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즐비해 동부산권의 눈부신 발전을 잘 보여주는 해운대구 마린시티(위 사진)와 서민층 노후 주택이 밀집해 서부산의 쇠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구 아미·충무동과 영도구 일대. 김경현 기자
부산일보 / 2014.03.19. / 김백상·조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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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잘 사는 강남과 쇠락한 강북의 지역차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면, 부산에는 동부산과 서부산이 있다. 부산의 동쪽은 화려하게 발전했으나, 상대적으로 서쪽은 쇠퇴한 늙은 도시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동·서부산의 인프라 차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산시도 여러 대책을 마련, 서부산의 경우 잇단 개발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 동·서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부산에 대한 동경과 서부산에 대한 나쁜 선입견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 등의 노력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동·서 왜곡된 선입견과 지역 격차
발전하고 잘 사는 동부산의 대표적 이미지는 해운대구가 주도한다. 해운대의 옛 이미지는 허허벌판과 한적한 어촌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해운대가 지금처럼 급성장할 것을 예상하는 이가 드물었다.
심각한 동서 격차
여전히 현재진행형
'낡은 서부산' 선입견
격차 해소 걸림돌
동부산 몰림 현상이
원도심 공동화 낳고
격차 더 벌어지는
악순환의 무한반복
'신낙동강 시대' 열어
서부산 발전 견인
산업적 개발 더불어
중산층 유입도 필수
1996년부터 부산 최초의 계획 신도시인 해운대신시가지 입주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부유층과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동부산이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2003년 광안대교 개통,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와 누리마루 건립, 2006년 영상 등 첨단산업 중심의 센텀시티 준공과 마린시티 완공 등이 이어졌다.
더욱이 중구 남포동에서 시작돤 부산국제영화제(BIFF)마저 2002년부터 해운대에서 분산 개최되더니 2011년부터는 아예 해운대 위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부산의 부(富)와 미래형 사업, 문화예술·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무게중심이 동부산으로 쏠린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부산권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센텀시티가 '굴뚝 없는 첨단공장'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이 서부산권은 쇠퇴한 공장과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비교됐다. 마린시티 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부각될수록 서부산권은 문화·교육 등의 소외지역으로 인식됐다. 2010년 사상구 덕포동에서 발생한 '김길태의 여중생 살인사건'은 서부산이 치안공백·우범지역이라는 선입견에 쐐기를 박는 격이었다.
동·서부산에 대한 인식 차이 탓에 경제적 여건만 허락되면 서부산을 떠나겠다는 지역민들이 늘었다. 서부산 기피현상은 원도심 공동화를 낳고, 다시 동·서 격차가 커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그 결과의 단적인 예가 학력차이다. '2013학년도 수능 고교별 성적자료' 분석결과, 상위 30개 고교(특목고 등 제외) 중 서부산권 고교는 단 6개(20%)에 불과했다. 반면 하위 30개교는 16곳(53.5%)이나 됐다. 부산진구와 사상구를 기준으로 동·서로 구분했을 때 동부산권의 백화점 규모 대규모 점포 수는 45개, 서부산은 17개로 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등 소비문화에서도 동·서 격차가 많다.
■신낙동강 시대,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차기 부산시장은 이 같은 격차를 줄여 서부산권에 '신낙동강 시대'를 열어야 한다. 부산이 균형적으로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 좌·우 양 날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서부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세워지고 변화의 기류도 느껴진다. 2009년 강서구의 개발제한구역 3천300만여㎡가 해제돼 개발붐이 일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간 수십조 원이 강서지역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부산연구개발특구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 승인을 받아 사업이 순항 중이다. 부산신항 배후연결도로,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신항~북항 연결도로 등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2012년 사하구에 부산일과학고가 들어서면서 우수 학군 조성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같은 해 북구 화명신도시 입주로 젊은 층을 수용하는 주거단지도 조성됐다.
그러나 여전히 서부산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대체적인 평가다. 낙후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산층 이상의 시민 유입이 활발해져야 하는데, 현재 서부산권 개발은 산업적 측면에 맞춰져 있다는 것.
신라대 김영일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에코델타시티는 서부산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신도시가 돼야 한다"며 "초고층 이미지의 동부산 주거단지와 다르게 낙동강 등과 연계된 웰빙형 수변 주거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문화와 소비 등 복합적인 주거요소들이 확충돼야 서부산권 이미지가 개선되고 실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항만 등 대규모 개발사업은 직접적으로 지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은 만큼 낙동강 주변 비환경적인 산업단지를 외곽으로 이전하고 낙동강을 중심으로 주거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도 거론된다. 이를 바탕으로 서부산권을 긍정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상징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선임 연구위원은 "삶의 질과 생활이 나아졌다는 상징적인 이벤트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며 "세계적인 행사로 성공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사상 강변공원에서 한 번 개최하는 등 서부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을재생사업으로 원도심 활기 '팡팡'
부산일보 / 2014.03.19. / 조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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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도심 마을재생사업의 우수 모델로 꼽히고 있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김경현 기자
최근 부산의 오래된 동·서 격차를 해결할 방안의 하나로 중·동·서구 등 원도심을 포함한 서부산권에서 마을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하지만 성공적인 마을재생을 통해 서부산이 발전하고 지역민들의 삶이 나아지려면 주민공동체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예산을 따서 투입하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삶터, 쉼터, 일터가 공존하는 마을재생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 및 주민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관이 예산을 어렵게 확보해도 구심점이 없어 지역민들이 자금을 어떻게 써야할지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가 서부산권 마을재생에 주목하는 것은 서부산권의 전반적인 인구 감소추세와 맞물려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 평균 인구가 0.2% 감소할때 서부산권은 1.3%나 줄어들었다. 특히 북구는 3.5%가 감소했고, 사하·사상구가 각각 2.6%, 2.3% 줄어들었다. 인구 감소로 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폐·공가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교육 환경 및 역량의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이 때문에 시는 마을재생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또 전문가들은 불균형적인 마을재생사업에 우려를 표시한다. 지나치게 관 주도여서 마을 주민은 배제되기도 하고, 지역민에게만 맡겼다가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광객들이 몰리는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마을재생의 모범으로 제시되다 보니 대부분 사업이 지역적 특성이나 현지 주민들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관광에 초점을 맞춘 재생사업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서부산권 마을재생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지역의 문화·역사가 살아있고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마을마다 공동체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