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김진문
지나가던 아이 하나
자전거 세워두고
들여다 본다.
겨울 햇살
나비가 되어
자글자글
담벼락 아래
민들레 꽃 하나
목을 빼 올렸다
<아파트가 살아나던 날>
까마득한 아파트 옥상에서
외줄 판대기 하나에 몸을 싣고
내려온 아저씨
페인트로 얼룩진 옷차림에
페인트 통과
막대기 붓 하나가 전부다.
드디어 아저씨가 붓질을 한다.
둥근 막대기 붓에 페인트를 묻혀
가파른 아파트 벽에다 듬성듬성 칠한다.
그러곤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붓질을 한다.
벽에다 짝 붙인 발은
위에서 아래로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마치 땅에서 걷듯
거미가 줄을 타듯이 자유롭다.
쳐다보면 파란 가을하늘에
달랑달랑 아슬아슬하게
아저씨가 벌이는 공중 곡예다.
가을 햇살에
노란 안전모가 반짝이던 아저씨
외줄 하나에 몸을 싣고서
일하다 내려온 아저씨
땀을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신다.
저녁놀 비치고
초승달 떠오던 날
한폭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던 날
우리 아파트 단정하게 옷 갈아 입던 날
하루 내내 거미처럼 매달려 일했던
아저씨 덕분에
흐리고 우중충했던 아파트가
환하게 살아난다, 살아난다.
<바람은 착해>
바람은 힘이 세다
먹구름을 몰고 와
비를 뿌리기도 한다
때로는 번개 천둥도
번쩍, 쿵쾅!
데려와
하늘을 찢는다.
할아버지, 바람은 착해!
그렇지!
이 한마디에
오늘은 꼼짝없이 잡혔다.
아이 손에 들린 풍선
둥글둥글 걸어간다.민들레 외 2편
김진문
학원 갔다 오던 아이
자전거 세워두고
들여다 본다.
담벼락 아래
민들레 꽃 하나
목을 빼 올렸다
민들레도 친구만난 듯
방글방글
아이도 기분좋은지
환한 얼굴
잠깐 사이
자전거에 매달린
노란색 학원 가방에도
아이 등에도
겨울 햇살
자글자글
봄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아파트가 살아나던 날
까마득한 아파트 옥상에서
외줄 판대기 하나에 몸을 싣고
내려온 아저씨
페인트로 얼룩진 옷차림에
페인트 통과
막대기 붓 하나가 전부다.
드디어 아저씨가 붓질을 한다.
둥근 막대기 붓에 페인트를 묻혀
가파른 아파트 벽에다 듬성듬성 칠한다.
그러곤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붓질을 한다.
벽에다 짝 붙인 발은
위에서 아래로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마치 땅에서 걷듯
거미가 줄을 타듯이 자유롭다.
쳐다보면 파란 가을하늘에
달랑달랑 아슬아슬하게
아저씨가 벌이는 공중 곡예다.
가을 햇살에
노란 안전모가 반짝이던 아저씨
외줄 하나에 몸을 싣고서
일하다 내려온 아저씨
땀을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신다.
저녁놀 비치고
초승달 떠오던 날
한폭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던 날
우리 아파트 단정하게 옷 갈아 입던 날
하루 내내 거미처럼 매달려 일했던
아저씨 덕분에
흐리고 우중충했던 아파트가
환하게 살아난다, 살아난다.
바람은 착해
바람은 힘이 세다
먹구름을 몰고 와
비를 뿌리기도 한다
때로는 번개 천둥도
번쩍, 쿵쾅!
데려와
하늘을 찢는다.
할아버지, 바람은 착해!
그렇지!
이 한마디에
오늘은 꼼짝없이 잡혔다.
아이 손에 들린 풍선
둥글둥글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