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球宇華覺論]
송계무학 박희용
우주 구경
지구부터 은하까지
《블랙홀 옆에서》말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지식의 틈을 메워 주는 神'을 '지적 설계 intelligent design'로 대체한 것이다.>
종교, 그중에서도 기독교와 과학의 길항 문제의 정곡을 짚은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신의 창조론이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자, 기독교 교리학자와 목사들 중에서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비약논리를 주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철학의 오묘한 경지는 지적 설계의 변죽을 울리며 현대물리학에 닿아있다. 그런데 읽다보니, "10년 참선보다 천체물리학 책 한 권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란 글에 눈이 한참 머물렀다.
종교는 그 본연의 영역이 있고, 과학 역시 그 본연의 영역이 있다. 종교적 신앙은 마음과 영혼의 문제이고, 과학적 지식은 이성과 논리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서로 간에 배척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유물론자들은 미숙한 과학적 지식과 인식으로 종교를 반과학적이라 하며 사갈시했다.
그런데 유물론자들은 불교철학을 알았을까? 참선하는 승려들을 보고 무위도식배라고 비방하지 않았을까?
종교는 지구와 태양의 차원이고, 과학은 은하와 우주의 차원이다. 두 차원은 우열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
태양계 없는 우주, 즉 인간과 생물이 없는 우주는 한갓 물질일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 정신의 평화를 다독이는 종교가 과학에 어긋날 이유가 없다. 단지 허구의 천당과 지옥을 팔아먹는 사이비종교지도자들이 문제일 뿐이다.
우주를 생각하는 인간의 정신은 경건하다. 그 경건함은 신을 생각하는 마음과 상통한다.
그래서 인격신보다는 자연신, 즉 우주신이 더 넓고 깊은 개념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은 모두 우주에서 모였다.
생명체의 주요 원소인 수소, 탄소, 산소, 질소 등이 우주 공간에 퍼져있으며, 금, 은, 철 등 각종 금속 원소와 기타 원소들은 늙은 별인 초신성이 폭발하여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 것들이다. 인간들 모두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도 초신성의 작품이다.
뿐만아니라 허허텅텅 쓸쓸한 우주 공간에는 암모니아, 물, 일산화탄소, 사이안화수소, 폼알데히드 등 130 종의 분자들이 부유하고 있다. 또한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글라이신도 있단다. 더구나 술의 분자인 에틸알코올도 있다하니, 그럼 우주신은 늘 취중이신가?
우주 공간의 수소가 중력에 의해 뭉쳐지면서 불타는 태양이 되었고, 태양의 중력에 의해 우주 공간의 가스와 물질들이 태양 주위에서 뭉쳐지면서 지구 등 행성이 되었다.
행성 중에서 가장 알맞은 환경 조건을 가진 지구에서 원핵세포가 생겨났고, 이어서 진핵세포가 진화하면서 진정세균, 고세균, 진핵생물, 식물, 아메바, 균류, 드립, 동정편모충, 해면동물 등을 거쳐 설치류, 영장류에 들어서서 원숭이 종에서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등과 함께 진화 도중인 모습이 현재의 인간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정신은 생명체가 가진 감각과 의식이 고도로 진화한 결과이다. 유물론에서 말하는 "정신은 물질의 투영이다"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의 가치를 물질의 하위에 놓고, 물질을 통해 정신을 분석하고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류이다.
우주의 네 가지 힘인 약력, 강력, 전자기력, 중력은 빅뱅의 시초부터 지금까지, 미래까지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주의 결실인 우리인간들 역시 그 네 힘의 영향 안에 산다.
우리인간 누구나 품고있는 절대고독의 근원인 생로병사의 비밀.
별도 생로병사를 한다. 별은 수소 구름 속에서 태어나서, 수소를 태우는 핵융합반응을 통해 헬륨을 축적시킨다. 수소가 다 소모된 다음엔 축적된 헬륨이 핵융합반응을 하면서 탄소, 산소, 질소 순으로 축적과 핵융합반응을 반복한다. 팽창할대로 팽창한 별인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온갖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흩뿌리면서 사라진다. 지구와 같은 행성은 별들의 잔해를 모아 이루어지고, 그 잔해들을 흡수, 소화, 배설하며 살아가는 체강동물인 우리인간 역시 생로병사함은 당연이다. 단지 본래의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사고나 병으로 중도에서 죽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생물들의 죽음 다음엔 원소들의 회귀가 있다. 몸을 이루었던 원소들이 제각기 하늘로 흩어진다. 흩어져 한숨 자고는 다시 다른 생명체 속으로 들어간다.
생로병사는 개인의 굴레이지만 지구라는 큰 球, 우주라는 큰 場에서 일어나는 일상사이다.
단지 병든 자는 아프고, 죽는 자는 아쉽고, 아직 살아있는 자는 죽은 자를 추모할 뿐이다. 제사는 추모의 형식이고.
여기까지가 현대천체물리학과 입자물리학, 분자생물학 등 현대과학이 밝혀낸 우주와 생물의 비밀이다.
과거시대엔 많은 지성들이 우주의 비밀과 인생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사색과 명상 이라는 의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엔 선현들이 깨달은 지식과 지혜가 기록된 책도 많지만, 과학의 발달이 검증해놓은 지식과 사실들이 훨씬 많아서 과거에 비해 진리를 탐구하기가 수월하다.
불경과 성경 등 종교 교리서들엔 종교성 현자들이 나름대로 깨친 진리가 담겨있다. 그것들은 그것들대로의 가치와 의미가 있고, 현대과학서들은 그것들대로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지적 설계'라는 어설픈 논리로 자위자족하지 않더라도 화이부동하며 상생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승려들과 목사들은 현대과학의 충격에 단순하게 반발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지적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과학문명을 소화해서 불교와 기독교 교리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과학에 대한 굴종이나 아부가 아니라 변증법적 새로운 발전의 계기이다.
더 깊은 비밀은 우리인간의 영특한 지성에 의해 언젠가 전부 밝혀질 것이다.
우주가 인간을 만들 때에, "인간아 완전히 진화하여 나의 비밀을 완전히 알아내렴"하고 명하지 않았을까?
인간의 정신이 진화하면서 우주를 규명한다. 그래서 인간은 우주의 結精이다.
그래서 인간이 우주다.
21세기 중반쯤이면, 우주의 네 힘이 통합되듯이 종교와 사상의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인간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쉽게 무너지는 지구 위 호모 사피에느 사피엔스 종임을 깨닫고 한 식구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知의 경지이다. 學思, 책을 읽고 생각하는 엔간한 지식인이라면 다 안다.
그런데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나 지식 차원에서 맴돌뿐 진리의 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안개를 헤치고 진리의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覺行, 깨달아 행동함이다.
球宇華覺 時空花箭
구우각화 시공화전
둥근 우주 화려하게 깨치니
시공간의 화살 날아 가며
피다 지다 삼라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