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포로수용소 (Stalag 17, 1953)
8.52 (참여 42명)
감독 : 빌리 와일러
주연 : 윌리엄 홀덴, 돈 테일러, 오토 플레밍거
제작 ; 1953년 / 미국
포로 수용소를 무대로 한 수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51년 도날드 베반과 에드먼드 트로진스키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희곡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 원작이다.
1944년 다뉴브 강변에 위치한 독일의 제17 포로수용소가 그 무대이다. 여기에는 주로 격추된 미공군의 포로들이 수용되어있어, 이곳에서는 당연히 갖가지 유형의 인간 군상들이 다양한 수용소생활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물론 초점은 요령 만점의 세프턴이다. 그는 기막힌 솜씨로 오히려 수용소 생활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그의 큰 상자안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이며, 그 와중에서도 그는 돈을 번다. 쥐를 잡아서 작은 경주 코스를 만들어 경마장 비슷한 것을 운영하기도 하고, 안경 렌즈로 망원경을 만들어 소련군 여자 포로들이 목욕탕에 가려고 줄선 모습을 구경시켜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지나치게 좋은 요령에 의한 편한 생활로 독일의 스파이로 의심을 받게되자, 오히려 스파이 색출에 발벗고 나서서 공을 세우기도 하면서 마침내는 이 탈출 불가능의 수용소를 탈출하게 된다. 탈출불가능을 장담하는 자신만만한 수용소장 폰 세르바하, 수용소의 영웅적 인물인 덴버 중위, 웃기는 장난꾸러기들인 스토쉬와 해리, 수용소내 보안을 맡은 프라이스 등등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단조롭기 쉬운 포로수용소 내부의 생활을 아주 아기자기하게 꾸며주는 주요 캐릭터들이다.
이 영화에는 실로 다양한 요소가 참으로 교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물론 탈출을 주제로 한 긴박한 스릴도 있지만, 곳곳에 와일더 감독의 장기인 위트와 유모어들이 참으로 재미가 있고,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은 웬만한 추리극을 능가한다.
와일더 감독은 참으로 파격적인 캐스팅을 했다. 주연 홀든은 '골든 보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미남형 얼굴을 바탕으로 한 멜로드라마의 스타였으나, 그의 과감한 기용에 보답하는 일생일대의 명연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타냈다. 그해의 경쟁자가 <줄리어스 시저>의 마론 브란도, <성의>의 리차드 버튼,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버트 랭카스터라는 막강한 상대였고 보면, 그의 연기가 얼마나 뛰어났는 가를 알 수가 있다.
소장 역의 프레밍거는 바로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58), <영광의 탈출(Exodus)>(60) 등 명작들의 감독으로 더 유명한 사람인데, 여기서는 배우로서도 아주 좋은 모습을 보였다.
두 명의 코믹한 콤비 로버트 스트라우스와 하비 렘베크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자신들이 했던 역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관객들을 웃겨주었다. 둘중 스트라우스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하였다. 피터 그레이브스는 나중에 TV의 인기 시리즈 <제5전선(Mission:Impossible)>의 리더 역할로 유명해지는 사람이다. 그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1981년이 다 끝나가던 11월 늦가을, 바다건너 들어온 뜻밖의 소식이 있었습니다. 명배우
윌리암 홀덴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당시 나이는 63세.
그는 여전히 왕성하게 주연급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그의 추모영화를 특집 편성하였습니다. 그 때 방영된 작품이 바로
'제 17 포로수용소'였습니다. 이 영화를 고른 것은 당연하였다고 봅니다. 윌리암 홀덴은
많은 대표작들이 있는데 감성적으로는 '모정' 유명도로서는 '콰이강의 다리'라고 할 수 있지만
배우로서 윌리암 홀덴을 가장 돋보이게 만든 영화는 '선셋대로'와 '제 17포로수용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셋대로는 글로리와 스완슨의 영화로 분류될 수 있으므로 윌리암 홀덴이 독보적으로
이끌어간 영화는 '제 17 포로수용소'였으며 이 영화는 완성도로 보나 그의 연기로 보나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윌리암 홀덴은 참으로 많은 영화가 국내에 개봉된 배우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작품외에도
'사브리나' '타워링' '기병대' '와일드 번치' '피크닉' '갈채'등 익히 잘 알려진 작품들뿐만 아니라
'연애전술' '영광의 종 울리는 하늘아래서' '원산만의 서브마린' '로켓 파일롯' '유혹의 밤'등
요즘 세대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작품들도 국내에 개봉되었습니다. 국내 개봉된 영화가 대략
30여편이나 되며 '네트워크' '페도라' 등 미개봉된 작품중에서도 괜찮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39년 '골든보이'라는 복싱영화에 주연데뷔하여 이름을 알린 이후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쉬지않고 활약한 배우입니다.
제 17 포로수용소는 2차대전 당시 독일의 포로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대체로 이런 영화들이 '탈출'이라는 것을 주 소재로 다루고 있는 반면 이 영화는 수용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위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탈출'이라는 소재가 활용되지만
주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탈락 17'이라고 불리우는 독일군이 관리하는 포로수용소, 총 600여명의 포로들이 함께 생활하는
이곳의 한 막사에는 매우 수완이 좋은 미국인 선임하사 세프톤(윌리암 홀덴)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적십사에서 보내주는 구호물품을 잘 활용하여 수용소내에서 일종의 '사업'을 벌여서 쏠쏠하게
재산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내기에도 능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담배를 이용하여 독일인을 매수하여
얻기도 합니다. 세프톤이 있는 막사에서 포로 2명이 탈출하다 독일군에게 사살된 사건이 발생하고
막사내에 '스파이'가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포로들은 독일군을 잘 매수하는 세프톤이
범인을 것이라고 의심하여 그를 구타하고 왕따시켜버립니다. 세프톤은 무고함을 강변하지만 아무도
그를 믿지 않습니다. 결국 세프톤은 스스로 범인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40-50년대 헐리웃을 대표하는 재능있는 영화인 빌리 와일더가 제작과 감독을 함께 했고 공동각본까지
겸하고 있는데 연출, 시나리오, 연기 모든 면에서 빈틈이 없는 영화입니다. 포로수용소 라는 세계를
아주 흥미롭게 다루고 있고, 그곳에서의 포로들의 삶과 독일군과의 신경전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연 스파이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과정은 일종의 '추리극'을 방불케 합니다. 전쟁과 군인을
소재로 하였지만 결코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함과 경쾌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애니멀'
역을 연기한 로버트 스트라우스가 영화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로라' '슬픔이여 안녕' '영광의 탈출'등을 연출한 명감독 오토 프레밍거가 독일군 사령관으로 직접
출연하고 있습니다. 대위로 출연한 돈 테일러 역시 '오멘2' '혹성탈출 3편'등을 연출한 감독으로 더
유명한 인물입니다.
무엇보다 윌리암 홀덴은 적역을 맡아서 유감없이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냉소적이면서 예리한 주인공역을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술만 뛰어난 야비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보여지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머리가 좋고 냉정하면서 용맹스런 역할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을 의심하는데 앞장섰던 동료가
사과하려는데 '잊어버리게'라고 용서하는 쿨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고, 마지막에 대위를 구해서 탈출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비호감같이 등장하여 영웅으로 끝나는 역할입니다.
같은 해 제작된 걸작 전쟁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가 대부분의 아카데미상을 가져갔는데 '남우주연상'은
제 17 포로수용소의 윌리암 홀덴이 가져가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항간에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버트 랭커스터와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표가 분산되어 어부지리로 윌리암 홀덴이 수상했다고도 하지만
영화의 직적 수준이나 완성도, 그리고 배역의 중요도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상의 자격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대부분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으로서 연출가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서
더 큰 재능을 보였던 인물인데 '잃어버린 주말'과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줍니다'에서 아카데미 감독상과
각본상을 함께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작성한 빈틈없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빼어난 연출감각을
발휘하여 영화를 만드는 그는 '선셋대로' '사브리나'에서도 윌리암 홀덴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면 소재가 무엇이든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거기에
일급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따라주었으니 제 17 포로수용소는 아주 근사한 영화로 뽑혀져
나온 작품입니다. 두시간동안의 시간이 지루할틈이 없이 물흐르듯 흘러가는 작품으로 50년대
헐리웃 영화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고전입니다. 완성도가 높고 재미도 매우 뛰어난 걸작으로
전쟁소재 영화중에서는 가장 부담없이 술술 넘겨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영화에 관심을
갖는 분들은 한 번은 꼭 볼만한 작품으로 추천하기에 손색이 전혀 없는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제네바 협정을 잘 지키는지 감사원이 나오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나름 지킬것은 지켜야 하겠지요.
ps2 : 군대에 가면 머리가 단순해진다고 하는데 특히 따분한 일상이 계속되는 감옥과 다름없는
포로수용소에 오래 있으면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와중에 영리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이 영화속에서 윌리암 홀덴이 그런 인물입니다.
ps3 : 제 5 전선의 피터 그레이브스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젊은 청년입니다. 중후한 요원의
이미지를 가진 그가 20대 시절에는 제법 잘생기고 훤칠한 인물입니다.
ps4 : 남자들의 세계에서 '담배'는 역시나 가장 가치있는 교환수단이군요. 물자가 귀한
군대에서는 더욱 그렇겠지요.
[출처] 제17포로수용소(Stalag 17 53년) 흥미진진한 고전걸작|작성자 이규웅
출처 : 다음카페 추억의 팝송/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