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평전과 도장골
올해들어 지리산과 빨치산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체력단련을 겸하여 주제가 있는 지리산 산행을 하고자 계획했다.
지리산 자락이 고향이고, 최근에 귀향하여 이곳에 정착하다 보니 이런저런 연유로 지리산은 끊임없이 접하고 천왕봉을 비롯하여 웬만한 곳은 훓었지만, 솔직히 반성하자면 “지리산”이란 세 글자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다행히 읍내 도서관에 지리산 관련 인문, 지리, 역사, 불교, 설화, 등산 등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어 대출하여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아주 오래전 이태의 “남부군”에서 접한 빨치산이다. 가장 먼저 이병주의 “지리산”으로 시작해, 정지아 “빨치산의 딸”, 안재성 “이현상 평전”, 이숙의 “빨치산 사령관의 아내”, 정충제 “실록 정순덕”, 차길진 “빨치산 토벌대장 차일혁의 수기”, 이태 “남부군 비극의 사령관 이현상”, 김준엽.김창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안성일 “혁명에 배반당한 비운의 혁명가들”, 심지연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노가원 “남도부”, 김태준 “연안행” 등을 읽으며 사계절을 따라 지리산 자락을 함께 누비고 다니는 착각에 빠졌다.
작가의 사상적 시각에 따라 해석은 조금씩 달라도 해방 전 항일운동을 거쳐, 1948년 10월 19일 여순반란사건으로 지리산 빨치산이 시작되어 1953년 9월 17일 빗점골에서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사살되며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역사적 사실은 대동소이하다.
이 책들을 읽으며 가장 먼저 가 보고 싶은 곳이 화개동천 삼정마을 빗점골이었으나, 시기와 거리의 문제를 고려하여 거림골로 1차 산행을 정했다.
세석이라고 하면 5월말경 지리10경에 포함된 철쭉이지만 그 때는 아무래도 등산객이 많이 몰릴 것이고, 또한 시간이 여의치 못하여 짬이 나는 5월 17일로 정했다. 반면 최근 철쭉 산행은 세석보다 바래봉이 더 좋다고들 한다.
지난주 황매산에 갔을 때, 겨울과 봄 기온이 따뜻해서인지 예년보다 철쭉이 1주일 정도 일찍 만개했다. 세석에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도 내심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바램이며, 거림골은 세석평전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 외에 계곡의 아름다움은 떨어진다. 반면 이번 산행의 목적지인 도장골은, 아직도 여전히 출입금지 지역이라 지리산의 숨겨진 비경 중 한곳이라고 한다.
도장골의 도장(道藏)은 도교의 경전을 의미하며, 옛날부터 도인들이 모여들어 수도처를 만들었던 곳이나 골이 넓고 깊으며 물이 많아 빨치산 사령부와 후송병원 및 “환자트”가 있었던 곳으로 지리산 빨치산의 거점이 되었던 곳이다. 또한 여순반란사건 주동자 중 한명인 이영회 비트(비밀 아지트)가 이곳에 있다.
이영회는 이현상 사망이후 빨치산 편제부대의 마지막 교전 기록이 된 1953년 11월 대원 62명과 의령경찰서를 습격하고 돌아오던 중 산청군 신등면에서 전투경찰대와 교전하다 사살되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 26세였다.
거림 - 세석산장 - 촛대봉(정상이 사자바위 1,703m) - 청학연못,청학굴 - 시루봉 - 와룡폭포 - 이영회비트 -길상암 - 거림
총 거리 약8km에 예상 소요시간 6-7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