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아저씨 합창단과 밴드]
친구가 저녁에 음악공연이 있는데 갈 라냐고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사진출사도 펑크 나서 잘 됐다 싶어 무조건 오케이 했다.
장소는 연세대학 백주년기년관, 저녁 8시에 시작이라고 해서 6시도 안돼서 출발했다.
공연은 촬영 허락이 잘 안되 연습장면이라도 담아볼까(자세는 기특하다?)하고 …….
퇴근시간과 맞물려 한강대교를 건너가는데 꽤 시간을 허비하고
번질나게 돌아다니던 신촌지역을 들어섰다.
벌써 땅거미가 지고 교정은 어둠에 휩싸였는데 웬 학생들은 그리 많이 나오는지~
시험기간이라 공부들 하다 나오나?


공학관 지하에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앞에서도 음악공연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아~ 가을 축제 기간이구나~

백주년 기념관을 올라가는데 젊은 열기가 훅 느껴진다.
허구한 날 50이 다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니 신성한 공기가 필요 했나 부다.
올 만에 느끼는 젊음이 충만한 교정의 기운들~
바로 이거야~~~
40대 후반의 아줌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즐겼다.
남학생들이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둘러멘 꼴을 보고 교정 축제 스태프인 줄 알고 부러워한다.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야, 이눔들아 도와주면 황송하쥐.....ㅋㅋ


오늘 공연은 서울 숭실고등학교 66회 졸업생 합창단인 26명의 숭실더블식스 남성합창단의 공연이었다.
난 친구 남편이라도 출연하나 하고 미리 공연장안에 삼각대 받쳐두고 촬영준비 스텐바이 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 왈, 동네 친구가 표줬어 가서 보라구!
뭐? 이런 가시네가 있나, 쪽 팔리게~
그러고 보니 울 남편이나 친구 남편이나 지방학교 출신들이였다........ㅋ

숭실고 66회 동기인 탤런트 최종환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식권 딸랑 두 장 받고 사회 보기는 첨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맛깔나게 진행을 해 주어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지휘,바리톤-심재완(66회)]
창단한지 13개월 된 40대 후반의 남성합창단은 이것이 첫 번째 공식 데뷔 무대였다.
각자 가진 직업이 있고 처한 상황이 있어 함께 모여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지만
내용은 어느 합창단 보다 충실하게 세계의 가곡과 우리의 민요를 넘나들며
멋들어지게 청중을 휘어 잡았다.

[숭실고 66회 동기인 테너 이동현]

[메조소프라노 고은정,바리톤 심재완]

아내와 함께라는 코너를 마련
합창단원의 아내 되시는 분들이 함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와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합창해 주었다.


찬조 축하공연으로 같은 동기생들 밴드인 수레바퀴의 공연도 좋았다.
이 밴드도 11월에 첫 데뷔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내 남편들을 보는듯해 공연 내내 완전 몰입해서 공연을 즐겼다.
저 나이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소외될 나인데 우정도 다지고 건전한 여가선용도 하며 자신들의 삶을 윤택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스스로 만들어 가고들 있으니 부러울 뿐이다.
우리남편도 저런 취미 활동이라면 적극 밀어 줄 텐데 말이다,
라스트로 나어떻해, 아침이슬 .사랑은 꽃보다 아름다워 등이 울릴 때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합창으로 함께하는 멋진 마무리가 펼쳐졌다.
남의 잔치에 가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왔지만 같은 또래들의 공연이여서
내 남편, 내 동창들을 보는 듯 두 시간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기다 왔다.
출처 : 다음카페 / 신록둥이의 작은 이야기 (여행을 좋아하는 줌마의 소소한 이야기) / http://blog.daum.net/886462/201
첫댓글 멋진분이시네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훈훈한 감동의 글입니다..
내년에는 정말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나도 조금전 봤는데 단장님이 긁어 오셨네요...
'저 나이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소외될 나인데 우정도 다지고 건전한 여가선용도 하며
자신들의 삶을 윤택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스스로 만들어 가고들 있으니 부러울 뿐이다.'
라고 쓰신 부분에서 가슴이 짠해져 옵니다.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 입니다.
이렇게 큰 관심으로 표현주신분이 계시네요,... 깜솨 함돠..~>>
후기 쓰신분 멋쟁이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하하하... 재미있네요. 고맙구요..^^ .. 계속 초대할께요...^^