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먼저 점심을 먹기 위해 기본적인 짐을 풀었다.
혹시하는 마음에 햇밥을 몇 개 준비했는데.....호텔에 전자레인지가 없다....물을 끓여서 햇밥에 집에서 준비해온 밑반찬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그렇듯이.....소소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점심을 먹기 위해 준비하는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2가지였다.
햇밥을 먹기 위해서는 물을 끓여야 한다.
호주여행할 때 샀던 전기레인지가 작동하지 않는다......이동하면서 짐이 던져지는 과정에 고장이 난 것인가.....그런데 기본적인 전기가 들어오고 신호음이 나오는 것을 봐서는 고장은 아닌 것 같고....호주에서 전기레인지를 처음 샀을 때처럼.....전기레인지와 코펠의 접촉 불량인가......작은 코펠로 바꿔보니 정상적으로 작동을 한다.
정말 다행이다~! 작은 코펠로는 작동하는데 큰 코펠로는 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지....큰 코펠 바닥을 보니 그을음이 있다....그럼 이 그을음 때문에 접촉 불량이 발생한 것인가....그을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쇠수세미가 필요한데.....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소소히 필요한 것들이 많은가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 않던가......가위의 면을 이용해서 큰 코펠의 바닥에 있는 그을음을 제거하고 나니 전기레인지가 정상으로 작동한다. 천만 다행이다~!
전기레인지가 작동하니 이제 햇밥만 끓여서 먹으면 된다. 배가 상당히 고프다....
햇밥을 끓은 물에 넣고 10분을 더 끓였는데도 딱딱해서 먹기가 힘들다......
이렇게해서는 밥을 먹을 수 없다....물에 충분히 잠기지 않아서 그런가....
물을 더 많이 넣고 끓여 보았다......그런대로 먹을만하다. 다행이다.
집에서 준비해 온 콩자반, 무말랭이 무침, 김자반, 오징어채 볶음 등을 같이 먹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컨디션도 살짝 올라오는 것 같다.
늦은 시간까지 밑반찬 준비하느라 고생한 와이프가 고맙다~!
아이들도 배가 고팠는지......평상시에는 먹으라고 통사정을 해도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오늘은 잘 먹는다~!
배가 부르니 조금 정신이 들고 호텔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오늘 이동하면서 어찌나 땀을 흘렸는지....이제 좀 씻고 커피를 한잔 하고 싶다.
커피를 한잔 하려고 보니 마실 물이 없다.
호텔 안에 그 흔한 정수기도 없다......난감하네~ 난감해~!
하루를 호텔에서만 있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그래 시내 구경이라도 하면서 물과 생활 필수품을 좀 사야겠다.
마트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때까지는 물을 찾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줄을 몰랐다.....
먼저 호텔 로비에서 물을 마실려고 했는데.....호텔 로비에 정수기가 없다.
물을 살 겸 시내구경도 할 겸.....시내 중심지 쪽에 뮌헨에서 유명한 마트가 있으니 일단 시내 중심지 쪽으로 나갔다.
시내 중심지로 차를 몰고 들어가니.......트램에 우리와 다른 신호 체계에 눈이 너무나 어지럽다.....길을 찾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닌데.....주차는 어떻게 하지......
주차장도 보이지 않는데.....다른 차들은 모두 길거리 주차를 해 놓았다.
빈자리를 찾아 이리 저리 헤매고 다녔다.....좁은 골목길에서부터,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까지....한참을 헤매고 다니다가......작은 강이 흐르는 옆에 있는 이름 모를 건물 앞에서 빈자리를 발견했다.....그런데 주차머신에서 어떻게 주차비를 지불하지....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모른다.....이것은 뭐지.....
지나가는 젊은 청년이 주말과 휴일에는 공짜라고 말해주며 지나간다.
이 청년이 작은 예수같이 보이는 것은 뭐지....
그래 그럼 잠깐이라도 시내 구경하면서 물을 찾아보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마트는 보이지 않는다....
즉석 음식을 파는 가게가 하나 보인다.....헉~! 500미리 물 한병에 2.5유로....우리 돈으로 3000원이 넘는다.....아이들이 물 먹고 싶다고 난리니....물과 요구르트를 하나 샀다. 이제 갈증을 해결하고 요구르트의 달콤함을 느낄 차례다.
그런데.....이것은 또 뭐지.....미네랄 워터가 아니라 스파클 워터다. 탄소가 포함된 이상한 맛이 있는 물......건우와 민서의 얼굴이 완전히 똥 씹은 표정이다.....그럼 요구르트를 빨리 먹으라고 주었는데......오히려 얼굴 표정이 더 망가진다....
왜 그러지.....요구르트를 마셔봤다.....헉~! 진짜 못 먹겠다.
급해서 확인하지 않고 산 우리가 잘못이지....옆을 보니 맥도날드 가게가 있다.....
물이 없으니....콜라라도 마시게 해야겠다.
옛건물에 맥도날드 가게라......독특한 분위기의 가게였다.
그런데 최첨단 시스템이 있다. 기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단계별로 선택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된다. 그럼 번호가 화면에 뜨면 상품을 전달 받는 시스템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상품을 주문 받는 사람들이 필요 없을 것이니....사람이 필요한 일도 차츰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햄버거와 콜라를 먹으며 일단 급한 갈증을 해결했다.
그럼 주변을 걸으면서 마트를 찾으러 나갔다.......
한국에서는 이동하다 물이 먹고 싶으면 어디든지 마트가.....어디든지 24시간 편의점이 있기에 너무나 쉽게 물을 사서 먹을 수 있는데....거기다 주말이든 휴일이든 별 상관없이 항상 마트는 열려 있는데.....
오늘은 일요일에다 12월 31일이다.....뮌헨의 모든 마트는 문이 닫혀있다.
정말 한 곳도 열외 없이 문이 닫혀있다.
정말 난감하네~ 난감해~!
어떻게 해야하나.....물을 안 마실 수는 없고......
일단 마트가 열려 있던 곳은 뮌헨공항동이었다. 4시가 조금 넘었는데 이제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다......30분 거리이니.....혹시하는 마음으로 가보기로 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우와 민서가 잠이 들어버렸다. 아이들은 시차적응이 안되어 한밤중으로 잠이 들어버렸다.....너무 빨리 잠이 들었는데.....이러다 새벽에 깨면......며칠을 더 고생하게 되는데......
30분을 열심히 달려 공항동에 도착했는데......오늘 완전히 힘든 하루다~!
공항동의 마트도 모두 닫혀버렸다....정말 재미있는 나라다~!
허탕을 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로비에 가니.....물을 팔고 있었다.
울며 겨자 먹는다고 했던가.....500미리 물병 3개를 샀는데.....9유로다.....우리 돈으로 거의 12000원. 진짜 비싼 물이다......물이 없다고 생각하니 물이 더 마시고 싶은 것은 뭐지.....
일단 집에서 가져온 볶음 보리를 넣고 수돗물이라도 끓여 놓기로 했다.
유럽의 물에는 석회성분이 많이 있어 수돗물을 먹기가 좀 그런데.....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루이틀 먹는다고 뭔 일이라도 있을까하는 심정으로 수돗물을 끓여서라도 마시기로 했다.
호텔에 돌아왔는데도 아이들은 계속 자고 있다.
이대로 아침까지 자면 시차적응에 거의 적응할 것 같은데.....
제발 아침까지 푹 자기를 바라고 바란다.
정말 길고 긴 하루다~! 너무나 흔하고 흔한 것들이 너무나 귀하고 귀한 것으로 느껴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