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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둘레길 제1코스 구간 답사에 나선 개척단원들이 울주군 신불산 아래 숲길을 지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영남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쉼터이며 '영남의 허파'라 불리는 '영남알프스'에 명품 둘레길을 열겠다는 당찬 포부를 선언한 '국제신문 영남알프스 둘레길 개척단'의 첫 걸음은 이곳 일주문 앞에서 시작된다. 독수리의 기상을 품은 영축산의 웅장한 자태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일주문을 향해 잠시 무탈한 소임 완수를 위한 기원의 시간을 갖는다.
경남 양산과 밀양 울산 울주와 경북 청도 경주에 걸쳐 있는 영남알프스의 수백 갈래 길을 아우르는, 좁지만 큰 길인 '둘레길'의 제1코스는 양산 통도사에서 울주 작천정에 이르는 14.5㎞ 구간이다.
제1코스는 서쪽으로 우뚝 솟은 영축산 신불산 주능선과 그 아래 수많은 골짜기와 암릉, 폭포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걷는 풍광 좋은 길이다. 천년고찰의 향취와 선사시대 유적에 얽힌 설화, 고려 충신 정몽주와 울주 선비들의 발자취가 깃들어 있고 자수정 동굴 광산 일꾼들의 땀냄새가 배어 있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아픔과 미래의 발전을 가늠케 하는 산업현장이 서로 얽혀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시간의 길'이라 불러도 좋겠다.
▷ 800리 대장정 통도사 일주문 기점 삼은 원점회귀
여정은 통도사~통도환타지아 뒤~지내마을 당산나무~방기리 알바위~방기뒷산(산불초소)~삼성SDI 뒤편 도로~포플러 나무~대나무 숲길~아리랑릿지 등반로 입구~장제마을 노거수~가천리 회관~능선 오거리 갈림길(신불재, 삼봉능선 등반로 입구)~가천저수지~아롱당(啞聾堂) 앞~한우 축사 사잇길~배밭~묘지~신불 공룡능선 등산로 입구~자수정동굴나라 대형 주차장~319m봉(일명 백암산)~작천정~인내천 바위 입구 순이다. 4시간이면 적당하다.
통도사 일주문을 뒤로 하고 걸으면 왼쪽에 에쿠스모텔. 모텔 앞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주차장 뒤로 오룡산에서 시살등 함박등을 거쳐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능선이 펼쳐져 있다. 3분 후 T자형 삼거리에서 왼쪽 대명파크 앞을 통과한다. 곧 버스정류소를 지나 50m만 더 가면 지산마을 앞 삼거리. 우측 순지리 지내마을 방향으로 꺾으면 통도환타지아 주차장이 보인다. 이어지는 모단 버스정류소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 200m쯤 걸으면 400년 된 소나무인 지내마을 당산나무가 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동민들이 해마다 제사를 모셔 왔던 나무다.
'방기리 알바위' 유적지의 알바위 모습이다. |
당산나무를 지나 200m쯤 가면 왼쪽에 영축산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이 지점을 지나면 낙동정맥을 가로지르는 셈이 된다. 곧바로 울산 울주 땅이다. 정확히 말하면 삼남면 방기리. 7분 후 '방기리 영축사' 입간판이 있는 사거리에서 정면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산의 산불감시초소를 보며 직진한다. 5분 후 작은 미용실 근처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보광사 방향으로 튼다. 보광사 앞에서 하천을 건너지 말고 7분 정도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면 포장로가 나오는 삼거리 건너편에 야트막한 솔숲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선사시대부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간신앙 성격의 기도처로 알려져 있는 '방기리 알바위' 유적이다.
삼거리를 가로질러 만나는 알바위 유적지에는 둥그스름한 수십개의 크고 작은 바위가 흩어져 있다. 바위마다 지름 5~15㎝ 크기 반원형 구멍이 5~30여개씩 새겨져 있다. 예부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며 작은 돌로 문지른 탓에 생긴 흔적들이다. 천전리 각석, 반구대암각화 등과 동시대인 청동기 유적으로 파악되는 방기리 알바위는 울산시기념물 제10호로 지정돼 있다. 아들을 낳지 못한 부녀자가 작은 돌을 계속 문질러 그 돌이 '성혈(性穴)'이라고 불리는 작은 구멍에 붙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설화가 재밌다.
▷ 방기뒷산서 내려서는 눈 덮인 밤나무길 고즈넉
통도사에서 둘레길 개척단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알바위 안내판에서 다리를 건너면 방기구판장. 다시 보광사 쪽으로 되돌아간다. 보광사 앞에선 오른쪽 1시 방향으로 열린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민가의 키 큰 목련, 엉개나무 등이 운치를 더한다. '사사문(思思門)'이라 적힌 재실을 끼고 우측으로 튼다. 농로를 따라 5분이면 '영스마린'이라는 업체 뒤 포장로와 만난다.
좌측 밭길을 건너가야한다 큰길로계속가다 좌측으로 올라올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그널이 훼손된건지 찾기가 너무 어렵다.>>
정면 산 쪽으로 난 흙길로 들어선 후 우측으로 산자락을 감아돌면 2분 후 양지 바른 곳. 잠시 쉰다. 이제 왼쪽 오르막 산길을 탄다.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금세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방기뒷산 정상.
<산불감시쪽 반대 밤나무길로 내려선다>
울주군 삼남면 방기리 알바위 유적을 답사 중인 개척단. |
독수리 부리를 닮은 영축산 정상과 그 우측 금강골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금강골은 에베로릿지 아리랑릿지 쓰리랑릿지 등의 암릉과 금강폭포 가 어우러져 금강산의 축소판을 연상케한다. 금강골을 보면서 왼쪽으로 살짝 내려선 후 안부에서 우측 2시 방향 밤나무밭 사이길로 접어들면 고즈넉한 영남알프스 둘레길의 정취가 더욱 짙어진다. 예비군 사격장을 지나 만나는 작은 연못은 추운 날씨 탓인지 꽁꽁 얼어붙었다. 연못 직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는다. 주변에는 조림목들이 가지런하다. 철조망 문을 비켜 통과하면 삼성SDI 공장 뒷편 도로. 왼쪽으로 꺾어 200m쯤 가니 사격장안내판이 있다. <<계속직진이다>>우측으로 꺾은 후 공장 출입문 앞에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름드리 소나무 터널을 지나면 키 큰 포플러나무가 도열해 있다. 두번째 나무를 지나 만나는 '가천금사길 208-1번지' 민가 앞에서 우측으로 꺾은 후 이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번엔 운치 그윽한 대숲길이다.
울주 자수정동굴나라 부처바위 아래 수정광산 동굴. |
3분 후 염승테크 앞 삼거리는 신불산 아리랑릿지 등반로 들머리 역할을 하는 곳. 왼쪽 금강골의 금강폭포가 꽁꽁 얼었다. 금강폭포는 유명한 빙벽등반장이다. 우측 포장도로를 따른다. 수령 100~150년 된 장제마을 노거수(느티나무)와 어느 방향에서 봐도 똑같이 동그랗다는 고장산(321m) 아래 안락국사(安樂國寺)를 지나 가천리회관 앞에 이르기까지 15분쯤 걸린다. 회관 앞 갈림길에서 '신불산 불승사' 표지판 방향인 왼쪽 마을 안길로 들어선다. 약간 오르막이다. 능선 5거리에서는 정면의 운진사 표지판 옆 비포장 임도로 들어선다. 작은 언덕을 휘도는 한적한 흙길이다. 10분 후 포장로 만나면 왼쪽으로 크게 꺾는다. 우측에 '꽃내음'이라는 음식점이 보이고 가천저수지가 반긴다. '꽃내음' 앞에서 왼쪽 도로를 따른다.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노니는 저수지를 우측에 끼고 걷는 길. 쉴 만한 의자라도 몇 개 있으면 참 어울리겠다. 수양버들 가지가 수면에 다을락말락한다. 5분 뒤 작은 다리를 건너 우측의 은진 송씨, 밀양 박씨 재실인 '아롱당' 쪽으로 튼다. 다리 건너 직진하면 소가천마을의 축사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를 수 있지만 아롱당 앞을 거쳐 저수지를 휘도는 길이 좀 더 운치가 있고 걷기에도 좋은 흙길이어서 이 길을 택한다.
▷ 작천정 앞 너럭바위 '술잔 구멍'에 청정 계곡물 넘쳐
영남알프스 둘레길 제1코스 종점인 작천정 앞 너럭바위. |
재실인 아롱당 앞에서 바라본 가천저수지의 물비늘이 참 곱다. 저수지 갓길을 따라 3분쯤 더 가면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의 완만한 골짜기로 통하는 길을 택한다. 완만한 오르막 흙길이 포근하다. 15분 후 무덤을 지나고 좀 더 오르면 능선 사거리.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소가천마을로 가는 길이지만 우측의 계곡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작은 계곡을 지나자 공동묘지. 묘지를 지나자마자 신불산 공룡능선 등산로 입구 삼거리. 왼쪽은 공룡능선을 따라 신불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우측 넓은 길로 간다. 잠시 후 눈앞에 자수정동굴나라 전경이 펼쳐진다. 도로를 건너 동굴나라 윗쪽 길을 따라 대형주차장으로 간다. 왼쪽으로는 간월산 밝얼산 상운산 문복산 고헌산 등 영남알프스의 또 다른 봉우리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주차장에 닿기 전 중간쯤 우측에 작은 동굴이 하나 있다. 자수정을 캐던 동굴인 듯싶다. 대형주차장 입구에서 원래 진행방향은 직진. 하지만 틈을 내서 대형주차장을 가로지른 후 왼쪽으로 가 보자. 오래전 자수정 채굴 인부들이 안전을 기원하며 제를 지냈다는 부처바위가 있다. 내친 김에 우측 계단으로 내려가 자수정동굴 유적을 둘러보자. 다시 대형주차장 입구로 돌아온 후 왼쪽(당초 진행방향에서 보면 직진한 셈)으로 튼다. 50m쯤 가서 도로를 버리고 정면 작은 언덕으로 오르는 산길을 탄다. 능선을 따르며 가건물 앞을 지나면 319봉 정상. 누군가 '백암산'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제 내리막길. 중간 전망대에선 제2코스의 봉화산과 대머리바위, 언양읍내가 확인된다.
작괘천 변 오솔길에 닿으면 일단 왼쪽으로 꺾는다(단, 폭우로 하천 물이 불었을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틀어 안전하게 다리를 건널 것을 권장한다). 2분쯤 가면 콘크리트 제방을 만난다. 작괘천 건너 좌로 100m쯤 가면 고려 말 포은 정몽주가 유배 때 책을 읽었으며 조선 세종때 울주 언양 일대 선비들이 임금을 흠모하며 지었다는 작천정(酌川亭)이 있다. 작천정의 진수는 정자 아래 하얗고 널따란 너럭바위다. 간월산에서 발원한 작괘천 물이 오랜 세월 동안 흘러내려 파인 너럭바위의 크고 작은 구멍들이 신비감을 더한다. 바위의 동그랗게 파인 구멍들이 술잔을 닮았다고 작천정이라고 했던가.
계단을 올라 작천정 위 도로에서 우측으로 꺾어 화장실을 지나 1분쯤 가면 왼편에 인내천바위 입구가 보인다. 볼거리 많고 이야깃거리가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둘레길 제1코스의 종점이다.
# 떠나기 전에
- 구제역에 고통 받는 축산농가 살피며 걷기를
영남알프스 둘레길 제1코스는 길 걷기를 즐기는 그 어떤 여행자라도 가슴이 벅차 오를만한 아름다운 길이다. 하지만 개척단 입장에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길 가의 풀 한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꺾거나 훼손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개설 초기 일부 비양심적 순례객들의 훼손 행위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 갈등까지 빚었던 타 지역 둘레길의 시행착오를 영남알프스 둘레길에서 만은 되풀이해서는 안되겠다. 더구나 일부러 키운 묘목이나 정원수, 과실 등은 절대 건들지 말자. 또한 제1코스 주변에는 농장과 한우 축사가 제법 많다. 최근 구제역의 기승으로 축산농가의 시름이 어느 때보다 깊다는 것을 알고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이 축산농가 주변에서는 소란스럽지 않게 특히 조심하며 걸었으면 싶다.
걷고 나면 출출해 지기 마련. 제1코스 종착점인 인내천 바위 입구에서 일명 '언양 벚꽃터널길' 사이로 5분쯤 걷다보면 우측에 '옹심이 칼국수' 울산 언양점(052-263-2550)이 있다. 따뜻하고 구수한 다시국물에 메밀로 뽑은 면과 감자 옹심이 또는 만두를 넣은 칼국수 맛이 썩 괜찮다. 메밀배추전과 옹심이 동동주 한 잔을 섞어도 길 가는 나그네에게는 꿀맛이다.
# 교통편
- KTX울산역 통해 서울서도 약 2시간만에 도착
둘레길 제1코스의 출발점을 양산 통도사로 잡은 것은 불보사찰로서의 상징성과 역사성도 있지만 특히 교통편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부산에서 이동할 경우 부산도시철도 1호선 명륜동역 앞에서 새벽 5시32분부터20~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언양행 버스를 타고 통도사 입구에서 내린다. 또 지난해 완전 개통된 KTX 울산역을 이용하면 수도권 시민들도 2시간30분만에 통도사 일주문까지 도착 가능하다. 울산역 앞에서 새벽 5시2분부터 25~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13번 버스를 타면 30분만에 통도사에 닿는다. 1코스 종착점인 작천정 인근 인내천바위 앞에서는 2~3시간 간격으로 언양행 버스가 운행되지만 기다리기 지겹다면 35번 국도까지 10분만 걷자.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부산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자가용 이용자의 차량 회수때도 이 방법을 쓴다. 자가용 이용자는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에서 내려 35번 국도를 타고 통도사 방향으로 좌회전, 1㎞쯤 가다가 통도사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일주문 오른쪽에 넓은 무료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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