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에서 쓴 편지
청미 淸味/오정애
신학교 졸업여행을 백령도, 대청도로 왔지요.
내 평생에 백령도로 당신 데리고 여행을 가 보겠느냐며 학교에서 졸업여행 갈 때 다녀오라던 넓은 배려에 감사했다오.
백령도 구경 가자고 하니, 즐겁게 구경하고 오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나 마음에 울림이 되어 여행지에서도 고마웠다오.
여보, 고맙소. 감사하구려. 졸업여행 보내줘서.
백령도 함께 구경하고 싶었는데 혼자만 와서 미안하오. 둘이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었다오.
당신이 안 보내주면 졸업여행을 어떻게 가겠소. 당신이 나에게 준 넓은 선물에 평생 감사하오.
백령도, 대청도에서 넓고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며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감사를 새기고, 높고 웅장한 큰 바위에 감사를 새기며, 둥둥 떠 있는 하늘에 솜털 같은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감사를 새기고, 파도가 빚어 놓은 예쁜 몽돌을 만지며 감사를 새기고, 금빛 은빛 반짝이는 모래알에도 감사를 새겨 놓고 왔다오.
그곳에서 당신 마음 한아름 감사로 담았다오. 모래알보다 더 곱게 파도치는 당신의 은빛 사랑, 출렁이는 바닷소리도 청명해서 푸른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있다오.
갈매기 떼가 노래하는 이곳에서 넓은 마음을 가진 당신을 깊이깊이 새기고 있다오.
2019년, 백령도 바닷가에서 아내가.
첫댓글 편지 같은 일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