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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6부)
- 회색인간들 -
집으로 돌아온 낙수는 웃도리를 벗어 던지고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허사장님?"
"잘 들으쇼. 당신이 보낸 떡대 네 놈은 내가 적절히 손봐줬수다. 내가 당신에게 뭐
사기라도 친 거 있소? 정당한 승부를 한 것 뿐인데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그냥은 있지 않을거외다. 당신이 김인숙이란 여자와 뚝섬 유원지 모텔에서
나체로 딍구는 사진을 당신 사모님께 확 뿌려줄까요?"
"아아...그런 것까진 당신이 알 것 없수다. 물론. 당신이 허튼짓만 안 한다면 사진이
뿌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오. 나는 그저 낚시가 좋아서 낚시만 하면 되는 놈이니까"
"알겠소이다. 만약 한 번 더 허튼 수작질을 하면 당신은 바로 파멸뿐이란 걸 알고
계시오. 그쪽이 가만히만 있으면 나도 가만히 있을 테니까 말요"
"알겟소....언제든지 도전하든 말든 그건 허사장님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고"
"좋소. 그럼 다음에......"
핸드폰 폴더를 닫자 길호가 궁금한 얼굴이 되었다.
"형, 허사장이 뭐래?"
" 김인숙이란 세컨과 뒹군 이야길 하니 야코가 팍 죽은 목소리더만 하하"
"그럼 우린 건들지 않겠네?"
"건들지야 못할테지만...그 인간이 미련이 남았던지 한 번만 더 시합을 하자는데,,,,
그것도 10억짜리 2시간 단판 승부로 말여"
길호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낙수는 피식 웃었다.
"길호야 신경 꺼라 니 말대로 꼬리를 길게 남겨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그럼 그냥 이대로 끛내는거지?"
"그래... 깍두기나 보내서 돈을 다시 빼앗으려는 양아치만도 못한 허사장과는 안녕이지"
그제서야 길호가 밝은 얼굴이 되었다.
"형은.....물러설 때를 아는 진짜 사나이야 킥킥"
"시끄럽다. 사나이고 뭐고 간에 사부님께 배운대로만 할 뿐이니까"
"그게 사나이가 가는 길이라니깐 그러네 히...."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 형! 미향 누나가 왔나보네"
낙수와 길호가 5년만에 해후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사기질로 돈을 모으자 대전
고아원에서 여고를 졸업한 미향이는 미용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따고는 은행동에
있는 규모가 큰 미용실 취직하여 일을 하던 중에 낙수가 서울로 부르자 인사동에
차려준 미용실 원장이 되어 일을 하던 중이었다
매월 15일이면 세 명이 모이는 날이었는데 오늘이 그날 이었다.
어느 덧 서른 초반이 된 미향의 미모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비록 쌍꺼풀 수슬을 햇고 코도 손봤지만 170의 키에 군살 없는 몸매는 낙수와 길호가
보기에도 영낙없는 서울의 차도녀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미향이 왔니. 너를 위해 길호가 초저녁부터 닭볶음탕에 송어회를 차려놨지 뭐냐"
낙수의 시원한 목소리에 미향이 길호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 길호야 고미워, 낙수 오빤 여전하구?"
"나야 뭐,,,항상 봄날이지. 하하 넌 미용실은 잘 되고?"
"응 오빠, 사업은 잘 되고 있어. 근데 오빠. 박중기 라는 중견배우 알지?"
"박중기? 그 인간 제작년인가 대마초에 마약까지 하다가 걸려서 지금은 쉬고 잇다며?"
" 맞아. 그 인간이 오늘 우리 미용실에 머리하러 왔었는데...."
미향이도 미용실을 하며 가끔 머리 골빈 여자나 허파에 바람기 가득한 졸부들에 대한
정보를 물어다 주곤 했었다.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 앉고 서로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 그 사람이 왜?"
길호가 소주 한 잔을 털어넣고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미향이 실소를 머금었다.
" 그 인간이 말하는 걸 보니까 낚시 시합을 해서 돈 깨나 털린 것 같더라고"
"그으래? 그 인간이 낚시광이라는 건 알지만 돈을 걸고 시합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불미스런 일을 당하고 일을 쉬고 있지만 원래 그런 사람였나 봐"
"하기사.....연예계 쪽이 복마전이지. 그런 사람이 어디 한 둘 일까만...."
낙수가 닭고기 한 쪽을 집어 먹으며 대수롭잖은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오빠. 그 사람 진짜 낚시광이더라고. 하루도 낚시를 안 가는 날이 없데"
"일도 쉬고 있으니 낚시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이겠지"
"근데 낚시를 할 때마다 그냥 하는 게 아니고 거액이 오고 가나 봐"
순간, 낙수와 길호의 눈빛이 마주쳤다 사라졌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길호였다.
"거액이라면? 얼마짜리를?"
"글쎄.....우연히 듣기로는 수백에서 수천짜리 까지 하나본데"
" 그사람이 그렇게 부자야? 영화와 드라마 몇 편 찍었더니 돈 좀 벌엇나 본데"
미향이 다시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는 정색을 했다
" 그 사람 아내가 부자잖아"
"아내? 그럼 친정 쪽?"
'그런가봐 친정 아버지가 국일산업 회장이라고 하니까"
다시 낙수와 길호의 눈빛이 허공 속에서 부딪쳤다.
이번엔 낙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역시 얼굴값을 하는구만.....돈이 많은 장인을 뒀으니 집행유에를 받고 언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겠고"
미향이 두 눈을 치켜뜨며 다시 정색한 얼굴로 말햇다.
"오빠 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그 인간을 털어보는 게 어때?"
"글쎄다.....연에계 쪽이 워낙 복마전이라서"
"애개개. 언제는 오빠가 사람 봐가면서 털었어. 졸부들은 다 똑같은데 뭘"
미향의 시크한 목소리에 낙수가 냅킨으로 입을 닥으며 싱긋 웃었다.
" 형, 그 인간 돈 좀 있나본데 ......허사장 건도 끝낫으니 그 영화배우 좀 털어보지?"
"돈 밖에 없는 인간들은 뒷끝이 좋지 않거든. 신중해야 돼"
"그건 나한테 맡기고....미향 누나가 좀 더 조사를 하고 나도 철저히 조사를 한 후에
나서면 될 것 같은데?"
"국일산업 회장 쯤 되면 법조계나 권력자들 힘을 끌어오는 건 일도 아닐거다.
신중해야 돼"
"그건 걱정 말고..내가 언제 뒷조사에 실패하는 거 봤소?"
"미향이와 길호, 너희 둘을 믿지만 난 연에계 쪽은 웬지 내키지가 않아사 말야"
"걱정도 팔자요. 언제는 내가 신중하다 하더만 형이 신중하네 그려"
둘의 대화에 미향이 시니컬하게 웃었다.
"오빠. 박중기 그 인간은 얼굴만 번듯하지 머리는 백치 같았단 말야. 길호 말대로 한 번
털어보자고요"
미향이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첨 있는 일이다.
허사장은 그의 사무실에서 분을 풀지 못해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의 앞에는 네 먕의 깍두기들이 피멍이 든 얼굴로 고갤 숙이고 있었다.
"등신같은 것들.....네 명이서 고작 한 놈을 당하지 못하고 얻어 터지고 와?"
"면목 없습니다 사장님.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덩치가 가장 큰 떡대가 입을 열엇지만 허사장은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시끄럽다 모두 나가있어"
허사장은 핸폰을 열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박형? 그려 나요."
"아, 말도 마쇼. 내가 신출내기 초짜에게 수억을 털렸소 그려"
"아. 그건 만나서 애기 합시다. 어디? 초류향? 알겟소 그럼 이따 6시에 봅시다"
중화 요릿집 초류향에서 만난 허사장과 박중기는 주문을 한 안주와 빼갈이 나오자
순식간에 한 병을 비웠다.
"천하의 허사장님이 듣보잡에게 수억을 날렸다뇨? 그거 실화요?"
"내가 방심햇을 뿐이오. 니기/미..."
"허허....방심은 무슨.....낚시라는 건 실력대로 가는 거 아니요? 졌으면 진거죠 뭐"
박중기가 배갈을 털어넣으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자 허사장도 쓰게 웃었다.
"그 시키가 5억짜리로 유혹을 하는데도 안 넘어오는 것 같으니 미치겄소 그려"
"어이구우..그만 하는 게 좋겠소. 본전 생각 하다간 패가망신....."
순간 박중기는 입을 다물었다. 너무 약올리는 것 같아서 허사장 얼굴이 붉다 못해
푸르댕댕 부풀어 오르고 있엇으니까.
" 근데 그 인간이 어디사는 누군데 그러쇼. 어디 나한테 연결 좀 해주시지요? 내가
허사장님 복수도 해주고 돈도 따면 반은 되돌려 드리겟소"
"이젠 끝난 것 같소. 전번도 바꿨는지 통화가 안되더라고요"
"그래요? 그거 이상한데요. 지능범한테 당한 거 아뇨?"
"지능범은 개/뿔.....진짜 초짜엿을 뿐이오"
"초짜에게 허사장님이 당했다면 더 이상한 거 아니요?"
'글쎄 그게......"
빼갈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두 사람은 강남의 고급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은 내가 허사장님 위로할테니 다 잊고 양주나 빨아봅시다"
박중기가 호기롭게 말하며 룸살롱 문을 열고 들어갓지만 따라 들어가는 허사장 얼굴은
여전히 부풀어 있었다.
"어이 마담. 오늘 귀한 손님 모셔왓으니 애들은 알아서 델꼬 오라고"
룸살롱 마담으로 보이는 삼십 초반의 여인이 밝게 웃으며 두 사람을 특실로 안내했다.
이런 고급 살롱은 일인 당 수백이 든다.
그리고 시중드는 여자들도 이십 초반에 중반으로 영게나 다름없는 여자들만 있는 법이다
박중기가 호기롭게 고른 네 명의 여자들은 두 명씩 박중기와 허사장 옆에 앉았다
이어서 최고급 양주와 안주가 나오자 박중기가 특유의 배우 목소리와 얼굴로 좌중을 웃기며
짐짓 거만을 떨어댔다.
허사장도 슬슬 분위기에 녹아들며 여자들이 따라주는 양주를 사양치 않고 받아 머셨다.
서울의 밤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네온싸인 불빛도 한 두게씩 꺼지고 낮동안 어지럽게 휘돌았던 허무한 발자국 소리들도
죽어가는 시각이었다.
서울의 그 많앗던 시민들이 다들 집은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거리는 한산해 지고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헤드라이터 불빛들도 올빼미의 밤 눈 만큼 작아지고 있었다.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박중기가 붙여준 여자와 호텔에 든 허사장은 어느새 낚시와 낙수는 잊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여자가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는 몸짓의 잔영과 물 떨어지는 소리 뿐이었다.
이윽고 여자가 타월로 몸을 가리고 나오자 허사장의 흑심이 고갤 들었다.
"야. 너 이름이 뭐라 했지?"
"장가연 입니다"
여자가 코맹맹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가연이.....나 오늘 괴로운 일 있었는데 다 잊을만큼 서비스 잘 해줘야 한다?"
"염려마세요 사장님. 홍콩으로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배시시 웃으며 타월을 던진 가연의 몸을 바라본 허사장이 탄성을 뱉었다.
"이야...너 몸매 죽이는구나. 역시 고급 살롱이라 다르구먼"
한 손은 허리에 얹고 한 손은 입을 살짝 가리고 웃는 가연의 몸짓에 허사장은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가연아 빨리 와라. 난 가만히 잇을테니 니 맘대로 한 번 해보라고"
허사장이 팬티를 벗고 침대에 벌렁 눕자 물침대가 파도처럼 요동을 쳤다.
하지만 허사장은 빼갈과 양주를 너무 마셨는지 아렛도리 물건은 아직 반응이 없었다.
가연이 물침대로 올라오더니 허사장의 몸에 오일을 발라주며 맛사지를 해주었다.
"으...음...."
허사장이 비음을 토해내며 몸을 꿈틀거렸지만 가연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가연이 허사장의 물건을 잡고 비벼주며 회음부를 지극하자 허사장이 엉덩이를 들었다.
뒤를 이어 허사장의 뜨거운 육봉이 뭔가 작은 동굴 같은 것에 넣어지는 느낌이 왔고
끈적한 것이 육봉을 한차례 쓸듯이 훓고 지나가자 허사장은 눈을 부릅뜨며 두 주먹으론
물침대를 움켜잡았다.
허사장의 육봉은 딱딱해져 있었지만 그것은 십센치가 넘을까 말까한 크기였다.
그래도 가연의 입과 혀는 허사장의 육봉을 정성껏 애무하고 있었다.
허사장이 못참겟다는 얼굴로 희번득히 뜬 두 눈은 천장의 생들리에를 응시한 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올라와, 올라와서 빨리 넣어줘"
그러자 가연이 허사장의 육봉에서 입을 떼곤 자신의 아렛도리에 허사장의 육봉을 집어
넣고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연의 엉덩이가 허사장의 배 위에서 상하좌우로 격렬하게.....때로는 약올리듯 슬며시
움직이며 허사장의 육봉을 희롱하자 허사장은 더 이상 못참겟다는 듯이 가연을
밑에 깔고 격한 엉덩방아를 찧어댔다.
호텔의 창문 밖 너머로는 이미 불빛들이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가연의 신음소리와 허사장의 거친 호흡소리가 서울의 밤을 잡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잇었다.
가연을 엎드리게 하고는 후배위 자세를 잡은 허사장은 두 눈을 치켜 떴지만 촛점은 잡혀
있지 않았다.
그저 본능적인 몸놀림만 있었을 뿐....
허사장이 격렬히 움직일 때마다 물침대는 파도처럼 춤을 추었다.
이윽고 허사장의 엉덩이가 한 차례 부르르 떨어대는가 싶자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는
가연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야. 어때? 나 좋았냐?"
가연이 힘겨운 표정으로 얼굴만 끄덕이자 허사장은 그제서야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곤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 등신.....토끼같은 놈이 꼴같잖게 좋았냐고 물어보기는'
장가연은 중얼거리며 일어나서 샤워실로 걸어갔다.
며칠 후에 다시 모인 낙수와 길호, 미향이는 박중기를 작업하기 위한 작전을 짜고 있었다.
"형. 박중기란 작자는 말 그대로 처가 덕이나 보는 한량에 다름 아니던데?"
"그리고 세컨도 잇을 껄"
미향이 시크하게 말하자 길호가 빙긋 웃었다.
"그것도 이미 다 조사했지. 박중기는 이제 막 떠오르는 김선희 라는 탈렌트를 세컨으로 두고
있더라고"
"그래? 그렇다면 작업하긴 그리 어렵진 않겟는데"
"이미 사진도 찍어놨으니 수작질은 못 할거야. 근데 웃기는 것은.....김선희는 자기 소속사
사장과도 그렇고 그런 사이더라고 킥..."
"그래서 내가 말햇잖냐. 연에계는 복마전 같은 곳이라고"
"근데 특이한 게 하나 있어"
"특이한 거?"
"박중기는 실내 낚시터가 아닌 노지에서만 승부를 하더구만"
'노지에서?"
"응 그것도 붕어만 따지는 게 아니라 피라미든 뭐든 많이만 잡는 쪽...그러니까 낙아올린
마리수로 결판짓는 방법만 하더라고"
"허어...마리수라고?"
"그렇다니까. 전형적인 허풍선 같은 작자지"
"그렇다면 밥인데....그런 작자는 묵찌빠 미끼도 필요 없이 실력대로만 해도 잡겟는데"
"그렇다니까. 자신을 과시하는 그런 작자는 조금만 띄워주면 헬렐레 하는 습성이 잇으니까"
"좋아. 이제부터 박중기를 턴다. 그래도 모르니까 미향인 수시로 박중기에 대해 알려주고
길호 넌, 박중기 처가쪽을 조금 더 조사해줘. 처가쪽 과의 관게나 약점 같은 것...
"그래야겟지. 그건 나한테 맡기고 박중기는 압구정동에 있는 제일 휘트니스 센터에
나가고 잇으니까 거기부터 등록해 두고..."
낙수는 베란다에서 담배 하나 빼어 물곤 회색 빌딩들로 채워진 서울의 거리를 내려다 보앗다
회색의 도시에서 회색의 인간들이 저마다 아우성을 치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 시키려고
날마다 몸부림 치는 곳이 서울이란 땅이었다.
사람들에게 한시라도 잊혀지는 게 두려운 회색 인간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고
불법이든 부정이든 편법이든 닥치는 대로 움직이며 양심을 팔아 먹고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약자를 짓뭉개고 밤의 거리를 지배하기 위해 용을 써대고 있었다.
서울의 불야성은 그런 약자들의 눈물과 피와 땀을 먹고 자란 도시라는 걸 깨달은 낙수에게
가진자들의 횡포와 불의는 투지를 일깨우는 촉진제가 되고는 했다.
' 그래. 이 회색의 밤거리를 언젠가는 내가 지배하고 말거다. 영혼을 팔아 먹고 거짓의 성을
쌓아두고 희희낙락 하는 너희들에게 보여줄테다. 참과 거짓의 의미와 사기와 장의의 진면목이
어떠한지를 똑똑히 보야주고 말테다'
상념에 잠긴 낙수의 그런 모습을 미향인 애처롭게, 그러나 묘한 감정을 담은 눈길로 바라보앗고
그런 미향의 얼굴을 본 길호는 자신이 심장이 빨라짐을 느끼곤 소리없이 한숨을 뿜어내었다.
또 서울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촛점 없는 마네킹들이 형형색색의 옷들을 입는 시각이면 회색 인간들을 자처하는 무리들은
외국산 물건들로 몸을 한 껏 치장하고는 외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서울 자체가 이미 커다란 복마전 이었다.
낙수는 다시 담배 하나를 빼어 물곤 깊은 상념에 잠겨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