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송창주 이준열사 기념관 관장님께
그간도 평안 하셨는지요?
한 달간의 유럽여행을 마치면서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을 뒤로하고
우리나라에 온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났군요.
그 당시의 마음 같아서는 한 달이라는 비교적 장기간의 유럽여행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과 감동을 주셨던 관장님 내외분께
도착하여 즉시 편지를 드릴 수 있을 줄로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평소 저는 애들에게 편지를 쓸 때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생각하고 써야지
처음부터 너무 잘 쓰려고 생각하고 시도 한다면
더 어려워져서 결국은 잘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는데
이번 저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것 같군요.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가 결승전까지 치루는 동안
매번 네덜란드의 경기를 보면서 관장님 내외분을 생각하다가
부족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관장님!
3월 중순의 날씨치고는 조금 쌀쌀했던 그날,
저희 부부는 헤이그 역에 내려서 조금 어렵게 기념관을 찾아 갔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을 통하여 어떤 교포가 당시 이준열사께서 투숙하셨던
호텔을 매입하여 지금 기념관으로 만들었다는 상식만을 가지고 갔었지요.
하지만 교포 그분이 바로 관장님 내외분이라는 사실과
이준열사의 전기에 버금가는 책을 출판하셨고,
책을 집필하시는 동안에 많은 사료들을 수집하시기 위해서
애쓰신 흔적은 물론이요
특히 이준열사의 ‘의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시기 위하여 지금까지도
네덜란드의 도서관에서 당시에 저술된 책을 통하여
혹은 당시의 신문에서 자료를 찾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저희부부는 칠순을 넘기신 관장님앞에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여행객인 저희 부부를 대상으로
두 시간이 넘도록 이준열사를 비롯하여
1907년 4월 고종황제의 신임장을 받아서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상설, 이위종님에 관하여 열강을 해주셨지요.
장기간 여행에서 누적된 피로도 관장님의 열강 앞에서는 어디로 갔는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관장님의 설명에 압도되었답니다.
존경하는 관장님!
저희 부부는 지난해 11월에는 윤봉길 의사의 상해 홍구공원을 다녀왔고,
금년 1월에는 중국 하얼빈에 있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3월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이준열사 기념관을 방문한 것이지요.
하지만 역사의 현장을 뒤돌아보면서 잊어서는 안 될 역사가 잊어지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어느 곳이든지 암울한 정적만이 감도는 그 곳에서
슬픈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감동을 현재까지 똑같이 이어 올수야 없겠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그리고 현재의 우리 삶이 있기까지 초석이 되었던
그 사건과 그 분들을 우리는 너무도 무가치하게 생각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무관심의 결과라고 할까요?
아무튼 뭔가 잘못 가고 있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물질문명도 좋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도 좋지만 이에 앞서
우리가 진정 알아야 할 것들을 먼저 배우고 가르치며
후손들의 가슴에 각인 시켜주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꼭 필요한 일이며,
물질문명의 방향을 바르게 잡아주고
또한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도
그 바탕위에서 행해져야지만 그 중심이 국가 발전을 위한
경쟁적 동반자의 관계로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존경하는 관장님!
네덜란드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오더라도 헤이그에는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기념관 관람객이 별로 많지 않다는 관장님의 말씀이
생각나면서
관장님 내외분께서 역사의 한 부분을 바로 세우고, 또 그 정신을
전하시려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이 아려 옴을 느낍니다.
하지만 두 분께서 지금까지 해오셨고 또 하고 계시는 여러 가지 일들,
특히 네덜란드에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들을 위하여
한국기독성서공회와 네덜란드 기독성서공회의 승인아래
3,000권이라는 많은 양의 한,화 신약성서를 사비로 제작하여
배포하셨다는 말씀을 듣고는 관장님 내외분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어
관장님 내외분께서 뜻 하시는 바 모든 일들이 이루지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2010. 7. 15일
충남 대천에서 박 비호, 강 경숙올림
추 신 : 저희들을 댁에 초대하고 주신 두 권의 책을
(아! 이준열사. 한,화 신약전서)
서재에 꽂아놓고 보면서
관장님 내외분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한국에 오실 기회가 있으셔서
저희 고장을 방문하여 주신다면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주소 : 충남 보령시 대천동 흥화아파트 2동 1402호
전화 : 010-4450-1150
041-935-5000
첫댓글 아! 말로만 듣던 기년관 관장님을 만나고 오신 분이 마을에 계셨군요! 지금 흥분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는 교류와 소통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