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 단상
며칠 전 간단한 공부를 마치고 도반들과 인근식당에 들러 저녁공양을 하게 되었다.
딱히 메뉴를 정하지 않고 가게 되면 무엇을 먹을까 하고 그때서야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거나 종업원이 자동으로 들고 나오는 메뉴판을 뒤져보며 주문을 하게 된다. 여럿이 식당엘 가게 되면 의례히 주문이 엇갈리게 되게 마련이지만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문을 가급적 단순하게 통일을 유도한다. 이는 대부분의 영세한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거기서 일하는 분들 즉 근로자가 됐든 종업원이 됐든 주인이든 그들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날도 비록 숫자는 적은 수였지만 주문이 반으로 갈렸다. 나와 다른 한 분이 곤드레비빔밥을 주문하게 되었다.
곤드레는 우리나라 전역에 산지의 기슭이나 골짜기에서 흔히 자라는 식물로 5~6월에 어린 순을 따서 나물로 먹는 것으로 특히 강원도 정선, 평창, 홍천 등 영서지방에서 많이 분포되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화과 식물로 원래 이름은 고려엉겅퀴로 이 식물에는 지혈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강원도에서는 지혈용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때 피를 엉퀴게 한다 하여 엉겅퀴로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고려가시나물 이라고도 부른다. 곤드레란 곤드레만드레의 상위어로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모양을 뜻하는데, 곤드레나물의 큰 잎이 바람에 이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의 몸짓과 비슷하다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엉겅퀴를 곤드레나물이라고 하여 어린잎을 따서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밥과 비벼 먹으면 쌉싸래한 향이 입 안에 번져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지금은 지역 특산품으로 개발하여 이 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이 곤드레비빔밥을 많이 찾는다.
지금은 별미로 먹는 웰빙식이 되었지만 정선이나 영월의 화전출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쌀뒤주에 거미줄이 쳐질 무렵이면 곤드레를 뜯어 밥에 섞어 먹는데 밥 한사발이면 밥은 정작 한 숟가락 정도이고 나머지는 곤드레 나물로 쌀은 고사하고 보리밥에 섞어 먹으면 보리알을 셀 수 있을 정도라 한다. 나물밥으로 만들어 음식의 부피를 몇 배로 늘려 양만 채워도 감지덕지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춘궁기의 대표적인 구황식품이 되었던 것이다.
곤드레라는 말은 그 옛날에 뗏목을 엮어 동강에 띄워 온갖 사투를 버리며 한양까지 내다 팔이야 하는 긴 여정을 노래하는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나와 있다. 정선아리랑과 더불어 고달픈 이 지역 옛 조상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가 있다. 지금은 이야기 거리가 되어 우리도 별미로 먹으면서 80번을 씹어서 먹어야 하느니 나물이라 소화가 잘된다느니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다.
곤드레비비밥에 대한 생각을 짧게 몇 자 적어 보려니 강원도에서 군대생활시절 들었던 이야기들 전우들과 주민들에게 건빵과 교환해서 먹었던 기억들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춰지는 것이 참으로 새롭기도 하다. 어떤 이는 곤드레나물 가지고 『인체에 미치는 항암효과』로 박사학위 논문도 제출한 것을 보았다.
사물을 본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