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도들이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멘토들을 만나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간 질문을 쏟아내며 건강한 목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목사들의 잇따른 막말 때문에 지탄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신학생들이 있다. 이는 목회멘토링사역원이 주최한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얘기다. 건강한 목회를 고민하는 신학도들이 멘토들을 만나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간 질문을 쏟아 내며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참가자들은 동감하는 이들을 만나 숨통이 트였다. 이들은 멘토로 온 김경호·김영선·안진섭·박대영·오대식·정한조·홍민기 목사를 만나 갈급함을 해소했다.
컨퍼런스에서 나온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전도사나 부교역자를 꾸짖는 경우 △사역할 교회 선택의 기준 △최근 불거진 목사·장로의 '하나님의 뜻' 논란에 대한 생각. 이에 응답한 멘토 목회자들의 답변을 옮긴다.
- 전도사나 부교역자를 꾸짖을 때는 언제인가요.
정한조 목사 / 담임목사가 부교역자에게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부교역자가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꾸짖습니다. 출근 시간에 맞춰서 와야 하고, 심방 사역할 때 교인들과 같이 잘 지내는 것이 기본입니다. 목회란 교인들과 같이 사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교인들을 잘 섬기며 지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소문이 나고, 아닌 사람은 아닌 대로 소문이 납니다. 어떤 사람이 진실한지 아닌지, 최선을 다하는지 안 하는지를 하나님이 제일 잘 아시지만, 사람도 다 압니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김경호 목사 / 목회자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교인이 뭘 원하는지 무슨 대화를 하고 싶은지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부교역자가 잘못하면 사무적이고 행정적인 태도로 교인들을 대할 수 있어요. 일이 바쁘다 보니까 자기를 찾아온 교인과 얘기하고 상담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를 주의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바쁘더라도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 멘토들은 컨퍼런스에서 나온 질문에 성심껏 응답했다. 주요 질문은 △전도사나 부교역자를 꾸짖는 경우 △사역할 교회 선택의 기준 △최근 불거진 목사·장로의 '하나님의 뜻' 논란에 대한 생각 등이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경호·김영선·안진섭·박대영·오대식·정한조 목사. ⓒ뉴스앤조이 엄태현 |
- 어디 가서 사역하고, 누구와 동역하는 게 좋을지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사역지를 선택해야 할까요. 보통 조건을 따라 인맥을 따라 사역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직한 선택 기준이 있을까요.
김경호 목사 / 내가 꿈꾸는 목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당장의 생활을 생각하며 무작위로 자리가 난 교회를 찾으면서 단순하게 사역지를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가 꿈꾸는 목회 방향과 상관없이 사역할 경우, 나중에 담임 목회를 하게 되면 내 뜻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품더라도 그렇게 잘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목회는 도제 방식으로 배우게 됩니다. 나중에 담임목사가 되면 심방도 해야 하고, 장례 예식도 진행해야 하고, 교회 행정도 해야 하는데, 미처 준비할 여유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교역자 시절에 보고 배운 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자기가 과거에 비판했던 목회라 할지라도 자기 몸에 익숙한 것을 따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꿈꾸는 목회와 가까운 교회로 가서 익히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에도 일관되게 담임 목회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박대영 목사 / 저희 교회에서는 사역자를 세울 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살피기도 하지만, 그에게 저희 교회를 충분히 소개합니다. 교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회 철학을 소개한 후 그에 동의하면 와서 사역하도록 했습니다.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고 싶은 교회의 목회자에게 교회론을 잘 물어봐야 합니다. 또한 담임목사가 사역자를 동역자로 여기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세밀히 살펴야 합니다.
본인의 소명에 부합한 교회를 찾아가되,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기가 큰 교회에 있었다면 작은 교회에도 가 보고, 자기가 보수적이라면 진보적인 목회자를 찾아가기도 해 낯선 경험 속에서 지평을 넓히면 좋겠습니다.
안진섭 목사 / 좋은 목회자가 되고자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나님의 인도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마음이 어떤 조건에 빼앗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역지를 정할 때 하나님의 인도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례비를 덮어 놓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례비를 알고 나서 결정하려고 하면, 그 순간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이기 마련입니다. 현실적으로 신학대학원을 다니면서 가족도 있고, 학비도 대야 하는 상황이라면, 좋은 조건을 따라 가게 되어 있습니다. 좋은 조건이 아니어도 갈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욕심을 제거하고 바라보면 하나님의 인도가 명확히 보일 겁니다.
▲ 멘토들은 예비 목회자들의 질문에 행정보다는 목양을, 조건보다는 소명을, 하나님의 뜻에 대한 분별과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
- 최근 목사·장로의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로 나온 문창극 씨가 이 논란 때문에 사퇴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며 함부로 얘기한 목사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 기사 : 목사들 '막말' 파문에 한술 더 뜬 전광훈 목사 / 김삼환 목사, "세월호는 하나님이 침몰시킨 것")
김경호 목사 / 일부 목회자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발언을 하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의식이 낮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감각이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교회 운영을 하는 데 기술적으로 뛰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인권 지수는 너무 낮습니다.
신학교에서 우선하여 가르쳐야 하는 것은 인권 의식입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 한 사람 한 사람을 예민하게 대하고 아픔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심성을 갖추지 않으면 목회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습니다. 문제아가 돌아다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교회마다 영성을 강조하는데, 한 사람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고 함께할 수 있는 감수성이 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성을 신학교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김영선 목사 / 인간의 교만과 탐욕으로 발생한 사건을 하나님의 섭리와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생명을 말살하는 행위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을 사랑하고 살리는 세계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의와 평화가 하나님이 원하는 뜻이지 않을까요.
성경의 맥락이 있잖아요.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함부로 얘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말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안진섭 목사 /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오는 이유는 설교자가 성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조심성 없이 강단에서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할 때는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을 두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은 미가서에 나온 것처럼 공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죠.
악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악은 하나님이 허용하시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로마서에서 인간의 죄악에 대해 하나님이 내버려 두셨다는 표현처럼 말이지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과 허용하시는 뜻을 구분하지 않은 채 예의를 갖추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 없이 그냥 내뱉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교회가 게토화되어 있다 보니까 교회 안에서는 그런 말이 아무런 문제 없이 소통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과 허용하시는 뜻을 뒤섞어서 하나님의 뜻이라 말했을 때 세상에서 볼 때는 황당할 수밖에 없죠. '자기 가족이 악한 일을 당했을 때에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할 것인가.'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성경이 얘기하는 하나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성도들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세상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소통해야 합니다.
박대영 목사 /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서둘러서 의미를 부여하고 단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꼰대' 기질이 문제입니다. 먼저 울어야 하고 분노해야 하는데, 서둘러 해석하려고 하는 기질이 문제입니다.
우는 자와 같이 울고 분노하는 자와 같이 분노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먼저 그 일에 대해 말하기 전까지는 침묵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피해 당사자가 하나님의 섭리를 해석해서 고백할 때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 되는 것이지, 제삼자가 함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몰이해와 인간에 대한 무례를 극복해야 합니다.
오대식 목사 / 이 주제로 지난 주일에 설교를 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교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호상(好喪)'이란 말이 있습니다. 상갓집에 가 보면 문상 온 사람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다가 돌아가신 노인의 유족에게 호상이라는 말을 건네며 슬퍼하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과연 이 말이 맞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호상이라는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호상이라는 말을 가족은 쓸 수 있어도 제삼자는 안 됩니다. 장수하고 복을 누리다 돌아가셨다고 해도 가족은 슬픈 상태이기 때문에 호상이라는 말을 쉽게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픔과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이라 고백할 수 있지, 제삼자가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사자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폭력적이고, 피해자를 한 번 더 죽이는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한조 목사 /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잊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디에 써 붙여 놓으면 됩니까. 사진 찍어서 매일 보면 될까요. 그렇게 하면 이제 그런 사고가 안 일어날까요.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다 본질적으로 죄인이기 때문에 투명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교회나 사회 구조가 좀 더 투명해지고 누구나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불투명한 상태로 안 보이게 방치해 놓으면, 어느 순간 무너져서 또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고가 다시 안 일어나게 예방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길이고,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는 길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더 맑아지고 투명해질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오가면 좋겠습니다.
▲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동감하는 이들을 만나 숨통이 트였다. 이들은 멘토 목회자들을 만나 갈급함을 해소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