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서점, 1956년 문구점 영업과 함께 문 열어
세미나실 등 다목적공간으로 소통하는 문우당서림
[여행스케치=속초] 산과 바다를 찾아 속초를 방문하던 사람들이 어느덧 도심 한복판 서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속초에는 유명한 서점이 많다. 북스테이를 겸한 서점,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점, 리뷰 달아주는 서점 등 저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어 속초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에라도 한 번씩 들르게 된다.
속초 교동에 자리 잡은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은 속초 내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점으로, 언론 매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점이라고 해서 다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을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두 서점 다 새로 지은 단독 건물을 바탕으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 쾌적하면서 세련된 면모로 고객을 맞이한다. 두 서점은 속초 시내 한복판에 나란히 위치해 한걸음에 방문하기에도 좋다.
3대를 이어온 공간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3대가 대를 이어 영업하는 서점으로 1956년 세워진 ‘동아문구사’를 전신으로 한다. 책방이면서 문구점을 겸하던 이곳은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시절’을 두 눈으로 목도한 곳이다. 인터넷은커녕 딱히 읽을거리 없던 그 시절 신간 잡지와 서적은 속초시민의 낙이었다.
출판계 최대 불황기라는 이 시점에도 동아서점이 꿋꿋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서점의 외관을 다듬고, 책의 종수를 늘린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 진열된 서적만 5만 권. 이 서적들은 의미 없는 입고를 통한 것이 아니라 주인장 김영건 씨가 심사숙고해 한 권 한 권 주문한 것이다. SNS와 신문 리뷰를 참고해 엄선에 엄선을 거듭한 책들로만 채웠다.
또한 동아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묘미를 최대한 살려 ‘편집 진열’의 묘를 발휘했다. 표지의 컬러를 통일하는가 하면 제목이 연결되도록 했다. 소위 ‘깔맞춤’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방문객들이 편하게 책을 읽다 갈 수 있도록 밝은 창가에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한 점도 눈에 띈다. 실내 중앙에 푹신한 소파를 두어 도무지 서점인지 카페인지 헷갈리게 만든 건 어떤가.
그 외에도 구석구석 아이디어와 재치가 반짝인다. 책장 사이에 올려둔 돌 하나에 주인장의 배려가 깃들어 있다. 서진을 대신하는 작은 차돌 때문에 그냥 지나칠 것을 무심코 읽게 된다.
어린이 코너에는 귀여운 모빌을, 도시탐구생활 섹션에는 빌딩 미니어처를 놓아두었다. 주인장이 어린 자녀를 둔 부부라 그런지 아동 코너의 꾸밈새가 각별히 정성스럽다. 기린 모형의 목각조형물이 시선을 끄는 가운데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젊은 층이 유난히 눈에 띈다.
출입구에는 동아서점의 지난 역사를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흑백사진 속 옛 동아서점의 모습이 정겹다. 깡통치마를 입은 계집아이가 동아서점으로 들어서고 있는 사진이다.
전쟁 직후 물자가 부족한 시절에도 그들은 책을 읽었다. 그것은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속초의 위상에 걸맞은 모습일 뿐만 아니라 무소불휘 인터넷 권력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독서가’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에 리뷰 달아주는 서점 ‘문우당서림’
동아서점에서 1분 거리에 문우당서림이 있다. 속초가 결코 작지 않은 도시이긴 하지만 속초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두 곳이 나란히 자리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문우당서림의 역사도 결코 짧지 않다. 88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1984년 이민호 대표가 그 역사를 열었다. 10평 공간에서 출발해 지금은 2층짜리 단독 건물에 둥지를 틀고 있다.
속초 8만 시민 가운데 3만 명이 문우당서림 회원이라고 한다. 이 같은 신뢰는 결코 짧은 시간에 얻어진 게 아닐 것이다.
문우당서림에 들어서면 남다른 인테리어 솜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외국의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꾸밈새는 이민호 대표의 따님인 이해인 디렉터의 솜씨라고 한다.
이해인 디렉터는 자신이 읽었던 좋은 글귀를 모아 벽면을 완성했다. 평대에 놓인 책마다 한 권 한 권 리뷰를 다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사랑의 몽타주>라는 책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 있다.
“그런 글들이 있습니다. 읽는 순간 내가 느낀 감성과의 첫 만남을 잊고 싶지 않아, 아끼는 노트에 가장 반듯한 글씨로 힘을 주어 옮겨 적고 싶은...”
마치 주인장의 마음을 읽는 듯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해인 디렉터는 공간을 구성하는 외적인 부분은 물론 전시기획전, 문화 활동, 교육콘텐츠와 같은 소프트웨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자체 매거진 ‘마음, 이음, 다음’도 꾸준히 발간 중이다.
문우당서림은 책과 사람, 공간의 비중이 1:1:1로 잡는다. 책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공간이 만나야 하며, 공간과 책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이에 문우당서림은 다목적 공간인 ‘공간’을 두어 강의와 세미나실로 제공 중이다. 공간 예약이 없을 때는 시민들이 편하게 독서 공간으로 이용한다.
책을 골라 계산대로 가니 문우당서림 안주인 이윤희 씨가 마음에 드는 태그를 선택하라고 안내한다. 스티커 태그에는 문우당서림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머무르지 않아도 그냥 그 리듬이 좋을 때가 있었지’라는 글귀처럼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녀가게 되는 문우당서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