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령~국수봉~지르메봉~문두치~낙동산~
~왕산재~가수리~조양강/지장천합수점
쇄령터널 북쪽 진출구 언저리에서 구(舊) 도로의 쇄령 고갯마루까지의 접근은 터널출구 도로
우측의 임도를 따르면 된다(9시40분). 서리가 아직도 허옇게 남아 있는 산기슭 응달받이
오르막 임도가 산객을 기다린다.수확을 모두 마친 산비탈의 콩밭을 가로지르고 누렇게 물든
솔가리의 낙엽송 숲의 곁을 지나면 곧바로 번듯한 임도에 닿게 된다.임도는 머지않아 이제는
퇴물이 되어버린 왕복2차선의 구(舊) 도로 고갯마루에 접어든다.쇄령이다.고갯마루 길섶에는
수준점이 자리하고 있으며,잡풀로 둘러싸인 수준점에서는 쇄령의 해발고도를 637m라고 하는
데, 고갯마루의 눈에 잘 띄는 길섶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650m라고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어느
쪽이 확실하고 근거가 분명한지는 과문한 탓에 알 수는 없지만 사람 눈에 잘 띄는 길섶의 해발
650m가 인지도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어쨌든 고갯마루에서 지맥의 산길은 해가 저무는 쪽인 서편의 임도가 된다.임도 어귀에 수문
장처럼 우뚝 서 있는 당산목 행색의 해묵은 노거수 한 그루가 산객들을 맞이한다.은빛의 억새
와 울긋불긋 물 든 활엽수목들 그리고 사철 푸른 기색의 소나무들이 한데 어울린 모습은 보기
에도 아름답기만 하다.밀양박가의 묘지를 지나고 비탈을 좀 더 올려치면 이동통신철탑의 곁을
지나기도 한다.두 아름은 돼보이는 허우대의 노송이 지키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선다.
산길에는 가랑잎이 수북하다.수북한 가랑잎들 속에는 울퉁불퉁한 크고 작은 돌들이 거죽을
숨기고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목들의 산길이 꼬리를 잇고 크고 작은 바위들도 줄을 잇는다.바위
들이 잇댄 능선은 맵시있는 것 만큼 넉넉하지 못하여 비좁은 산길일 수밖에 없다. 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둥긋한 멧부리가 해발734.2m의 국수봉 정상이다.들머리에서 25 분쯤이 흐른
뒤다.국수봉 정상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의 10시 방향이다.둥긋한 봉우리마다 두 아름은
실히 돼보이는 해묵은 노송 한두 그루가 초병처럼 멧부리를 지키고 있다.저 앞쪽으로 삿갓
모양의 비교적 뾰죽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가랑잎이 수북한 산길을 따라 철쭉과 진달래
등의 관목들의 마른가지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시야를 어지럽히거나 이동을 거스르는 행티는 점잖은 축에 든다고 할 수 있다.일쑤 볼태기를
찌르고 뺨을 후려치기도 한다.항차 눈까지 찌르려고 덤벼드는 게 아닌가.그리고 수북하게
쌓여있는 가랑잎은 평편한 곳은 물론이고 가파른 비탈길에도 가리지 않고 수북하게 쌓여 있다.
가풀막진 급경사의 치받잇길은 수북한 가랑잎으로 눈이 쌓였을 때처럼 미끄럽다.가뜩이나
가파른 오르막 산길에 미끌거리는 가랑잎이 수북하니 힘은 곱절로 늘어난 셈이 아닌가.애면
글면 그러한 행색의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해묵은 참나무와 걸때가 엄장한 노송들의 기름한
해발850m의 지르메봉 정상이다.먼 데서 바라보았던 봉긋한 행색이 아니고 약간 기름한 행색
의 멧부리다.그리고 '지르메'라는 봉우리의 이름은 이 지역 사투리인 모양인데, 그 뜻은 모르
겠다.템포가 빠르고 가락이 명랑한 4/4박자의 춤인 지르박은 알겠는데.
아름드리 노송들의 지르메봉을 뒤로하는 산길도 크고 작은 바위들의 산길이다.봉긋한 행색의
고만고만한, 어상반한 멧부리를 두엇 넘어서고 내리막 비탈을 내려선다.이럴 때는 빨랫판
능선 같다.수북한 가랑잎 속의 울퉁불퉁한 돌조각들의 발밑을 신경쓰다보면 얼굴을 찌르거나
눈까지 찌르려고 덤벼드는 마른가지들의 등쌀이 또한 산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산길은
다소 희미하지만 지맥의 줄기가 비교적 유선형으로 뻗어 있어 날등만을 고대로 따르더라도
지맥에서의 이탈은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파란 물감으로
뒤발을 한 듯하다.바람도 한 점 불어오지 않고 금빛햇살만이 가득한 산길이다.
가파른 산비탈에 어렵사리 자리하고 있는 엄장한 크기의 바위를 지나면 곧바로 오르게 되는,
아름드리 노송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봉긋한 멧부리, 2004년에 복구된 삼각점이 자리
하고 있는 해발719.2m봉이다.719.2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고 내리받잇길을 구르듯이 내려
서면 말안장을 닮은 안부사거리에 닿게 된다.문두치다.우측은 정선읍 신월리 방면이고
좌측은 문두골을 거쳐 남선초교 낙동분교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고갯마루에는 해묵은
당산목 노거수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고 작은 돌무더기가 한켠에 쌓여 있다.
문두치를 지나서 치받이 오르막을 내처 올려치면 두 아름은 더 돼보이는 노송 한 그루가
있는 가지를 모두 펼치고 지키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되고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성기고 헐겁게 자리하고 있는 둥긋한 멧부리도 차례로 오르게 된다.들쭉날쭉
빨랫판 같은 능선이 꼬리를 문다.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꾸며가는 숲이지만 봉우리
에는 되려 끌밋한 노송 한두 그루가 군계일학처럼 멧부리를 지키고 있는 형국의 숲이다.
참나무들이 헐겁게 차지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마치 부서진 우산 모양의 행색을
하고 있는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봉우리도 오르게 된다.그리고 산길은 드문
드문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짐승처럼 도사리고 있는 비교적 날렵한 몸매의 산줄기다.
고사목이 아직도 서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지나면 바지랑대을 닮은 철구조물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서 있는 해발991m봉에 오른다.지맥은 991m봉에서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철쭉 등 관목들의 마른가지들이 거미줄처럼 앞을 막아서는 비탈을 내려서고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미끌거리는 가파른 비탈을 기신거리며 올려치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
수목들의 붕긋한 해발1022.7m의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서울마운틴에서 달아놓은 정상표시
시그널에는 이곳을 '낙동산'이라고 표시하고 있다.그리고 기름한 행색의 정수리 한켠에는
국립건설연구소에서 설치한 놋쇠로 부은 대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는 삼각점봉이기도 하다.
대삼각점봉이기도 한 낙동산 정상을 뒤로하면 누런 솔가리의 낙엽송 숲의 곁을 따르게 된다.
이러한 행색의 숲길은 고랭지 채소밭처럼 너른 공간으로 접어드는데,이 공간은 지맥의 잔등
까지 일궈놓은 농지인데,잡풀만이 무성하다.묵정밭으로 방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지도
상에는 이 주변을 '웃더툰이재'라고 표시하고 있다.무성한 잡풀과 허리춤 높이로 자란 쑥대의
묵정밭은 곧바로 임도로 연결이 된다.이 임도를 따라 10여 분쯤 발걸음을 더하면 삼거리 임도
를 만나게 된다.우측 방면으로 향하는 임도 어귀에 '트레킹코스 0.5km'라고 써 있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이 삼거리가 지도상의 '아랫너툰이재'다.
임도는 해발866m봉의 우측 밑자락을 감돌며 꼬리를 잇는다.866m봉을 지날 무렵에서야 임도
를 버리고 좌측의 숲길로 접어든다.울멍줄멍한 바위들과 노송들의 기름한 멧부리를 지나고
가지런한, 두어 군데의 묘지를 지나면 우측 저만치 완만한 산비탈의 은빛억새밭이 눈에
들어온다.그 억새밭 한켠에는 농막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개간지가 묵어서 억새밭으로 바뀐
모양이다.억새밭의 곁을 지나서 푸릇푸릇한 이끼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바위들이 참나무들과
어울려 있는 암봉을 넘어서면 주능선의 산길을 가로막아선 바위절벽이 기다린다.산길은
바위절벽 우측으로 꼬리를 잇는다.
노목지맥의 산줄기
바위절벽 우측의 경사진 산길은 경사각이 60도를 넘어보이고 길은 밴댕이 속처럼 비좁다.
자칫 삐끗하면 우측의 벼랑으로 굴러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구간이다.한눈을 팔거나
정신줄을 놓다가는 큰 횡액을 맞을 수 있는 험한 구간이다.두어 군데의 이러한 고약한 구간
을 어렵사리 빠져 나오면 산길은 다시 오르막 산길을 내놓는다.가랑잎이 수북한 미끌거리는
치받잇길을 헐떡거리며 올려치면 베개처럼 기름한 멧부리가 기다린다.이 멧부리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 9시 방향으로 남쪽을 향하며 꼬리를 잇고 있으며, 지맥의 산길보다 더 잘 나 있는
우측의 서쪽 산길은 이곳에서 1km쯤 떨어져 있는 구뎅이산으로의 산길이다.
구뎅이산 갈림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다소 희미하다.철쭉이나 진달래 등의 관목들 탓이기도
하고 수북하게 쌓여 있는 가랑잎 덕분이기도 하다.게다가 가랑잎을 뒤집어 쓰고 있는 크고
작은 돌이나 바위들이 심심찮게 산길에 널려있으니, 이것 피하랴 저것 조심하랴 그리고 지맥
의 방향을 제대로 밟아갈랴 머릿속은 복잡스럽고 바쁘기만 하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유선
형이지만 기름한 바위들과 참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봉우리가 해발817.5m의 왕산재다.
해발817.5m의 왕산재를 뒤로하면 산길은 다소 밋밋하다.강릉유가의 묵묘를 지나고 하늘을
찌를 기세의 누런 솔가리의 낙엽송 숲의 곁을 지나면 강릉유가의 묵묘들이 줄을 잇는다.
강릉유가의 선영인 모양이다.
손등 같은 해발719m봉에서 우측의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완만한 비탈을 짓쳐 내려
서면 양회임도가 기다린다.이 양회임도는 산 아랫마을 가수리에서 산기슭에 일궈놓은 개간지
의 진출입로인 게다.정선초교 가수분교 앞을 지나면 곧바로 조양강과 지장천이 한데 어우러
지는 합수머리다.합수머리 도로변이자 가수분교 운동장 서편 끝자락에는 570년 묵은 보호수인
느티나무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우뚝 서서 합수머리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키는 무려 40미터
에 달하고 몸통의 둘레는 물경 8.5m에 이르는 강원도 정선의 보호수다(14시).
도상거리 40.5km에 이르고 실제의 산행거리는 50km에 육박하는 노목지맥의 전 구간 산행을
여기에서 마무리 짓는다.지장천을 만나서 세를 불린 조양강은 동강으로 말을 갈아타고 대해를
향하여 먼 길을 떠날 채비로 뒤척이고 조양강으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지장천의 물줄기는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런데 지장천이 몸집이 큰 물길로 마악 접어들 무렵, 웬 늙은 사내들이
웃통을 벗어부치고 땀을 닦아낸다고 법석을 피운다.산과 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협의 만추는
으레 찬기운이 짙게 서려있게 마련이다.게다가 물줄기가 동남을 두르고 흐르고 있으며 고산
준봉은 사방으로 울을 치고 있으니 그러한 예상은 누구든지 가능하다.그러나 가수리 골짝에
는 바람도 일지 않고 따사로운 금빛햇살만이 참따랗게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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