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서(碩鼠, 큰 쥐)/김시습(梅月堂)
“석서부석서碩鼠復碩鼠
/큰 쥐야, 큰 쥐야!
무식아장속無食我場粟
/내 집 곡식 좀 먹지 마.
삼세이관여三歲已慣汝
/3년을 이미 그대에게 길들여 졌는데,
칙막아긍곡則莫我肯穀
/내 식량은 생각도 않는구나,
서장거여토逝將去汝土
/앞으로 그대의 서식지를 떠나 가
적피오락국適彼娛樂國
/저 즐거운 나라로 가련다.
석서부석서碩鼠復碩鼠
/큰 쥐야, 큰 쥐야!
유아여리인有牙如利刃
/있는 이빨이 날선 날 같구나.
기해아운자旣害我耘耔
/이미 내가 김맨 것을 해손하고,
우설아거인又齧我車軔
/또 내 수레바퀴 고정목도 갉아 먹는구나.
사아부득행使我不得行
/나로 하여금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역부부득진亦復不得進
/또한 다시 나아갈 수 없구나.
석서부석서碩鼠復碩鼠
/큰 쥐야, 큰 쥐야!
유성상즐즐有聲常喞喞
/소리가 늘 있구나. 찍 찍.
영언교해인佞言巧害人
/간사한 말로 교묘하게 사람을 해치고,
사인심출출使人心怵怵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두려워하게 하니,
안득불인묘安得不仁貓
/어떻게 인정머리없는 고양이를 얻어
일포무유혈一捕無有孑
/일거에 잡아 없앨 수 있을 것인가.
석서일산아碩鼠一產兒
/큰 쥐가 한 번 새끼낳으면,
유포만아옥乳哺滿我屋
/내 집에 새끼들이 한가득
아비영모씨我非永某氏
/나는 영주의 모씨가 아니어서
부지장탕옥付之張湯獄
/장탕의 감옥에 붙일 것이니,
전여심굴혈塡汝深窟穴
/그대의 깊은 굴 구멍을 메워,
사지멸종적使之滅蹤跡
/그로 하여금 자취를 소멸토록 하게 할 것이로다.”
*
여기서의 큰 쥐는, 단순히 곡식을 훔쳐 먹는 동물이 아니다.
백성이 힘들게 농사지은 곡식을 빼앗고, 거짓말과 위협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탐욕스러운 지배층을 상징케 한다.
특히 이 작품은ㅡ 중국의 오래된 시가집인『시경詩經』
‘위풍魏風’의 ‘碩鼠’를 바탕으로 새롭게 지은 풍자시이다.
『시경詩經』의 ‘석서碩鼠’에서도,
큰 쥐는 백성의 곡식을 빼앗으면서,
그들을 돌보지 않는 탐욕스러운 부패 관료들을 상징한다.
김시습은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큰 쥐가 농사를 망치고
수레를 갉아먹는 그런 것을, 추악한 인간들이 간사한 말로
사람들을 해치는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