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신호등, 나만의 정의
(김소연의 마음사전을 읽고 )
2014. 11. 20 그래도
“사전”이란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용어를 모아 순서에 따라 배열하고 해설을 붙인 책”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사전에 나온 낱말들은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로시카나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싸여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전이란 용어(용어라는 단어를 다시 누르면 개념이라고 풀이해서 적혀 있음)를 나타내는 말로라는 식으로 풀이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개념으로는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은데 느낌은 항상 2% 부족하다. 그런데 김소연의 마음사전을 읽을 때는 어떻게 이렇게 단어를 느낌이 팍 와 닿게 설명했는지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마 작가는 삶에서 출연작이 대단히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이라는 옷을 입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보지 않고는 결코 머리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사전, 이름하여 김소연의 “마음사전”을 만들었다.
나태주의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을 보았다.
그리움, 그림, 글은 같은 어미의 자녀라고 말한다. 동사 "긁다"에서 온 것으로 종이에 그리운 생각을 긁으면 글이 되고, 그리던 마음을 화지에 그리면 그림이 된다고.
첫눈의 정의도 "사람의 가슴에 쌓이는 것"이란다. 어떤 드라마의 대사처럼 "그 사람 나쁜 사람 아니야. 아픈 사람이지." 바로 이런 마음이 첫눈의 근거라고.
그렇게 보면 작가는 그리움이 뼈 속 까지 깊어서 이런 마음사전을 펴 냈나보다.
오직 마음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 마음에 존재하는 감각들, 감정<기분<느낌 ,감정의 태초들
“죄책감”은 덜 미안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삶을 살게 된다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는 위로가 되었다.
“중요하다와 소중하다”에서는 중요한 것들의 하중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정성과 성의”에서는 정성은 "담겨있다"고 성의는 "표시한다"고 표현한다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그런 차이까지를 생각 했을까 싶으면서도 내 생각으로는 정성은 “담겨있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들이다”라는 표현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떤 일에 마음이 깃들도록!
“다가갈까, 기다릴까, 지켜볼까”에서는 다가갈까는 어린시절처럼 무작정 다가가기부터 하다가 어른이 되면서 기다릴까로 바뀌는데 그건 수줍기 때문에 어쩔줄 몰라서 그런다는 표현, 너무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거기다가 “지켜볼까”는 일종의 비애로 충족보다는 결핍 그대로가 더 나은, 적적한 일이지만 그 속살에는 견딜만한 통증을 수반하는 훈훈함이 있다는 그녀의 말에 결핍 그대로가 더 나은, 견딜만한 통증을 수반하는 훈훈함이라니! 동감이다.
“추억하다”에서는 추억은 "내 마음 속에 무덤을 만들고 묘비명을 세운다"는 뜻으로 그럴듯한 "간증"을 한다는 말에 쿡-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은 추억이 될 때 나름대로의 이유로 미화된다는 것을 아니까.
나의 주특기인 “작전상 무심함”에서는 한 줄 남김없이마음사전 267쪽 전문 그대로를 읽어 보실 것을 권한다.
2014-11-20 책갈피(마음사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