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가위 연휴는 제법 길다. 연휴 마지막 날에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제까지 공부하였으나 아직도 너무 미흡한 수준에 머무는 후손으로서 <화해사전>에 관심을 두고 걸어온 길을 소개하여 앞선 분들의 도움을 얻고자 몇 자 쓴다.
화해사전(華海師全)이라는 한문책(영인본)을 큰형님께서 주신 시기는 2002년쯤 평산신씨판사공파보(平山申氏判事公派譜)가 출간될 때로 기억한다. 그때 전남대출판부에서 발간한 화동인물총기(話東人物叢記)도 받았다. 파보(派譜)는 집안 어른들의 생몰(生歿) 시기나 가까운 친척들의 이름을 확인하고자 수시로 펼쳐보았으나, 화해사전은 관심에서 참 멀어졌다. 몇 년 전에 공직에서 은퇴하고서 족보(族譜)에 관한 참고서를 보다가 우연히 이수건의 책에서 ‘위서(僞書)’라는 평가를 보고서는 그대로 덮어두었다.
2016년 가을부터 서울에서 손주들과 어울려야 할 처지라 틈틈이 화동인물총기에서 정주영의 연의(演義)를 읽으면서, 이 책의 주요 내용과 중시조 현(賢)자 할아버님의 위대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게다가 지난 4월에 영덕문화원에서 받은 영영승람(盈寧勝覽)을 통해 이 할아버님과 아들 간재(簡齋), 손자들에 대한 행적을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평산신씨판사공파’ 카페에 가입하여 이미 탑재한 자료들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집안 젊은이들에게 ‘뿌리교육’ 자료를 만들어 읽게 할 생각으로 화해사전 내용을 나 자신부터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평산신씨판사공파’ 카페에 올려둔 ‘화해사전 국역’ 자료를 사진판이지만 한 장씩 286쪽 전부를 출력하여 3권을 제본하여 아들 둘에게도 주었다. 당장 읽어보라는 뜻보다 애비가 요즘 이 책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사실 내가 읽기에도 고려사, 수많은 인물에 대한 기초 부족으로 힘겨웠다. 이때 <인물로 보는 삼국사>, <인물로 보는 고려사>, <고려야사> 그리고 <대동기문 상, 중 하>를 읽었지만, 야사에서 “신현의 선견지명” 제목으로 역학(易學)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찾는 정도로 그쳤다.
본격적으로 화해사전과 관련되는 책을 모으고 읽은 건 금년 6월 이후다. 이전에는 화해사전을 위서(僞書)로 매도하는 게 한양대 정교수, 앞의 이교수로 주로 타성이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벌이는 일로만 알다가, 카페에서 다룬 내용을 통해 같은 평산신가 사람들 중에서 온갖 졸렬한 행태를 펼치는 걸 알아 그들에 대한 야속한 마음으로 책자를 모아 읽기도 했다. 신언직의 <화해사전 변무록>, 신희철의 <화해사전 연구>, 대종중의 <화해사전 변무총록>, <위서 화해사전을 해부한다>를 대충이나마 읽었다.
화해사전을 조금 알고 위로를 받게 해준 책은 먼저 원주문화원에서 발간한 전석만 향토연구가의 <원운곡거의(元耘谷居義, 1990)>, <화해사전I(華海師全I, 1991)>, <화해사전II(華海師全II, 1994)>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한문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뿐만 아니라 자세한 주석도 붙였고, 우리 성씨가 아닌 사람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알고 어렵게 찾은 책은 <화해사전 변정서(華海師全辨正書, 1973)>이다. 이 책은 판사공파 신상주님이 대구에서 발간하였으나, 구하기가 어려워 연세대도서관에서 9월 중순에 한 여학생의 도움으로 겨우 복사하였다. 국한문으로 쓰셨으나 읽기가 무척 힘겨워도 참으며 본다.
賢자 할아버님을 가공인물이라고 혹평하던 대종중 인사들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을 달래주는 책 중에서 안동대학교에서 발간한 <禹倬 先生의 思想과 易東書院의 歷史(1992)>를 꼽는다. 우탁 선생을 연구한 여러 학자들이 인용한 책이 주로 <華海師全>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성씨를 가진 학자가 전혀 없어서 더욱 좋았다. 물론 몇몇 학자들은 <華海師全>의 신빙성 논란을 알고도 인용할 가치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더구나 <華海師全>에 관한 몇 연구물은 이 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로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국내에서는 박재우의 “<華海師全>의 발견과 저작 연대”, 전석만의 “<華海師全> 小考”, 김정자의 “杜門洞 72賢의 選定人物에 대한 검토: <華海師全>과 <騎牛集>을 중심으로”가 계명대 동산도서관을 통해 얻을 수 있어서 고맙다. 또한 해외에서는 중국 절강대학 주생춘(周生春) 교수의 “<華海師全>의 歷史資料 價値와 申賢의 歷史地位에 대하여 論하다”를 카페를 통해 읽을 기회를 얻어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이밖에도 <華海師全>을 대하는 후손으로서 작은 보람을 느낀다. 1920년에 율리사에서 발간한 <華海師全> 책의 영인본 중 내가 가진 것과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한 1993년판 한국문집편찬위원회(景仁文化社)의 영인본을 일일이 대조하여 서로 누락된 쪽을 찾아내어 바로잡았으니 후대 연구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리라. 율리사 목판본 <華海師全>만 알다가 1930년대 <校刪 華海師全>이 나온 걸 알고 영남대도서관에서 복사를 해서 두 책을 목차 중심으로 비교해보는 성의도 문정공 할아버님의 후손이기에 할 수 있었다.
아울러 商山金氏 대동보를 열람하여 중시조 할아버님 제자인 문충공 김득배(金得培) 어른과의 대화 속에서 정몽주에게도 스승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박의중(朴宜中)의 문집인 정재선생일고(貞齋先生逸稿) 속에서 화해사전(華海師傳)에 일부나마 소개하는 내용을 볼 수 있어서 큰 고마움을 느꼈다. 한국족보신문사에서 발간한 <華海師全> 영인본과 국역본을 구하고, 우리 고향의 <平山申氏仁良門中世系事蹟>도 구하여 책꽂이에 두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젊은 세대에게 보탬을 주어야 하겠다는 다짐도 굳게 한다.
첫댓글 수고 많으세요
위대한 이학의 대종 불훤재의 존재가
곧 밝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평산신대종회의 화해사전변무 총록을
읽으면서 일제시대 이족문물 도입으로
화해사전 세헌편을 인용한 경오보를
청보하는 약한명분에 헛웃음이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