 환기구, 저장고 등 독특한 건축요소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척박한 땅에서 사는 고단함이 느껴진다. 무얼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양을 키우며 무화과, 대추야자 등을 재배하는 반 유목민으로 살아간다.
최근에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잘 하는 젊은이들이 여행 가이드 생활을 한다. 주민들은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숙박업과 생활용품을 전시 판매하는 관광업에 종사한다.
우리는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동굴 주거지 위로 올라갔다. 허름한 철조망이 쳐져 있다. 떨어지면 위험하다. 내려다보는 것도 신기하다. 그림자가 벽에 선명하게 만들어진다. 햇볕이 강하다. 다른 곳도 둘러보았다.
주변에 동굴 주거지가 많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있어 이제는 커다란 함정으로 보인다. 박물관으로 만들어 손님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들어가 보니 조잡하다.
영감님이 일어나 나오더니 입장료 5디나르를 내란다. 그냥 돌아 나왔다. 주거의 흔적들이 있는 깊은 동굴은 풀이자라고 무너져 내린 동굴이 많다.
성경에서 요셉의 형들이 요셉을 구덩이에 넣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창세기 38장), 한 번 떨어지면 나오기 힘들 것 같은 동굴이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돌아온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메론을 하나 샀다. 빈약해 보이는 과일들이 메말랐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영감님도 메말랐고 오래된 저울도 메말라 보인다. 햇빛이 드는 오후에는 카페에 있던 주민들이 모두 사라졌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비누 거품이 금방 사라지는 아주 센물이다.
메론을 깎아 먹었다. 생각보다 메론이 달지 않고 심심하다. 누룽지를 끓여서 저녁을 먹는다. 방에 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가베스 남쪽에 있는 타타윈, 숙소를 예약하고 하루를 접는다. 조용한 동네다.
*8월 30일 경비 – 수스행 루아지 44.6, 택시비 2.5, 마트마타 큰 버스 5.2, 동굴호텔 입장료 2, 멜론 2.8, 숙박비 62,000원. 계 84,800원. 누계1,030,575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