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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겠다고 무턱대고 학원부터 보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대부분 학원의 암기식 공부 방법으로 승부를 보려다가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진로, 진학에도 반드시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충남 천안에 소재한 복자여고의 정명근 선생님은 제대로 된 진학상담을 하고 싶어 30여 년간 걷던 영어교사의 길을 뒤로하고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었다. 2011년 제1기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지원한 정명근 선생님은 교직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복자여고는 천안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로서 해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와 같은 인서울 명문 대학에 많은 합격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의대를 포함,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40-50명의 학생들이 합격해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했다. 서울의 유수한 명문고와 맞먹을 정도이다.
복자여고의 3학년 졸업생 약 300명 가운데 50%가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으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정시로 대학에 입학한다. 과거 수능중심 입시제도에서는 300명 가운데 200명 정도가 인서울에 입성했고, 최근에는 치열한 내신경쟁으로 60% 정도가 인서울에 진학한다고 하니 실로 지방의 입시 명문고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복자여고를 만든 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 바로 정명근 선생님이다. 그는 2000년부터 9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학년부장으로 일하면서 더 없는 열정으로 복자여고가 명문고 반열에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퇴임을 2년 앞둔 그가 복자여고를 충남의 입시명문으로 만든 노하우를 <에듀진>을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
정명근 선생님이 내세우는 교육철학은 명확하다.
“대학진학 목적의 공부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대학에서 하고 싶은 분야의 심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학업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부하려면,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명근 선생님은 학생을 상담할 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소를 꼭 사용한다.
첫째, 다중지능검사
이 자료들을 모은 뒤에야 비로소 학생을 상담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한 후에야 필요한 약을 처방하고 치료하는 것처럼, 학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그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위의 방법을 바탕으로 정명근 선생님은 1년에 200여 명의 복자여고 학생들을 비롯해 외부 학교의 학생 100-200명 정도도 상담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위 교사들 자녀와 친척 등을 대상으로 하던 것이 점점 입소문이 퍼져 이제는 전국 각지의 학생들을 만나며 매년 총 300-4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자신의 진학상담 노하우를 다른 진로진학상담교사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표가 아래의 ‘학습진단평가표’이다.
정명근 선생님이 밝히는 각각 예시에 대한 진단 및 해결방안을 자세히 알아보자.
예시 1)의 학생은 언어 성적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외국어 성적이 낮다. 영어 공부의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문법이나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한 결과다. 영어를 듣기, 말하기 위주로 공부하도록 바꾸면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성적이 오른다. 언어 성적이 높다는 것은 독해력과 문장이해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며 능력이 충분하다는 증거이다.
예시 2)의 학생은 초등학교 때 책을 안 읽은 흔적이 뚜렷하고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있다. 이 학생은 기준표의 모든 학생 가운데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오르니 좌절감에 빠져있을 수 있다. 공부만 맹목적으로 하지 말고 언어 이해력을 키워야 한다. 덧붙여 이과가 아니라 문과에 가는 것이 이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확률이 높다. 이과를 선택하면 수학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아 입시에 불리하지만, 문과로 가면 수학은 1등급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 수학과 외국어를 필수로 하고 언어와 탐구 중 선택하는 대학의 학과가 늘어난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시 3)의 학생처럼 영어가 1등급, 국어(언어)가 4등급이면 외국에 2년 이상 다녀 온 경우가 많다. 이 학생은 꼭 서울 유명대가 아니더라도 영어 특기자 전형으로 진학할 수 있다. 수학은 중학교 수준으로 기초를 차근차근 다지고, 우리말 이해력이 높아지도록 책을 읽도록 한다. 이런 학생을 서울 상위권 수준으로 올리려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예시 4)의 학생은 주로 남학교에서 많이 보이는 유형이다. 이런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을 매우 좋아하며 흥미가 높다. 즉 이과에 집중하는 곳으로 진학을 권유하고 끼를 발휘하는 것이 옳다.
예시 5)의 학생은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을 확률이 높다. 부모님이 독서에 관심이 높을 경우에 많이 해당한다. 공부를 강요당하지 않는 가정 분위기에서 이런 유형이 생길 확률이 높으며, 동기부여만 확실히 된다면 성적이 올라갈 확률이 매우 높다.
예시 6)의 학생은 중학교 때 ‘잘한다, 잘한다’ 라는 말을 듣고 자란 학생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내신 성적이 좋은 것으로 보아 성실할 것이며 노력파에 정직한 성향을 가졌다. 이 학생은 어느 정도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정확한 컨설팅을 해준다면 성적이 올라갈 확률이 높다. 또한 교대와 같이 성실성이 요구되는 학과 선택이 좋다. 이 학생의 성적은 장기적인 플랜 없이 당장의 성적을 올리려는 문제풀이 공부 방법에 오랫동안 방치해 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교육이 제대로 서 있었다면 이러한 유형의 학생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자질을 키워주었을 것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이렇게 지적했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성적 향상에 초점을 두지 말고 궁극적인 공부의 목적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주체인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명확히 제시해 주어야 한다.
언어라면 책을 많이 읽는 것, 영어는 영어를 듣고 말하며 가진 긍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읽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양이 지나치게 많아 굳이 학생 모두를 바보로 만들기 위해서 기를 쓰는 것만 같은 교육방식에 묶여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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