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김 성 복
朝鮮津에 사는 뱃사공 곽리자고(霍里子高)는 이른 아침에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 흰머리를 풀어헤친 늙은 남자가 호리병을 손에 들고 강물에 뛰어드는데 그의 아내가 이를 말리느라 울며불며 뒤를 따르는 것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강을 건너지 말고 돌아오기를 애원했지만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아내의 애타는 마음을 아랑곳 하지 않고 남편이 물에 쓸려 떠내려가자 아내는 망연자실하여 강가에서 통곡을 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아내를 버려두고 남편은 혼자 강물에 뛰어들었는가.
마침내 아내도 그 강물에 빠져 남편의 뒤를 따랐다. 곽리자고는 이 기막힌 광경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여옥(麗玉)에게 강가에서 일어난 광경을 말하니 여옥은 그 슬픈 사연에 무슨 짐작을 한 것인지 평소 즐겨 타던 공후(箜篌)를 타며 노래를 불렀다.
님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님은 굳이 강을 건너가시네
강물에 휩쓸려 죽으니
아, 죽은 님은 어찌하리
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當奈公何
실성한 듯이 강물에 뛰어든 백수광부(白首狂夫), 그는 어찌하여 거친 강물을 건너려 했을까. 이승과 저승의 생사를 가늠 못할 늙은이는 아닐 텐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江의 神이던가. 아리따운 아내의 하소연도 마다하고 왜 호리병을 들고 강물에 뛰어든 것일까. 강 건너에 가고픈 어떤 彼岸이 있었지. 강 건너에서 손짓하는 누구의 부름이 있었을 것이다. 젊은 아내를 두고 떠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강가의 이별은 슬프다. 이별이 있어 공후의 가락이 더 슬프고 이별 때문에 강가는 더 서럽다.
저 강 건너에 누가 있기에
뿌리치고 떠나가는가
기어이 가신다면
나와함께 가시리
강 건너 피안에 무엇이 있나
호리병 안에 무엇을 담았는가
백수광부는 물속으로 걸어가는데
저 먼 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조선진 나루터에 잠긴 달
곽리자고의 나룻배는 흘러가는데
그는 은하수 저편의 별을 찾아
저 강을 건너서 가리
가야 할 그 이별은 어디쯤인가
그대 강을 건너지 마오
부디 강을 건너지 마오
기어이 강을 건너가셨네
님이여 부디 강을 건너지 말라는 여옥의 노래가 몇 천 년의 세월을 흘러 지금도 나의 귓전에 울린다.
첫댓글 공무도하가는 우리 역사 속의 고대인들이 어떻게 부부의 생사관을 지녔는지를 알 수 있는 귀한 서정시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따금 정읍사와 함께 읽곤 합니다. 이 글을 올려주신 회장님께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