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인간극장 1TV 월~금 07:50 방송
이규원 아나운서
“웃으면 되는 겨” 1부 2017/12/4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이 짧기만 한 가을을 더욱 아쉽게 하는 날.
나지막한 산, 제일 끄트머리 집에도 늦가을 풍경이 한창이다.
느릿느릿 발걸음이 꼭 닮은 곽창영 할아버지와 한영애 할머니 부부.
올해로 65년째 같은 방향을 보며 함께 걸어왔다.
창영 할아버지의 간곡한 요청에도 매정한 발걸음을 떼는 영애 할머니. 65년 결혼생활 동안 정착된 각자의 역할을 바꿀 생각은 없으신 모양이다. 창영 할아버지의 역할은 소 키우기 20키로 그램짜리 포대도 번쩍번쩍 아직 체력이 녹슬지 않으셨다. 할아버지가 소를 처음 키우기 시작한건 60년 전. 지금 집터에 자리를 잡으면서 부터였다. 송아지 한 마리로 시작해 15마리가 정원인 이 축사에 소들로 가득 채웠다. 소들 덕분에 먹고 살았고, 소들 덕분에 아들을 키웠으니, 소들은 할아버지에게 고맙고 특별한 존재.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소 돌보는 일에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 축사들은 자동급식기며 온도 조절 장치 같은 최신 설비들을 갖춘 곳도 많다지만, 창영 할아버지 축사는 몇 십 년째 똑같은 모습. 아침, 저녁으로 나와 직접 소 먹이를 챙기고 소똥을 거둬 내야하니 아흔 가까운 나이, 다리까지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이 축사가 자신에게 딱 맞는 최고의 직장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