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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무도하가
박이화
이미 돌아선 남자의 등은 강이다 바닥 모를 강심처럼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차고 두려운 남자의 변심 그 깊고 서느런 남자의 등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겐 차마 건널 수 없는 강이다
그런데 사랑아,
너는 벌써 저 캄캄한 이별의 강을 건넜구나 그 옛날 백수광부처럼 그리움 산발한 채 저 거친 슬픔의 격류 속으로 사랑아, 너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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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白首狂夫처럼 미친듯이 물에 뛰어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헤쳐나오면 이승일 테고 물과 같이 동행하면 저승이겠지요. 사랑하는 아내가 만류할 수 없었다면 필시 무슨 곡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 쉬은듯 하면서도 소매마저 붙잡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시의 낯설게 하기의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공무도하가라는 신화의 노래를 패로디 하여 이토록 페미니즘적 시대의 노래로 개작 하셨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랑이라는 이 시대 멜로를 두고 고대 원시가요의 주인공 백수광부를 비유하여 끝내 마주할 수 없는 없는 이 시대의 거친 사랑이란 슬픔의 탁류- 돌아올 수 없는 강-를 제대로 읊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