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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氏 가정 이야기(한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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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글, 영상, 사진 스크랩 길을 걷다 - 인천시 송현동 양키시장
한인홍 추천 0 조회 394 11.04.02 18:5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길을 걷다 - 인천시 송현동 양키시장

100여개 상가에서 그들이 사고파는 건 ‘추억’이다

 

 

2011년 04월 01일 (금) 경기일보

 

 

   

양키시장 가게 진열대에 놓여있는 허쉬 초콜릿과 코티 분에 쌓이는 것은 먼지뿐이 아니다.

 

여러 가지 ‘과거’가 그 위에 쌓인다. 그들이 파는 것은 이제 양키물건이 아니라 ‘추억’이다. 시간에 떠밀려 가는 것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뒷모습은 슬프고 서럽다.

 


   
▲ 누가 누구를 ‘구제’한 것일까. 양키시장 한쪽 골목은 아직도 ‘구제품’을 팔고 있다
   
재봉틀 하나로 자식 모두를 대학 보낸 중앙시장의 어머니

 

◇송현동 100번지로 스며든 양키물건

인천시 송현동 100번지 양키시장. 물들인 군복, 청바지, 보세옷….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젊은 날 이곳과 얽힌 추억을 한두 개 쯤 갖고 있을만큼 친근한 ‘무대’다. 1965년 12월 정식으로 시장 등록이 됐지만 그 시작은 6·25 동란 직후부터였다.

인천에는 미군부대가 곳곳에 있었다. 뒷문으로 흘러나온 양키물건들을 이곳에서 거래했다.

 

양주와 양담배, 향수, 로션, 초콜릿, 스낵, 통조림 등. ‘양키’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보다는 동경심으로 인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던 물건들이 좁은 선반에 빽빽하게 진열돼 있었다.

다른 편 가게에서는 간이침대, 야전삽, 수통, 군용식량 등 각종 미군용품도 거래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돈 달러와 이른바 ‘빨간책’이라고 불리던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등 같은 도색잡지도 구할 수 있었다.

 


   
▲ 미제는 뭐도 좋다’는 말이 있었다. 이제 양키물건은 옛 향수를 더듬게 하는 소품일 뿐이다
   
▲ 순대처럼 길게 늘어선 순대골목

허쉬 초콜릿과 코티 분(코티 에어스펀 파우더)

인천에 양키들은 이제 없다. 양키는 갔지만 아직 양키시장은 남아있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듯 어스름 조명 아래 늙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다.

양키시장은 일반시장과는 모습부터가 다르다. 3층 높이의 건물들이 시장을 사방으로 막고 있다. 시장이라기보다는 골목이다. 100여 개가 넘는 작은 가게들이 하루종일 한 조각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골목에 줄지어있다.

“다 죽었어. 가게 지키던 사람은 늙어죽고 가게는 장사 안돼 죽었지. 마트에 가면 이제 미제물건 다 살 수 있잖아. 오랜 단골이나 그냥 옛 생각나서 가끔 들르는 사람들 밖에 없어.” 아들의 어린시절 별명을 상호로 쓰는 똘똘사 허순영 사장(73)의 설명이다.

양키시장 가게 주인 중에는 92세 된 ‘현역’ 김고분 할머니도 있다. 김 할머니는 한 평이 채 안되는 가게에 매일 나와 미제 물건에 쌓이는 먼지를 털어낸다.

  


   
▲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디지털 시네마 시어터’였지만 오성(애관2관)극장은 세월의 힘에 굴복하고 말아 폐관됐다
   
▲ 중앙시장 2층에 자리잡은 공중화장실. 개장된 지 50년 된 ‘문화재급’화장실이다. 사용료는 200원이다

 

◇잔상마저 사라진 오성극장

수선, 마크, 명찰, 오바로크…. 빛바랜 간판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양키시장 골목이 끝나는 곳에 극장이 하나 있다.

‘애관2관’이라는 희미한 글자가 붙어있는 오성극장이다. 마치 시장을 올라탄 모습을 하고 있는 오성극장은 씨네팝, 애관2관으로 이름을 바꾸며 운영하다가 2003년 4월11일에 스크린을 내렸다.

문은 쇠줄로 굳게 감겨져 있다. 옛 영화의 잔상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바로 앞에서 50년 동안 구제품 옷을 팔아 온 흥신사 주인에게 극장에 들어가 볼 수 있냐고 물었다.

 

“거긴 뭐 할려고 올라가요. 아마 귀신 나올텐데…”하면서도 “혹시 애관극장에 문의하면 될지도 모른다”며 말끝을 흐린다.

애관극장에 연락했다. 열쇠를 가진 사람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열 수가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야만 했다. 극장 옆에는 순대골목이 있다.

 

얼마 전까지 순대국밥집은 골목을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20여 곳의 순대집이 그야말로 순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지금은 동인천재생사업으로 한쪽이 철거된 상태다.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된 송현시장통에 재현된 빨래터. 동상으로 재현된 아낙네와 아기를 안은 어린소녀의 모습에서 옛날 향취가 물씬 뿜어나온다

 

◇수문통과 세느강

송현시장은 중앙시장과 길 하나를 놓고 마주하고 있다. 1960년대 초에 문을 연 송현시장에는 영화 ‘파이란’에서 ‘루저’ 최민식과 공형진이 소줏잔을 기울이던 ‘영종집’ 등 정감가는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인근 화평치안센터와 송현치안센터 사이 200여m거리에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문통’이란 수로가 있었다.

“여름철 장마 때는 전동, 인현동 등 윗동네에서 놀다가 하수구로 들어간 공들이 다 떠내려와 이곳 아이들은 돈 주고 공을 산적이 없었어요.” 수문통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방송인 한영우씨의 추억담이다.

백중사리 때는 어김없이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 바닷물이 아궁이까지 차기 일쑤였다. 동네사람들은 수문통을 ‘세느강’이라고 부르며 늘 함께 했다.

화평동 쪽 수문통 끝자락에는 한동안 ‘수상가옥’이 있었다. 갯골을 일부 복개한 곳 위에 많은 판잣집들이 지어졌다. 안방 밑으로 바닷물이 찰랑거렸다.

  

우리나라 유일의 수상가옥인 셈이었다. 1996년 수문통의 나머지 부분을 복개하고 수상가옥은 철거했다. 그렇게 ‘세느강’의 낭만과 추억이 땅 밑으로 함께 묻혔다.

글 유동현 편집장     사진  정정호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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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4.02 21:21

    첫댓글 지금도 나에겐 기억이 생생한 송현동 양키시장과 송현시장 그리고 복개되기 전의 수문통의 "세느강?"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어렸을 때의 아름다운 추억의 거리입니다.^^ 아마 내가 8살 때부터 20대후반까지 그곳 가까이서 지내던 기억이 납니다. 글구 저 화장실 사용도 많이 해 보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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