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
아무리 큰 주머니 채워준들 성에 차랴
땅 만큼 하늘 만큼 품는다고 제 게 되랴
죄 챙겨 싫컷 쓰다가 아까우면 어쩐댜
다
아무리 큰 주머니 채워준들 성에 차랴
땅 만큼 하늘 만큼 품는다고 제 게 되랴
죄 챙겨 싫컷 쓰다가 아까우면 어쩐댜
더
주면서 됐냐 됐지 받는 이 대답 않고
웃음기 지워대며 눈 맞춰 앙알댄다
다 비워 바닥 보이면 미련 없이 거둔다
더
주면서 됐냐 됐지 받는 이 對答 않고
웃음氣 지워대며 눈 맞춰 앙알댄다
다 비워 바닥 보이면 未練 없이 거둔다
덤
참말로 맛 좋다며 코밑에 진상이라
소금에 삭혔노라 땡초에 군침 돌아
바구니 비우기 전에 더 올려라 으른다
삼풍이 무너질 때 오분 전 나왔다며
앞뒤 잴 것 없이 늦깎이 영국행을
이십대 이후의 생을 감사하며 산다지
덤
참말로 맛 좋다며 코밑에 進上이라
소금에 삭혔노라 땡초*에 군침 돌아
바구니 비우기 前에 더 올려라 으른다
三豊**이 무너질 때 五分 前 나왔다며
앞뒤 잴 것 없이 늦깎이 英國行을
二十代 以後의 生을 感謝하며 산다지
* 매운 고추.
** 백화점.
2연은 김난령 번역가의 이야기.
돈
돌고 또 돈다는데 없다가도 있다는데
화수분 펑펑 좋지 도깨비 방망이라
뚝딱 돈 나 와라와라 와라와라 뚝 뚝딱
돈
돌고 또 돈다는데 없다가도 있다는데
화수분 펑펑 좋지 도깨비 방망이라
뚝딱 돈 나 와라와라 와라와라 뚝 뚝딱
돈(2)
없으면 이 탓 저 탓 있으면 내 덕 내 덕
좋게는 구리 냄새 많으면 더 구리다
돈다고 기다리라고 나한테만 안 도네
돈(2)
없으면 이 탓 저 탓 있으면 내 덕 내 덕
좋게는 구리 냄새* 많으면 더 구리다
돈다고 기다리라고 나한테만 안 도네
* 銅臭(동취). 돈의 별칭으로 쓴다.
들
나직이 물을 끌어 촉촉히 적실세라
새벽에 안개이불 꽃잠을 덮을세라
아침해 시샘 강짜로 부라리고 흔든다
들
나직이 물을 끌어 촉촉히 적실세라
새벽에 안개이불 꽃잠을 덮을세라
아침해 시샘 강짜로 부라리고 흔든다
뒤
내욋담 가린 안뜰 취병 친 장독대에
햇볕과 바람만이 햇맛을 찧고 가네
사랑채 든든한 뒷심 뒤란 뒷배 덕이네
뒤[後]
내욋담* 가린 안뜰 翠屛 친 醬독臺에
햇볕과 바람만이 햇맛을 찧고 가네
사랑채 든든한 뒷심 뒤란 뒷배 德이네
*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는 담.
등
어부바 내밀면 곧 울음을 뚝 그쳤죠
지게에 삶의 무게 가끔은 꽃도 졌죠
힘들면 손 흔들어요 업고 지고 할게요
등[背]
어부바 내밀면 곧 울음을 뚝 그쳤죠
지게에 삶의 무게 가끔은 꽃도 졌죠
힘들면 손 흔들어요 업고 지고 할게요
딸
아이를 낳는다는 큰 그림 틀 안에서
형편을 나눠 풀고 살림을 물려받지
어쩌다 아들뿐이면 물에 만듯 심심해
딸
아이를 낳는다는 큰 그림 틀 안에서
形便을 나눠 풀고 살림을 물려받지
어쩌다 아들뿐이면 물에 만듯 심심해
땀
질다니 말랐다니 아프니 다랍다니
어려움 이겨내니 피에다 견주나니
그늘은 상일꾼 들여 비지 맷돌 쉬나니
땀[汗]
질다니 말랐다니 아프니 다랍다니
어려움 이겨내니 피에다 견주나니
그늘은 上일꾼 들여 비지 맷돌 쉬나니
땅
설산이 바다였고 사막이 숲이었다
백년도 못 보는데 천년을 어이 아요
흙과 물 태초의 혼돈 그러려니 합니다
땅[地]
雪山이 바다였고 沙漠이 숲이었다
百年도 못 보는데 千年을 어이 아요*
흙과 물 太初의 混沌 그러려니 합니다
* 압니까.
땅(2)
엄살도 심하시지 송곳 하나 꼽을 데라
옥탑방 숨어들면 어느 결에 집을 짓나
지구의 돌리며 보면 세상 빈 데 천지라
땅(2)
엄살도 甚하시지 송곳 하나 꼽을 데라
屋塔房 숨어들면 어느 결에 집을 짓나
地球儀 돌리며 보면 世上 빈 데 天地라
때
해마다 생일 먹듯 철철이 옷을 짓고
다달이 세를 내며 날마다 세수한다
매순간 마음 다잡아 소우주를 지킨다
때[時]
해마다 生日 먹듯 철철이 옷을 짓고
다달이 貰를 내며 날마다 洗手한다
每瞬間 마음 다잡아 小宇宙를 지킨다
떡
쌀 빻아 쪄서 내면 입에 단 떡이 되지
안반에 메로 쳐서 고물 묻힌 인절미며 깨와 콩 밤을 소로 반달 모양 송편이며
시루에 켜켜이 앉힌 팥 고명이 별미라
떡[餠]
쌀 빻아 쪄서 내면 입에 단 떡이 되지
안반에 메로 쳐서 고물 묻힌 인절미며 깨와 콩 밤을 소로 반달 模樣 松편이며
시루에 켜켜이 앉힌 팥 고명이 別味라
똥
고의를 풀자스라 속곳도 내려야지
걸치고 쪼그려서 해우를 하잘스라
되거나 묽거나 하면 엊그제를 돌이켜
똥[糞]
袴衣를 풀자스라 속곳도 내려야지
걸치고 쪼그려서 解憂를 하잘스라
되거나 묽거나 하면 엊그제를 돌이켜
똥(2)
사람도 개도 괴도 조미료 듬뿍 넣고
설탕맛 범벅에다 방부제 넘치게 쳐
썩는데 오래 걸리니 구린내를 어쩌노
똥(2)
사람도 개도 괴도 調味料 듬뿍 넣고
설탕맛 범벅에다 防腐劑 넘치게 쳐
썩는데 오래 걸리니 구린내를 어쩌노
똥(3)
아끼면 저거 된다 성할 때 나눠 먹자
이웃과 얼린 마음 냉장고 안 들인다
사천에 정 작가님 댁 여전한지 그런지
똥(3)
아끼면 저거 된다 성할 때 나눠 먹자
이웃과 얼린* 마음 冷藏庫 안 들인다
泗川에 丁 作家님** 宅 如前한지 그런지
* 얼리다 – ‘어울리다’의 준말.
** 경남 사천시, 정동주 작가 <백정> 장편소설, 형평사(衡平社) 운동을 다루었음.
뜸
약을 쓰기 전에 침을 놓기 전에
마른 쑥 콩 빚어서 혈 자리 지질세라
민초들 탕제는 무슨 언감생심 했지러
뜸[灸]
藥을 쓰기 전에 針을 놓기 前에
마른 쑥 콩 빚어서 穴 자리 지질세라
民草들 湯劑는 무슨 焉敢生心 했지러
뜻
세파를 헤쳐 갈 때 꽉 잡는 방향타요
잘 때도 제 마음껏 활개 치니 잠뜻이라
어렵게 꼭꼭 숨으니 속뜻 참뜻 찾더라
뜻[意]
世波를 헤쳐 갈 때 꽉 잡는 方向舵요
잘 때도 제 마음껏 활개 치니 잠뜻이라
어렵게 꼭꼭 숨으니 속뜻 참뜻 찾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