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더위에 기운 차리지 못하게 몸은 힘든데
마음은 편하다.
이제까지 오랜 시간 살아 오면서 아파보기도 하고,
힘든 일을 겪어 보기도 해서 일까?
어려서는 어머니의 쓸어주시는 따스한 손길이 아픔을 줄여주기도 했고,
뜨거운 이마에 손을 얹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던
부모님의 믿음에 힘을 얻기도 했었다면,
이제까지 자신의 삶을 위해 정신차리고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는 어줍짢게 각오하는 버릇이 되었었나...
그런데 이제는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항복하듯 받아드리게 되었나 보다.
참 지혜라고해야 할까...
행여 함부로 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어차피 하나님께서 앞에서 이끌어 주시고,
뒤에서 밀어 주시고,
곁에서 동행해 주신다는 것을
충분히 확실히 믿게 해 주신다.
어린 아이같은 믿음을 이제라도 주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간난아이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부모 품에 태어나,
교회에서 아장아장 걸으며 고임을 받아 크면서,
교회학교와 여름 성경학교에 마음 담고 자라서,
동네 골목 길에서,
또 학교에서 동무들과 싸움 한번 할 줄도 모르고
맘 편히 놀며 지내면서,
그 뒤로도 쭈욱
공부하고,
일하고,
아이 낳아 기르고,
이웃 구실 하려 하면서,
딴에는 나름 살아 온 것인가!
허기사
하나님 연장 노릇 제대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제 망가진 몸으로,
아직도 하나님 쓰실 연장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이것 역시 연장 주인이 알아서 하실 것이니!
늙은 연장,
낡은 연장이라도
연장 주인님의 뜻에 따를 도리밖에...
버림밭지 않고 써주시는 그 날까지 감사하면서...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면서,
늘 마음에 두게 되는 주님의 세계에서
몸집 크고 순한 초식 동물 코끼리에 늘 마음이 갔었다.
제일 나이 많은 할머니 코끼리가 이끄는 코끼리 큰 무리는
서로 소통하며,
어린 코끼리들을 서로 돌보며,
한 마리도 쳐지지 않게 서로 보살피는 이웃 구실을 잘하며 살아간다.
어쩌다 목숨 잃은 코끼리가 생기면
함께 그자리를 뜨지 못하고 애도한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는 말씀을 어찌 그리 잘 따르나 놀랍다.
우리 사람들은 잘 하지 못하는데...
눈물 겹게 감격스럽다.
알을 낳고 바로 죽어가는 연어나,
알을 부화하기 까지 전념을 다하고 죽는 문어보다
우리 사람들은 점점 오래 살아 파파 할머니가 되도록 살아가는데,
욕심스레 자기 아들 딸만 돌보지 말고,
이웃 아이들을 다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는
코끼리 할머니 같은 사람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
코끼리 할머니 뿐 아니라
코끼리 엄마, 이모, 고모, 언니 되어,
코끼리 손주, 아들 딸, 조카, 아우들과 다 함께 하는 걸 우리도 따라한다면...
그러면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 수 있을까!
하나님 나라 이땅에 이뤄지이다.
주님 따라 기도하면서
이웃됨에 아무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할 것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이웃이 아니고,
어느 누구나 이웃으로 사랑해야 할 것을!
ㅁㅇ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