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스데이
그윽한 엄마 벽에 선혈 빛 금이 갔다
덜커덕 겁도 없이 문고리가 빠지고
싸그락
생살을 자르는 소리
동천에도 금이 갔다
무지갯빛 솜사탕을 뒤집어 쓴 그날부터
야금야금 엄마 속을 뻔뻔하게 갉아 먹다
홀연히 빠져나온 날!
내 뒤태의
푸른 슬픔
참으로 충격적인 작품을 보았다. 꼼짝 않고 누워 있던 오색 애벌레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집어쓴 제 몸피를 갉아먹으며 서서히 머리를 세상 밖으로 디미는 한 생명체를 보았다. 온 몸을 뒤덮은 솜사탕을 조금씩 조금씩 처절하게 갉아 먹은 그녀의 상체가 드디어 나타났다. 유난히도 더 검게 느껴지는 긴 생머리가 절묘하게 그녀의 양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그 많은 솜사탕을 다 먹어 치운 후 그녀는 홀연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사라지는 전라의 뒷모습이 왠지 슬퍼 보였다.
‘해피버스데이’ 비디오 작품으로 그녀는 뉴욕 아티스트파운데이션에서 주는 나이파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는 해마다 그녀의 생일인 6월 18일이 되면 정성껏 생일 상을 차려 새 생명을 점지해 주신 제왕님께 바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생일상 앞에서 기도하는 영상을 그녀에게 늘 보낸다. 기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더불어 다른 가족들의 생일 영상도 찍어 생일날 마다 그녀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