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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치~작은황매산~황매산~구름재~칙목고개
버스 유리창으로 비춰지는 바깥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함
을 띠고 있으며,지역적으로도 자유자재의 변신을 서슴치 않는 기상의
변화이다.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있기도 하고, 구름으로 잔뜩 천공을
뒤덮어 사위를 어둑함이 서려있게 하기도 한다.햇살도 오불관언
멀건이 팔장만 끼고 있으려 않는다.금빛햇살이 잿빛으로 물이 든
온 산하를 지저분한 유리창을 시원스레 닦아 놓은 것처럼 금새
말끔하고 선명하게 바꿔놓는다.그러나 그것도 한때, 갑자기 햇살이
구름 속으로 사라지나 했더니 차창에는 희끄무레한 날벌레같은
눈발이 어릿대기도 한다. 그야말로 버스 바깥의 날씨는 한마디로
변화무쌍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전-통영 간의 고속도로 상의 산청 나들목을 빠져나와 사오 십리
상거의 밀치에 도착한 시각은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다.
밀치 언덕배기 우측으로 숲 쪽으로 나 있는 양회임도를 따라 산길로
곧장 들어선다.밀치에 닿기 전까지 자심하던 날씨가 이곳에 도착하기
얼마 전부터 다행스럽게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기운이 감도는 점잖은
기색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밀치/ 소룡마을 입구 반대 쪽이 들머리
양회임도를 버리고 우측의 치받이 산길로 들어서면 우선 꺽다리
소나무들의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된다.언덕이나 다를 게 없는 멧부리
두어 곳을 넘어서고 끌밋하고 헌걸찬 소나무들의 치받이 오르막을
한 차례 더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 있는 멧부리,
해발 650m의 무명봉인데 이곳에서는 좌측의 9시 방향의 산길을
따라야 한다.직진의 쪽은 차황면 장박리의 장박마을로의 등하행
산길인 게다.
산길은 여전하게 행색의 변화없이 끌밋한 꺽다리 소나무들이 이끌어
가는 숲 길이며, 그들의 그늘아래의 길섶에는 진달래와 철쭉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하고 있는 산길이다.고만고만하고 밋밋한 멧부리를
두엇 넘어서면 거뭇거뭇한 물때의 양회임도와 맞닥드리게 되는데
좌측 방향은 거창군 신원면의 소야마을로 향하는 임도가 되고, 우측
으로는 차황면 장박리 쪽이 된다.
기맥의 산길은 우측의 장박리 쪽으로 살짝 발길을 돌리면 곧바로
좌측의 숲으로 향하는 산길이 산객을 기다린다.
어귀에는 산행안내 이정표 말뚝도 세워져 있는데, 할미산(1.6km)을
가리키고 있는 쪽이 기맥의 산길이 된다.꺽다리 소나무들과 이악스레
산길가에서 마른 잔가지를 잔뜩 곤두세워 산객들을 괴롭히는 진달래
와 철쭉나무들의 등쌀이 간간이 이어진다.골짝을 훑어대며 등성이로
올려 치대는 바람의 결이 차츰 세기를 높여 나간다.그 결 속에는
찬 기운도 잔뜩 서려 있는 게 아닌가.얼얼해가는 귓가를 덮어주고
시려가는 손가락에 두툼한 장감을 끼워준다.
작은황매산 정상
한 차례 안부로 내려섰다가 올려치는 가파른 치받이 오르막,크고작은
돌들이 마치 허물어진 돌성(石城)의 잔해인 양 쌓여있는 너덜겅을
올려치면 곧바로 정수리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해발 843m의 작은
황매산 정상이다.대여섯 평 넓이의 평편한 멧부리 한복판에는 두어 자
높이의 대리석 빗돌이 세워져 있는데 '황매산'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리고 산행안내말뚝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우측의 3시 방향은
또다른 '황매산'을 가리키고 있으며,맞은 쪽의 직진방향의 내리막
산길을 향해서는 소야마을(2.3km)을 가리키고 있다.삼거리봉을
겸하고 있는 셈이다.황매산 군립공원 안에는 또다른 더 높은
황매산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곳의 황매산을 편의 상 작은
황매산으로 부르기로 한다.
작은 황매산의 정상 멧부리에서의 조망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합천호의 전경과 호수 주변의 높고 낮은 수많은 멧덩이들의 조화가
아름답게 부감이 된다.작은황매산을 뒤로하는 산길은 완만하게
이어진다.끌밋한 꺽다리 소나무들의 행색도 변함이 없으며 이악스런
진달래와 철쭉의 강팎함도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합천호 조망1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어 나가는 산길,저 멀리 황매산의 주봉과
상중하로 이어지는 울룩불룩한 요철의 굴곡을 띠는 암봉능선이
병풍을 활짝 펼친 듯이 거뭇하고 긴 마루금을 긋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 주능선 등성이를 따라 희끗하게 눈꽃이
만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눈꽃이 무엇인가,나뭇가지 위에 얹힌
눈이나 서리가 마치 꽃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아닌가.
그러나 지금 산객이 바라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눈꽃은
상고대라고 불러야 맞지싶다. 지금의 나뭇가지나 풀 등에 내려
눈처럼 보이는 것은 눈으로 인한 것이 아니고 서리가 내려앉았기
때문이다.황매산 주능선 상의 상고대 풍광에 정신을 빼앗기고 허겁지겁
완만한 비탈을 내려서면 기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가 산객을
기다린다. 떡갈재다.
합천군 대병면 하금리(좌측)와 산청군 차황면 장박리(우측) 사이의
산중 교통로인 거다.양회임도로 내려서서 좌측의 하금리 쪽으로
이동을 하면 양회임도는 또다른 양 갈래길을 내 놓는데 이곳에서는
우측으로 조금 이동을 하면 우측의 길섶으로 산행안내말뚝과 함께
황매산 군립공원의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고 통나무 계단이
안내하는 산길도 친절하게 산객을 반긴다.
황매산 전경1
황매산 정상까지는 2.9km라고 귀띔하는 산행안내말뚝을 뒤로하고
통나무 계단이 이끄는 치받이 오르막길을 따른다.
산길은 비교적 널찍하고 길 주변으로는 이발소를 나선 사내의 면도한
얼굴처럼 말끔히 다듬어져 있다.오르막 치받이 산길에는 여지없이
통나무 계단이 산객의 이동을 돕는다.철쭉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 길이 지나면 다래넝쿨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곁도 지나친다.
비온 뒤끝이라 응달받이 오르막 치받이길은 굳게 결빙이 되어있으나
미끄러울 정도의 결빙상태는 아니다.그런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산길은 양 갈래를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우측의 길을 따라야 한다.본격적으로 상고대의 터널이
시작이 되는 싯점이 되는 지점이다.완만한 오름세의 산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눈꽃의 터널이다.기왕의 잿빛의 나목들의 거죽은 더욱 짙은
잿빛으로 물들여져 있으며 구름 뒷편으로 숨어버린 햇살로 사위는
눈꽃들의 흰색이 그를 대신하고 있는 숲 길이다.
장박리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봉,해발 967m의 멧부리,
이 봉우리를 뒤로하면 산길 주변은 철쭉 일색의 철쭉 동산 산길인데
아직도 두어 달은 기다려야 철쭉의 화려한 자태와 농염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게다.그러나 지금은 그 역할을 상고대가 펼치고 있는게 아닌가.
허연 상고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는 황매산의 주능선을 올려친다.
황매산 전경2
철쭉 일색의 평원을 지나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있는 억새 밭도 지나면
산길은 또다시 철쭉 평원을 내놓으며 산객의 평판을 기다린다.
모세혈관처럼 자디 잔 가지까지 눈꽃을 아금받게 피어내고 있는 철쭉,
그들의 진정한 꽃의 향연을 꿈꾸며,아마도 지금 그들은 두어 달 뒤의
꽃잔치 리허설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른다.
질척거리며 무른 길 주변으로도 철쭉나무들은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시라도 그들의 자리를 다른 수목들에게 탈취를 당 할 염려는
없지싶게 이악스럽고 암팡지게 그들의 터전을 차지하고 있는 거다.
누런 잡풀들로 뒤덮혀 있는 헬기장을 지나가면 장박마을(좌측)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자꾸만 눈길을 끌고 카메라의 앵글을 기다리는 눈꽃의 터널은 마냥
이어진다. 억새와 철쭉나무들이 함께하는 밋밋한 길을 따른다.
황매산의 주능선으로의 치받이 오르막 산길이 이젠 턱밑으로
다가왔다.
황매봉 정상
철쭉들만의 눈꽃터널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누런 억새들이
자리한 주능선 삼거리다.황매산 정상(우측)과 삼거리(좌측1.6km)를
가리키는 산행안내말뚝에도 눈꽃으로 치장이 되어있다.
도나스 모양의 꽤 큼지막한 쉼터 의자가 두 개 마련이 되어있는
쉼터를 지나고 거뭇한 행색의 엄장한 암봉의 좌측 밑을 지나면
곧바로 황매산 정상 멧부리 암봉으로 오르는 세미클라이밍 구간을
만난다.
무학굴(우측50m) 삼거리를 지나면 정상 멧부리는 바로
코밑이다.작은 몸뚱이를 한 번에 날려버릴 것 같은 칼 같이 맵고
거센 바람이 정상 멧부리로의 접근을 막아선다.귀가 얼얼하고
먹먹해져 온다. 그리고 손가락의 감각도 무뎌지기 시작한다.
찬 기운이 잔뜩 묻어있는 칼바람이 이른 초 봄에 이렇게 불어닥 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애면글면 고진 끝에 오른 해발1113m의 황매산의 정상 황매봉,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는 조망의 파노라마는 가히 환상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하다.더 무슨 사설을 덧붙여 가며 격찬을 더 늘어
놓을 것인가. 대리석으로 빚은 사각기둥의 정상 빗돌에도 상고대가
덕지덕지 피어있다.함양과 산청의 무수한 고산준봉을 후려대며
황매의 주능선을 강타하는 칼바람이 어서 황매봉을 내려서라
질타한다.
기신기신 황매봉을 내려선다.조금 전의 삼거리까지 되돌아 가서
곧장 상-중-하로 이어지는 암봉능선을 이어나가야 하는 거다.
삼거리를 뒤로하는 산길도 바위투성이의 험한 암릉 구간이다.
좁다란 암봉 능선의 오르고 내리는 구간에는 고정로프가 요처마다
단단하게 묶여있어 위험스러울 것은 없다지만 한눈을 피우던가
정신줄을 흐리멍텅하게 놓고 있다가는 황천객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이다.
고정로프에 의지하여 벼랑의 좁다란 암봉을 애면글면 올라선다.
쉼터자리까지 마련되어있는 멧부리에는 황매산의 이름에 대한
의미와 상-중-하의 삼봉에 대한 유래가 담겨있는 흑갈색의 입간판이
눈에 띤다. 그 내용을 옮겨보면,
예로부터 황매산은 수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기운으로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고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뜻하여
황매산에 들어오면 굶어죽진 않는다고 전해진다고.그리고 이곳 삼봉은
황매산 정기를 이곳으로 총 결집하여 세 사람의 현인이 태어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으로 누구나 이 세 봉우리를 넘으면서
지극정성으로 기원한다면 본인이나 후손들중 훌륭한 현인이 될 것
이라 믿는다고 한다.
황매산의 상중하 연봉
벼랑 같은 상봉의 암봉 내리받이 바윗길을 더듬거려가며 내려서면
또다른 바윗 벼랑길이 거푸 앞길을 막아선다.고정로프가 지긋이
손을 내밀고 산객을 잡아끈다.그렇게 어렵사리 올라선 암봉 멧부리,
해발 1104m의 상봉 정상이다.예쁘장한 황매산의 삼봉 표지 입간판이
세워져 있으며 황매삼봉에 대한 유래에 얽힌 내용이 담긴 입간판도
또 눈에 띤다.그리고 절벽끄트머리에는 어렵사리 터전을 마련하고
삶을 구가하는 다복솔 한 그루가 벼랑에 앉아있는 독수리처럼 자리
하고 있다.
상봉의 멧부리를 뒤로하는 내리받이도 매우 가파르게 이어진다.
경사각이 높은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가파른 암봉의 바윗길이 또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고정로프를 들이대며
어서 손을 잡으라 이른다.그런 도움으로 올라선 멧부리,돌무더기가
하나 보이고 1991년에 재설된 삼각점도 자리하고 있다.해발 1072m의
중봉이다.중봉에서의 조망도 상봉에서의 조망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방팔방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광활하고 장쾌하고 시원하다.
중봉을 내려서는 내리받이 길도 가파르기는 다를 게 없다.팔각정이
암봉 멧부리 주변에 세워져 있는 하봉으로의 오르막 치받이 암릉을
고정로프의 도움을 받아 올려치면 암봉 멧부리에 산행안내말뚝이
서 있는데 '현 위치 상봉'이라고 말뚝에 표시하고 있다.
잘못 표시 된 게 틀림없다.그것은 모든 등산 지도나 지리부도에서
표기되고 있는 것은 하봉이라고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멧부리 한켠에는 평상까지 자리잡고 있는
멧부리,이 멧부리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 있는 삼거리봉이기도 하다.
우측의 3시 방향은 오토캠핑장을 가리키고 좌측의 9시방향은
기맥의 방향인 삼거리를 가리키고 있다.
황매산 하봉/팔각정
하봉을 뒤로하는 내리받이 가파른 산길도 목재의 계단이 이끄는
내리막이다.계단을 내려서고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어 나가는
산길을 따르다 보면 삼거리 갈림길이 또 나온다.맞은 쪽 직진의
방향은 대병면소재지의 보림사 방면의 산길이고, 기맥의 산길은
우측의 3시방향의 덕만주차장(4.2km) 방면이 된다.
아담한 키의 다복솔의 반송들이 줄을 잇는 완만한 산길이 다하고
크고 작은 돌들이 수북한 붕긋하고 밋밋한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돌들이 수두룩한 멧부리 한복판에는 돌탑도 한 기 세워져 있으며
한구석에는 '할미산성과 치마덤'이라고 하는 제목과 그 내용이
담긴 입간판도 세워져 있다.
할미산성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이 주변이 할미산성이고 이 산성은 신라와
백제 사이의 격전지로 황매산성이 구전되어 오면서 할미산성으로
변형되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고 하고,이 산성아래 너럭 바위를
치마덤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선녀가 황매산 아래의 소에서 목욕을
하고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하여 불려진 이름이라고 함께 적어
놓고 있다.
할미산성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석벽이 눈에 띠고 성벽이
훼손되어 무너진 잔해들이 널려있는 소위 너덜겅을 내려서면
'치마덤'이라고 부른다는 너럭바위와 마당바위를 지나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소나무들과 어울린 암릉길을 따르게 된다.
굄목의 완만한 내리받이 산길을 벗어나고 참나무 등의 나목들이
줄을 잇는 숲 길을 빠져 나가면 숲 길은 오른 쪽의 3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이룬다.
산길은 다시 다갈색의 솔가리가 내려앉은 고즈넉한 노송의 터널
이어진다.산길은 평지나 크게 다를 게 없는 길이다.
길섶에 경남소방에서 세워놓은 국가지점번호 말뚝에 표시해 놓은
'연꽃섬'의 내용이 궁금하다.
철쭉나무들이 무성하게 잘하고 있는 숲 길은 오른 쪽 3시 방향
(덕만주차장2.3km)으로 거푸 방향을 바뀌며 이어진다.
밋밋한 산길 주변으로는 여전하게 철쭉나무들 세상이다.
한동안 그러한 행색의 산길이 이어진다.그런데 길섶에 '연꽃 설'
이라고 써 있는 입간판이 눈에 띤다.그 내용을 살펴보니 이 근방의
생김새가 연꽃처럼 생겼다 하여 그러한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었다는 내용이 아닌가,그렇다면 조금 전의 경남소방에서 세워놓은
국가지점번호에서의 '연꽃섬'은 '연꽃 설'의 잘못 표기된 꼴이
아닌가.
철쭉 터널이나 다름없는 산길은 이내 삼거리 갈림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묻는다.
덕만주차장(우측1.8km)과 불당골(좌측0.4km)로의 산길이 엇갈리는
삼거리,기맥의 산길은 좌측의 불당골 쪽이다.그 길로 들어서니
산길은 이 전의 산길보다 잡목이며 넝쿨들의 더티한 산길이다.
그리고 재난을 당하여 산길을 가로질러 누워있거나 허리가 부러져
나뒹구는 수목들 그리고 삭쟁이들이 널려있는 허섭한 길이다.
할미산성
그러한 더티한 산길을 빠져 나오면 낙엽송 숲으로 이어지는데,
산길은 이쯤에서 달구지 길이나 다를 게 없는 널찍한 산길로 연결이
된다.그러나 그러한 손쉬운 산길은 나타나자마자 연기가 바람에
사라지듯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리고, 또다시 산길은 미궁에
빠진 실가닥처럼 희미하게 꼬리를 이어나간다.
여지껏 산행안내를 맡고 있던 이정표 말뚝도 온데간데 없고
산길은 희미하고 더티한데 희미한 선답자들의 흔적도 오락가락
거리니 GPS의 도움을 받을 도리밖에 없지싶다.GPS를 뻔질나게
들여다 보는 것이 귀찮아 소지하고 다녀도 그의 도움은 결정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그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곤 했는데,그의 도움을
받아야 겠다.
'길 없는 길'을 지맥의 줄기라고 GPS가 손짓하는 붉은 줄을 연신
들여다 보며 허섭하고 더티한 산길을 더듬더듬 이어간다.
빼곡하게 들어 찬 소나무 그늘아래의 이악스런 진달래 철쭉나무의
잔가지를 헤치고,봉분이 납작해진 묘지의 곁도 지나치고면
산길은 다시 온전하게 바람 같이 나타나 모양좋게 산객을 이끌어
나간다.
멀쩡한 산길을 두고 기맥의 줄기는 둥글둥글한 철조망이 뭉개져
있는 곳을 넘어서 이어진다.곧바로 사거리 갈림길에서 맞은 쪽의
산길로 들어선다.그러면 소나무들이 빙 둘러쳐져 있는 널찍한
공터가 나오는데 누런 잡풀로 온통 뒤덮혀 있는 공터이다.
아마도 예전에는 헬기장으로 사용이 되던 곳인 모양이다.
합천호 조망2
헬기장을 벗어나면 꺽다리 끌밋한 소나무들의 숲이 기다린다.
그리고 파분이 된 묘지를 지나가면 2차선 차도로 내려서게 된다.
구름재다.완만한 구름재 언덕배기를 넘나드는 차량들을 구경(?)
하려면 하루 해가 저물지도 모르겠다.그러한 차도의 언덕배기를
가로지르면 차도 맞은 편으로 임도가 보이는데 그곳으로 접근을
해야한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임도를 오르면 임도 좌측 비탈에
인천이가들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는데 기맥의 산길은 묘역 뒷편의
산등성이가 된다.산등성이를 따르면 이내 등성이 오른 쪽에
펼쳐있는 벌목지대를 만나게 되고 산줄기를 계속 따르면 밤나무
밭으로 기맥의 산길은 이어진다.
밤나무 밭 좌측으로 이제는 기능이 없어져 버린 철조망을 넘어서면
'길없는 길'이나 다를 게 없는 산길이 이어지는데, GPS는 좌측의
'산줄기 같지 않은 줄기'를 기맥의 줄기라고 벌건 줄을 그으며
우겨댄다.비닐천막이 모두 뜯겨나가서 뼈대만 앙상하게 남겨진
하우스 앞으로 기맥의 줄기는 이어진다.
그 앞으로는 경주최가의 묘지도 눈에 띤다.
곧바로 양회임도가 앞을 막아서는데 이곳에서 좌측으로 임도를
따른다.
구름재
임도를 곧장 따르면 양회임도는 2차선 차도(1089번)로 스며든다.
구름재에 도달한 것이다. 산객은 2차선 차도의 갓길을 줄창 따라야
한다. 차도의 좌측방향은 황매산 군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 방향은 합천군 대병면과 삼가면으로 다가갈 수 있는 차도인
게다.차도의 갓길을 5분여 따르면 만나게 되는 칙목고개 차도
삼거리,우측은 삼가면으로 향하는 길이며 좌측의 차도는 대병면
으로의 차도이다.좌측의 길 모퉁이에는 '황매산 만남의 광장'
휴게소와 그에 딸린 주차장이 널찍하게 닦여있다.(14시30분)
함양과 산청의 무수한 고산준봉을 휩쓸어 대다가 황매의 주능선
으로 매섭게 몰아닥치던 칼바람이 황매의 기맥 주능선을 넘어서
까지 불어제친다.세력이 한풀 꺾인 행색이지만 산행을 모두 마친
산객들에게는 여간 차갑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뒤풀이 식사를
위한 방풍과 방한을 위하여 쳐놓은 비닐천막이 바람에 요동을
치고 고래고래 아우성을 친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가는지,어한 한답시고 탁주를 냅다 들이키긴 들이켰는데 방금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2017,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