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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군휴게실 원문보기 글쓴이: 권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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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연곡면 방내리의 '연곡꾹저구탕'은 연곡 토박이 이종부(46)씨와 배순녀(47)씨 부부가 19년째 꾹저구탕을 끓여 온 꾹저구 전문식당이다. 배순녀씨가 말했다. "연곡천에 흔한 게 꾹저구였죠. 늘 끓여 먹던 음식이니 잘 하면 장사도 되겠다 싶어 식당을 차렸어요."
처음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흔하게 잡아먹어 온 민물고기 탕을 돈 주고 사먹으러 오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 식당이 바닷가 동네에서 20년 가까이 민물고기 탕으로 버텨 온 것은 술꾼들의 힘이 컸다.
개업하고 얼마 동안은 손님이 하루 한 두명에 그치는 날이 많았어요. 그러다 언제부턴가 전날 술 마시고 속풀이 하러 오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하데요. 4년간 길 건너 동덕리에서 하다 이 자리로 늘려서 이사했죠."
배씨는 매일 아침, 130인분 정도의 꾹저구탕을 대형 솥에 한꺼번에 끓여 놓고 11시 무렵부터 손님을 맞는다. 만드는 순서를 보자. 먼저, 손질해서 얼려두었던 꾹저구를 2시간 가량 푹 곤다. 살이 풀어지면 주걱으로 부수어 고추장을 넣고 끓이다가 밀가루를 묻힌 대파를 "한 양푼 이상 쏟아 붓고" 더 끓인다. 여기에 달걀을 풀어 익힌다. 주문이 들어오면 냄비에 퍼 담아 수제비를 떼어 넣고 깻잎·팽이버섯을 넣어 끓이다가 손님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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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선 다시 한소끔 끓인 뒤 각자 그릇에 덜어 먹는다. 들여다보면 꾹저구 살은 다 풀어져 거의 국물이 돼 있다. 비린내 등 잡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산초와 후추를 뿌려 먹도록 했는데, 산초를 뿌리면 향이 너무 강해 꾹저구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꾹저구탕은, 흔히 술꾼들이 찌개류나 해장국류의 맛을 평가할 때 거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뜨겁고도 시원하고 얼큰하면서 속이 확 풀리는, 후련하고도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맛에 대한 이 낡고 닳은 표현들이, 훌륭한 속풀이 음식을 만난 술꾼들에겐 늘 새롭게 다가온다. 꾼들은 숙취에 시달리는 날 꾹저구탕을 앞에 놓고, 온몸으로 술냄새를 발산하며 땀 뻘뻘 흘리며 탄성을 터뜨린다.
"어이구, 시원하다." "국물이 얼큰한 게 속이 확 풀리네." "그래. 후련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야. 추어탕보다 낫지."
국물을 쉬지 않고 입에 퍼 넣던 50대 남자들이 앞 다퉈 꾹저구탕 예찬론을 폈다. "꾹저구탕 앞에선 다른 건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년 묵은 고추장이 비결…추어탕도 울고 갈 판
배씨는 시원하고 후련한 맛의 핵심은 고추장과 파에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3월에 직접 고추장을 담가 3년간 묵힌 뒤 쓰거든요. 이 고추장과 함께 듬뿍 들어가는 파가 꾹저구와 잘 어울려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나옵니다. 조미료는 거의 안 써요. 처음 끓일 때 다시다를 조금 넣죠. 야채나 콩·메주같은 건 정선에 사시는 친정 엄마가 농사지은 걸 보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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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감자를 넣어 지은 감자밥이다. 감자밥을 꾹저구탕 국물에 말아 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부추 겉절이와 김치 등 반찬도 맛깔스럽다. 은어튀김과 파전·메밀전도 낸다.
몇년 전까지도 지역 주민들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꾹저구탕 맛이 알려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연곡천에선 요즘 꾹저구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꾹저구를 찾는 손님이 늘고 여기저기 꾹저구탕을 내는 식당이 늘어난 까닭도 있지만, 하천 오염과 태풍·폭우로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개체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배씨는 "연곡천 꾹저구가 부쩍 줄어 지금은 삼척·울진 등에서 냉동해 가져오는 것을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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