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락 중위와는 육군기술병과학교에서 같은 내무반이었다.
그때 나는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를 지니고 다녔었고
최중위가 아마 알베르 까뮈의 <<반항인>>을 읽고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친해진 후에 그가 내게 물었다. 혹시 조지훈의 시 <<사모>>를 아느냐고.
그 시를 아직 접해보지 않았던 내게, 그는 친절하게 그 시를 외워 백지 한장에
써주었다.
최중위가 그때 사랑하던 여인을 막 떠나 보내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이런 좋은 시를 소개해 준 그에게 고맙다. 그리고 나는 이 시를
32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끔 읽는다.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는"
이 귀절.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오래 좋아하고 오래 남아있어야 진정이 아닐까. 그게 사람이든 시든,
풍경이든 어릴때 기억이든. 정말로 그간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났을까.
내년 내가 부모님과 형제가 있는 부산가면 그를 한번 만나고 싶다.
그래서 왜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을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지
술잔을 앞에 두고 한번 얘기해보고 싶다.
그걸 알만큼 우린 이제 나이가 들었을까.
아님 우린 그 답을 영원히 모르는걸까.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아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해주신 하나님을 위하여
첫댓글 멋진 시네...
그렇지? ^^
멋진 친구들 이국땅에서 좋은 결실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오랜 친구를 만나 외롭지들 않겠구나...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