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98]행초서=滕王閣 (등왕각)
滕王閣 (등왕각)
왕발(王勃)
滕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
佩玉鳴鑾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
畫棟朝飛南浦雲 화동조비남포운
朱簾暮捲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
閑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이 일유유
物換星移度幾秋 물환성이도기추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류
높은 등왕각이 강가에 솟아 있어
패옥과 명란소리가 요란했건만 지금은 가무도 그쳐 있네.
채색한 지붕의 용마루엔 아침에 남포의 구름이 날고
구슬 발은 저녁 때 서산의 비 때문에 걷어 올리네.
한가한 구름은 못 속에 잠기우고 해는 유유히 지나가는데
만물의 변함과 세월의 흐름이 몇 해를 지냈는가?
이 누각 안에 있던 황제의 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난간 밖의 긴 강은 부질없이 저절로 흐르도다.
* 滕王閣 등왕각=당나라 등왕이 지은 누각
* 佩玉 패옥=사대부들이 허리에 차는 옥
* 鳴鑾 명란=수레에 다는 방울
당나라 고조의 아들이자 이세민의 동생인 등왕 이원영이 지은
등왕각이 당시에는 귀인들이 모아들어 씨끄러웠는데
지금은 조용하고 자연만은 그대로인데 황제의 아들 등왕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내용의 시입니다.
이 시는 왕발의 명문 '등왕각서'의 말미에 결론적으로 함축하여
등왕각을 읊은 시라고 합니다.
이 시의 저자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왕발도 6세에 글을 지었고 관직을 전전하다 왕의 심기를 건드려
파면당하고 다시 관직에 나섰으나 재주를 믿고 오만하여
질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와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왕발이 아버지를 찾아 월남으로 떠날 때 홍주 도독 염백서가
등왕각을 보수하고 연회를 열어 사위 오자장의 글재주를 자랑하려 했다.
그래서 유명한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고 중수한 등왕각에 걸 글을 짓는
현장을 연출했습니다. 물론 사위 오자장과 짜고 친 것입니다.
이후 연회석에 지필묵을 두고 글을 지어 달라 하니 내빈들은 겸양했습니다. 아지만 왕발이 나타나 등왕각서를 씁니다.
분노한 염백서도 하인을 시켜 한 수 한 수 듣더니 이내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더불어 가지런히 날고,
가을 물은 긴 하늘과 함께 길이 한 빛이다" 란 구절에선 감탄합니다.
참고로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글을 다 쓰고 강가로 갔다고 합니다.
이에 염백서가 사위 오자장이 문명을 날릴 수 없을 것을 걱정하고
왕발을 체포해 오라 했습니다.
그러다 부하들이 말려 노여움을 풀고, 왕발의 글을 읽으니
참으로 명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에 한 글자가 비어있으니
다시 잡아오라고 합니다. 이때 사위 오자장이 사례비를 주고
글자를 알아오자고 하고는 왕발에게 가 물어봅니다.
이에 왕발은 오자장의 손바닥에 글을 써주고는 염백서가 보고
난 후에 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내 도착해 보니 손바닥에는
아무 글도 없었습니다. 분노한 염백서가 다시 왕발을 잡아오라고
할 때 깨달은 오자장이 공空을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문장이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류입니다.
이후 배를 타고 가던 왕발은 폭풍을 만나 배가 뒤집혀 죽으니
그의 나이 29세였다고 합니다.
참으로 짧고 굵은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조조가 아끼던 참모이자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안 좋고
일찍 죽었지만 그 천재성만큼은 돋보였다는 곽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젋은 천재와 나이 든 범재가 승부를 겨루면 누가 이기게 될까요?
물론 전 시의 장구령은 젋어서 천재 늙어서도 천재였지만 말입니다.
그의 청운의 뜻이 이러한 일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羽調叱音 / 藤王高閣 ( 등왕고각 ) - 왕발(王勃)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이며 문장가였던 왕발(王勃)이
등왕각서(謄王閣序)라는 글을 지었는데,
그 글의 마지막 부분을 발췌하여 사설로 엮어 만든 시조임
藤王高閣이 臨江渚하니(등왕고각이 임강저하니)
藤王高閣 옛날 등왕이 세운 높은 누각이
臨 임하다, 굽어보다 江渚 강가
옛날 등왕이 세운 높은 누각이 강가를 굽어보고 있는데
佩玉鳴鑾 罷歌舞라(패옥명란 파가무라)
佩玉 관복의 좌우에 길게 늘여 차는 옥, 곧 장식품
鳴鑾 수레에 달고 다니는 방울의 소리 罷 그치다
그 때 한창 흥청대던 귀족들의 패옥 소리, 수레의 방울 소리,
그 때 기녀들의 노래와 춤은 다 그치고 어디로 갔는가
畵棟朝飛 南浦雲이요(화동조비 남포운이요)
畵棟 곱게 단청한 기둥 朝 아침 飛 날다
단청 고운 기둥에는 아침이면 남포의 구름이 날고
珠簾暮捲 西山雨라(주렴모권 서산우라)
珠簾 구슬을 꿰어 꾸민 발 暮 저녁 捲 걷어 제치다
주렴을 저녁 때 걷으니 밖에는 서산의 구슬픈 비만 내린다
閑雲潭影이 日悠悠하니(한운담영이 일유유하니)
閑雲 한가로운 구름 潭影 연못에 비치는 그림자
한가로운 구름, 연못에 비치는 그림자는 날로 유유한데
物換星移 度幾秋오(물환성이 도기추오)
物換 인물이 바뀜 星移 성상(星霜)이 옮김, 일년의 세월이 옮김
度 건너가다 幾秋 몇 번의 가을
인물이 바뀌고 성상이 옮기기를 몇 번의 가을이 건너 갔는가
곧, 세월이 몇 해나 지나 갔는가
閣中帝子 今何在오(각중제자 금하재오)
帝子 등왕각을 세운 주인공, 곧, 등왕을 가리킴
등왕각을 세운 그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檻外長江이 空自流이런가(함외장강이 공자류이런가)
檻外 난간 밖 空自流 하염없이 흐른다
난간 너머 긴 강물만이 하염없이 흘러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